여자에게 좋은 약
- 한겨울의 자궁을 따뜻한 봄날의 자궁으로 -
여자는 아랫배를 차게 하면 안돼요
예부터 전해내려 오는 말이 있다. “여자는 아랫배를 차게 하면 안 된다.” 여자는 바닥에 앉을 때도 방석을 깔고 앉고, 부득이하게 차가운 곳에 앉아야 할 때는 앉지 말고 서 있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말씀. 헌데 궁금하다. 왜 여자는 아랫배를 차게 하면 안 되는 걸까?
자궁은 제2의 심장이자 태아의 안식처!
아랫배는 바로 자궁이 위치한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랫배를 차게 하면 자궁이 차게 된다. 자궁이 차게 되면 여성 건강에 적신호다. 자궁은 여성에게 ‘제2의 심장’이자 ‘태아의 안식처’로 불린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두고 생명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 공간, ‘밭’에 비유한다. 밭이 비옥하면 씨앗이 잘 자라고 메마르면 농작물이 시들 듯, 자궁에 혈과 기가 풍족해야 생명을 잉태할 수 있다. 따라서 자궁 밭의 온도·습도·영양상태는 여성의 건강은 물론 생명을 자라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단전은 바로 여기!
또한 배꼽 아래에는 붉은 밭이라는 이름을 가진 단전(丹田)이 있다. 단전은 몸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우리 몸의 전체적인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곳이다. 단전에서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퍼져나가야 체온이 유지되는데, 이곳의 보온이 허술하면 아랫배가 차다. 그러면 혈이 뭉쳐 어혈이 생기고 자궁 내 혈액순환도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장의 소화능력도 떨어지고, 허리 통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냉대하, 생리불순, 자궁내막증 같은 자궁질환이 생기기 쉽다. 이러한 자궁질환으로 자궁벽이 약해지면 착상이 어려워져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여성에겐 아랫배가 따뜻한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자에게 좋은 약
그래서일까? 『동의보감』에는 여자에게 좋은 약을 이렇게 열거한다.
여자의 양이 약하면 북돋아야 하니 옥약계영환·종사환·난궁종사환을 써야 한다. 부인이 자식이 없는 것은 대부분 혈이 부족하여 정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월경을 고르게 하고 혈을 길러야 하니 백자부귀환·호박조경환·가미양영환·가미익모환·제음단·승금단·조경종옥탕·선천귀일탕·신선부익단·조경양혈원·온경탕을 써야 한다.
─「잡병편」, 부인, 동의보감출판사, 1745쪽)
여자에게 좋은 약을 크게 구분하면 딱 두 가지다. 신선한 혈액을 많이 만들어 주고, 혈액순환을 돕는 것. 한마디로 자궁의 기혈을 북돋아주는 약들이다. ‘여자의 양이 약하면 북돋아야 하니’는 자궁의 양기, 곧 기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자궁이 따뜻해진다. 이렇게 양기뿐만 아니라 음기 또한 북돋아주어야 한다. 음기는 곧 혈을 말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중초에서 기를 받아 변화하여 붉어진 것이 혈”(「내경편」, 혈, 155쪽)이라고 하였다. 이것을 풀이하면, 우리가 먹고 마신 음식물이 중초인 비위에서 소화와 흡수 작용을 거친 뒤 만들어진 붉고 정미한 물질이 혈이라는 말이다. ‘부인이 자식이 없는 것은 대부분 혈이 부족하여 정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혈의 생성이 부족하면 아이를 가질 수 없다. 혈이 부족하면 정(精)이 들어와도 자궁으로 거두어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에 열거한 대부분의 약들에는 이러한 혈의 생성을 북돋아주기 위해 사물탕이 들어갔다. 또 뭉쳐 있는 어혈을 풀어 주어 기혈의 흐름이 잘 소통되도록 하기 위해 향부자 같은 약재도 첨가되었다.
사물탕, 여자에게 참 좋은데 진짜 좋은데..
혈이 허해지는 곡절과 기혈순환
그렇다면 이참에 사물탕에 대해 좀 알고 넘어가자. 사물탕은 송나라의 의서(醫書) 『태평혜민화제국방』에 처음 기록되었지만, 화타가 창방했다고 하는 소문도 있다. 그런 걸 보면 사물탕은 꽤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널리 쓰였음에 틀림없다. 누가 만들었는지 알 길 없지만, 사물탕의 ‘四’가 환기시키는 것들. 사방, 사면, 주위, 네 개의 약재. 마치 네 개의 약물이 온몸 구석구석 사지까지 퍼져 나가는 듯하다. 그리고 4는 음수다. 음수는 12경맥 중 삼음맥(三陰脈)을 말한다. 수소음심경, 족궐음간경, 족태음비경. 각각 혈을 만드는 생혈(生血) 작용, 혈을 저장하는 장혈(藏血) 작용, 혈이 맥 밖으로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하는 통혈(統血) 작용을 한다. 모두 혈과 관련된 경락이다. 사물탕은 이 세 개의 음경락으로 들어가 혈이 부족해서 생기는 혈허증을 다스린다. 그렇다면 또 궁금하지 않는가? 혈이 허(虛)해지는 곡절을.
혈허는 주로 혈액이 부족하거나 혈의 자양기능이 감퇴되어 장부와 각종 맥을 자양하지 못하는 병리상태를 가리킨다. 대부분 과다한 실혈로 인해 새로운 혈이 이를 보충하지 못하거나, 비위가 허약하여 음식물의 영양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거나, 혈액을 화생하는 기능이 감퇴되어 혈액의 생성이 부족하거나, 병이 오랫동안 낫지 않아 혈액이 암암리에 소모되는 원인으로 인해 혈허가 발생한다.
─ 『기초학의학』, 성보사, 432쪽
한의학에서 자궁은 혈의 바다, ‘혈해(血海)’라고 부른다. 자궁은 혈액이 많이 모이면서, 혈관분포도 엄청나게 높은 곳이다. 또 월경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혈액이 배출되고, 다시 유입되는 곳이기도 하다. 여성이 월경을 통해서 혈액을 배출하고 이를 보충해주기 위해 음식물로 영양 공급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혈액을 화생하지 못하므로 혈이 부족해진다. 이렇게 혈허가 생기면 월경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혈액순환에도 문제가 생긴다. 자궁 밭이 메말라지는 것이다. 메마른 자궁 밭에 생명이 움트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사물탕에는 혈의 볼륨을 채워주고 혈액순환에 장애가 없도록 조절해주는 약재들이 주로 들어간다. 숙지황, 당귀, 천궁, 백작약이 그것이다. 숙지황과 백작약이 신장과 간에 작용하여 진액과 호르몬(음액)을 자양한다. 당귀는 혈액을 보충하고, 천궁을 통해 혈액이 뭉치지 않고 순환이 잘되도록 도와준다. 이밖에 여자에게 좋은 약들 중에 첫 번째로 등장하는 약재, 그것은 향부자다. 향부자는 어떤 약이기에 많은 약재들을 제치고 맨 앞자리를 차지한 걸까?
예로부터 ‘양의(洋醫)는 마약(痲藥)을 잘 써야 하고, 한의(韓醫)는 향부자(香附子)를 잘 써야 명의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향부자는 널리 쓰이는 약재이기도 하고, 그 효능이 포괄적이다. 향부자는 뿌리줄기를 약용으로 쓰는데 일명 ‘작두향(雀頭香)’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중국의 위나라 문제가 사신을 시켜 오나라 임금에게 불로장수하라며 향부자를 보내왔는데 사신이 향부자의 이름을 잊어버렸다. 그 생김새가 참새의 머리처럼 생기고 향기롭다하여 임기응변으로 작두향이라고 한 뒤, 향부자의 별칭이 되었다.
향부자는 기혈 순환을 조절하고 뭉친 것을 풀어준다. 또한 통증을 완화시키고 월경을 조절하는 효능이 있어서 한의에서는 다양한 처방에 사용되고 있다. 통증을 완화시켜주니 두통이나 복통, 생리불순, 생리통에 쓰이고 기혈 순환을 조절하니 자궁출혈, 산후풍, 심리적 불안정으로 인한 가슴통증이나 답답함, 소화불량, 안면홍조, 피부염에도 쓰인다. 고로 향부자는 기혈의 흐름을 막아서 오는 모든 병들을 치료한다.
한겨울의 자궁에서 따뜻한 봄날의 자궁으로
『동의보감』에서는 ‘혈이 물이라면 기는 바람’이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기가 혈을 이끌기 때문이다. 기가 돌면 혈도 따라 돌고, 기가 멎으면 혈도 멎는다. 기가 더워지면 혈이 잘 돌고, 기가 차가워지면 혈도 잘 돌지 못한다. 기와 혈은 언제나 유기적으로 운용된다.
한겨울의 자궁에서 따뜻한 봄날의 자궁으로...
그러니 여자에게 좋은 약은 혈은 빵빵하게, 막힌 기는 뻥뻥 뚫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기와 혈이 북돋아지면 아랫배는 따뜻해진다. 한마디로 한겨울의 자궁에서 따뜻한 봄날의 자궁으로 변신하게 된다. 따뜻한 봄날에 새싹이 돋아나듯, 새 생명이 움트게 되는 것이다.
‘자궁이 따뜻하면 쌀뜬물이 들어가도 임신이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항상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혈의 흐름이 잘 흐르도록 생활 속에서 실천해보자. 따뜻한 자궁, 튼튼한 자궁을 만드는 것이 내 몸을 살리고 생명이 움틀 수 있는 몸이 되는 길이다.
이영희(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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