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얻으려면 척맥 을 보라
교황님의 얼굴에서 마음이 보여요
오늘은 프란치스코 교황님 얘기부터 해야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4일 우리나라를 방문해 닷새를 머물고 18일 출국했다. 4박 5일 동안 뉴스에 비친 교황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입가에선 연신 미소가 흘렀다. 광화문을 꽉 메운 인파들 사이로 아이들에게 입을 맞추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말을 귀담아 들으시고, 상처 입은 자들을 어루만져 주셨다. 또 무릎 꿇고 자신을 맞는 성직자들을 일으켜 세우고 자신과 나란히 걸어가셨다.
그의 행동이 곧 그의 마음이라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교황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쁜 마음이 피어올랐다. 그가 세월호 가족들을 어루만질 때 마치 내가 그 손을 잡고 있는 듯이 가슴이 뻐근해졌다. 감탄과 공감의 물결이 나의 마음에도 일었다. 그러면서 교황님의 얼굴이 자꾸만 보고 싶어졌다. 방한 내내 여러 곳에서 강론과 연설을 하셨지만 나는 이 말씀을 첫손에 꼽는다.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빕니다.
─ 8월 15일, 대전월드컵 경기장,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 중)
교황님의 얼굴에서, 교황님의 손에서, 교황님의 행동에서 그가 생명을 가장 귀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았다. 생명은 그 자체로 하느님이시니 그 모상인 인간을 경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땅의 모든 생명의 존엄성을 모독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이걸 한의학적으로 풀면 천지자연을 본떠 만든 생명은 그 자체로 존귀하다는 말이다. 인간은 정신과 육체로 되어 있다. 정신은 하늘로부터, 육체는 땅으로부터 주어졌으니 이 천지가 교합해서 인간이 만들어졌다. 직접적으로는 부모로부터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은 천지의 양기(兩氣)가 부모를 매개체로 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기(氣)가 형(形)을 만든다. 곧 천지의 양기(兩氣)가 나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몸은 곧 기(氣)요, 기는 곧 몸”이다. 기가 뭉쳐 몸이 만들어졌고 몸속의 기가 발해서 외부와 상호작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눈에 보이는 형(形)과 상(相)은 기(氣)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그 기의 변동에 의해 변화한다. 그러니 얼굴의 형태나 손의 모양을 보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를 알 수 있다.
교황님의 얼굴은 그의 따뜻한 마음, 평화의 마음, 사랑의 마음을 보여준다. 그 마음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읽었다. 그야말로 교황님의 기는 울트라 캡짱(?)이다. 직접 뵙지 않고 텔레비전으로만, 사진으로만 봤는데도 사람들에게 좋은 마음이 저절로 피어나오게 만든다.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바깥의 형상을 보고 기를 읽어낸다. 얼굴뿐만 아니라 눈, 코, 입, 귀, 피부, 손톱, 호흡 같은 것을 살펴보고 오장육부를 비롯한 각 조직의 상태를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맥(脈)으로 오장육부의 생리와 병리상태를 읽어내는 법을 알아보자. 그것이 임신과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함께 말이다.
도대체 맥이 뭐지?
맥은 한의학의 진단법 중 하나다. 한의원에 가면 반드시 한의사가 맥을 짚어본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맥이 도대체 뭐 길래. 그걸 짚어서 병을 진단하는 걸까? 『동의보감』에서는 ‘脈’이라는 글자를 가지고 세 가지 의미로 해석한다. 첫째, ‘脈’자는 ‘月’자와 ‘永’자가 결합된 글자로, 이것이 있어야 오래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둘째로 ‘脈’은 血과 波를 합친 것으로 기혈이 각자 자기 길을 따라 경락을 돌아다닌다는 의미다. 셋째는 脈자는 본래 막(幕)이라는 뜻도 있으니, 막 밖에 있는 사람이 막 안의 일을 알려고 하는 것을 뜻한다.
이제 이 세 가지를 다 고려해 보면, 맥이란 생명에게 가장 긴요한 것이고, 경락에 흐르는 기혈을 뜻하기도 한다. 동시에 그것을 통해 몸의 상태를 알아낼 수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동의보감』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맥이란 영기(營氣)가 도는 곳으로 병을 진찰하여 알아내는 곳’이다. 여기서 영기는 우리가 먹는 음식물이 몸 안에 들어가서 생기는 기(氣)다. 영양물질이 풍부하므로 영화로울 영(榮)자를 써서 영기(榮氣)라고도 하고, 혈과 불가분의 관계라서 영혈(營血)이라고도 한다. 음식물은 우리 몸 안에 들어오면 소화 작용을 거치는데 여기서 정미로운 물질이 만들어진다.
그중 맑은 것을 영기(營氣)라 하고 탁한 것을 위기(衛氣)라고 한다. 영기는 맥 안으로 흐르고, 위기는 맥 바깥을 흐른다. 따라서 우리가 맥을 본다는 것은 맥 안에 흐르고 있는 영기의 활동성을 보는 것이다. 곧 맥 안에 흘러가고 있는 기와 혈의 흐름, 영기의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맥의 활동을 진단하는 곳이 촌관척이 있는 손목 부위이다.
맥이 건네는 말
손목의 3부(部), 촌(寸)·관(關)·척(尺)은 기의 변화를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오장육부의 기미는 모두 위(胃)에서 나와 이곳에서 변화되어 나타난다. 또 이곳은 하루 낮밤에 한 바퀴씩 도는 영기와 위기가 돌다가 다시 만난다. 그러니 이 부위만 짚어보고도 죽고 사는 것, 병의 예후가 좋고 나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맥에 3부가 있는데 그것은 촌, 관, 척이다. 각각의 1부에는 살짝 누르는 법[浮], 중간쯤 누르는 법[中], 꾹 누르는 법[沈] 등 세 가지 짚는 방법이 있다. 이것을 합해서 9후라 한다.
─「외형편」, 맥(脈), 동의보감출판사, 824쪽
『동의보감』에서는 촌, 관, 척 부위의 깊이에 따라 병세를 알아낸다. 촌관척의 표면은 오장육부 중 표면에 있는 육부의 왕성함과 허약함을 반영한다. 또 깊은 부분은 깊숙한 곳에 위치한 오장의 허실과 살고 죽을지 여부까지도 본다. 반면에 중간 부분은 음식물이 모이는 곳으로, 기혈을 만들어내는 근원인 위(胃)의 상태를 반영한다.
위치로 볼 때 맥은 촌-관-척의 3부의 맥점으로 나뉜다. 그리고 그 맥점을 깊은 자리, 중간 자리, 표면 자리 이렇게 또 셋으로 나눈다. 이래서 9후(候) 즉 9개의 징후를 묻는다. 그러면 진맥을 결정하는 부위인 촌-관-척은 어떻게 찾을까? 먼저 관맥(關脈: 손목 뒤에 맥이 뛰는 부위에 솟아오른 뼈 부위)을 찾아 그곳에 가운뎃손가락을 놓는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검지손가락과 약지 손가락이 양쪽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때 검지가 닿는 부분이 촌맥(寸脈)이고, 중지 부분이 관맥, 그리고 약지가 닿는 부분이 척맥(尺脈)이다. 자, 이제 좌우 양손에 오장육부가 어떻게 배속돼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왼손 검지가 닿는 촌부는 심·소장, 중지가 닿는 관부는 담·간, 약지가 닿는 척부는 방광과 신장의 상태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오른손의 촌부는 대장과 폐, 관부는 위와 비장, 척부는 심포와 명문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오장육부뿐만 아니라 촌맥은 상초, 관맥은 중초, 척맥은 하초, 이렇게 세 부분으로 진단할 수도 있다. 상초, 중초, 하초를 합해서 부르는 삼초는 온몸의 기 순환을 주관한다. 여기서 초(焦)는 몸에 불을 지핀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몸을 덥히고 기운을 순환시키는 에너지 작용에 삼초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이 모든 활동의 신호를 한 손에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맥이다. 헌데 여기서 우리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맥이 있다. 바로 척맥이다. 오늘 우리의 주제, 임신과 관련된 맥이 바로 척맥이기 때문이다.
자식을 구하려면 척맥에게 물어봐!
자식을 구하는 맥은 오로지 척맥에 달려 있다. 오직 침활(沈滑)하고 고른 맥이라야 쉽게 자식을 가질 수 있다.
─ 「잡병편」, 부인, 동의보감출판사, 1,745쪽
앞의 촌관척 그림 중에서 척부를 좀 살펴보자. 척부는 신장과 명문의 상태를 진단하는 곳이다. 신장은 생식활동을 담당하는 장부다. 실제로 정액을 저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신장은 사실 두 개의 강낭콩처럼 생겼다. 신장 중 왼쪽은 수(水)에 해당하고, 오른쪽은 화(火)에 속한다. 그래서 좌신(左腎)은 신장이라 부르고, 우신(右腎)은 명문화라고 부른다. 명문(命門)이란 생명이 드나드는 문이라는 뜻이다. 남자는 이 명문에 정(精)을 간직한다. 여자는 여기에 포(胞), 곧 자궁이 매달려 있다.
대체로 남자는 왼쪽 맥을 주로 보고, 여자는 오른쪽 맥을 주로 본다. 남자는 양기를 많이 받기 때문에 왼쪽 맥이 성하고, 여자는 음기를 많이 받기 때문에 오른쪽 맥이 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자는 왼쪽 척부에 정력 관계가 드러나고, 여자는 오른쪽 척부에 충맥이 나타난다. 월경과 임신은 뱃속에서 시작하여 포의 가운데로 모이는 충맥과 임맥이 작용하여 이루어진다. 여기서 충맥은 피가 모이는 곳이고, 임맥은 임신을 주관하는 맥이다.
남자는 충맥이 계속 돌게 되어 있어 피가 쌓이는 것이 없지만, 여자는 포에서 멈추게 되어 있으니 피가 쌓여 가득 차게 된다. 여기에 차 있던 것이 때맞추어 넘쳐나가는 것이 바로 월경이다. 만일 충맥이 잘 통해 경혈이 순조로울 때, 남자에게서 정을 받고, 임신을 주관하는 임맥의 활동이 순조로우면 피가 월경으로 나오지 않고 임신으로 이어진다.
결국 남녀 모두 신장, 특히 명문의 활동이 순조로울 때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 맥으로 얘기하면 남자는 왼쪽 척맥, 여자는 오른쪽 척맥이 침활하고 고른 맥이어야 한다. 여기서 침맥은 꾹 눌러야 나타나는 맥이다. 음기가 세게 치밀어 올라와 양기가 퍼지지 못할 때 나타난다. 곧 음기가 세게 작동하고 있는 맥이다. 더불어 활맥은 눌러보면 구슬이 또르르르 굴러가듯이 뛰는 것 같은 맥상이다. 혈이 실하고 기가 뭉친 상태를 표현한다.
따라서 침활한 맥은 혈이 넉넉하고 음기가 세게 작동하여 정(精)과 함께 기를 잘 뭉치게 하는 맥이다. 앞에서 말했듯 천지의 기가 뭉쳐 사람이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맥은 단지 지금 나의 몸 상태를 진단하는 것에 불과하다. 임신하기 좋은 맥이 되려면 정과 혈이 넉넉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교황은 한국 사람들의 환대에 감사하며 바티칸으로 돌아갔다. 그는 평소에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단다. 만일 여기 등반가가 있다면 나는 그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격려도 해줄 수 있고, 밥도 사줄 수 있다. 헌데 산에 오르는 것은 그만이 할 수 있고, 그가 해야 한다. 그렇다. 산에 오르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한다. 하느님의 사랑이 온 산을 뒤덮고 있으니 가서 체험하는 것은 내가 해야 한다. 무엇이든 그렇다.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임신하기 좋은 몸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디에도 의지하지 말고, 내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산을 오르는 것이다.
이영희(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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