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좋은 약
보양식 좋아하면 패가망신
정(精)하면 정력이 바로 떠오른다. 현대인들의 정력에 대한 집착은 대단해서 정력에 좋다면 뭐라도 먹으려는 기세이다. 보양식은 물론이고 보양 관광도 있고 비아그라 같은 발기 촉진제까지 등장하는 판이니 정력은 그 자체로 소비되는 중이다. 더 세고 더 강한 에너자이저 급의 성적 능력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 이런 욕망은 어디서 오는 걸까. 한마디로 쾌락을 향한 질주를 멈추지 못한 탓이다. 좋다. 쾌락이 삶의 목표라고 치고 이것저것 보양식을 먹는다고 하자. 그러면 정말 정력이 키워질까. 사람들은 이런 생각의 패턴 자체가 문제라는 건 전혀 자각하지 못한다. 뭐가 문제냐구? 이미 우리는 결핍된 몸을 전제하고 있다. 그래서 부족함을 채우는 것에 골몰한다.
헉 정력팬티까지?
이것이 자본주의의 노림수이다. ‘너는 부족한 존재야. 이것을 사서 먹으면 완벽해져.’라고 우리를 유혹하며 무엇이든 소비하게 한다. 그런데 보약과 보양식을 먹는다고 해결되는 거 봤나? 그 다음엔 더 센 것을 먹어야 몸이 반응하게 되니 정신적인 결핍은 물론이고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한 마디로 보양식을 먹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 몸이 된다는 말이다. 담백한 음식으로도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몸을 이렇게 무능력하게 만들어도 되는 것일까. 이렇게 말해도 남자에게 좋은 약은 언제 나오느냐는 아우성이 들려온다. 좀 참아라. 나도 빨리하고 싶다. 하지만 전제를 바꾸지 않으면 어떤 명약도 소용이 없다. 약에만 의존한다면 그 어떤 명약도 몸의 자연 치유력을 무력하게 만들 뿐이다. 몸은 아주 영민하다. 부득이하게 약의 도움을 받더라도 스스로 균형을 잡겠다는 전제를 놓치지 말고 이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밥물이 비아그라보다 세다
정력 강화제라면 비아그라가 떠오른다. 내친김에 비아그라에 대해 짚고 넘어가보자. 비아그라는 원래 정력 강화용으로 개발된 약이 아니라 심장혈관 확장제가 낳은 엉뚱한 약이었다. 심장혈관 확장으로 개발된 약은 생식기나 뇌혈관의 확장도 동시에 가져왔다. 이 약을 먹으면 발기가 자동으로 이루어졌던 것. 돈 되면 개발하는 시대에 심장약은 발기부전 치료제로 곧바로 전환된다. ‘비아그라’를 먹으면 안면홍조와 가슴 두근거림, 음경 혈액 충만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한다. 심장과 신장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방증이다. 물과 불이 화끈하게 만나서 생명수를 불태우는 모습. 그러니 발기는 화끈하게 되는데 내 몸의 생명수 정은 고갈된다. (정과 생명 관계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은 무정한 남녀의 무정한 이야기를 참고하시라.) 조금만 생각하면 비아그라는 오직 쾌락을 위해 복무할 뿐 수명은 단축시키는 죽음의 약임을 알 수 있다.
임신할 수 있게 하자면...남자들은 정기(精氣)를 충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성욕을 억제하고 마음을 깨끗하게 가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성욕을 억제하여 함부로 성생활을 하지 말고 정기를 축적하면서 정액을 충실하게 했다가 적당한 시기에 성생활을 해야 임신할 수 있다. 성욕을 억제하면 정기가 충실해지기 때문에 흔히 임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또 오래 살 수도 있게 된다.(『입문』)
─ 『동의보감』,「내경편」, '정(精)'
사실 평소에 성욕을 억제하고 욕심과 집착을 버리면 정기는 저절로 충실해진다. 하지만 현대인의 삶이 어디 그런가. 쾌락을 참기는 어렵고 신경 쓸 일은 계속 생긴다. 그럼에도 생활 패턴을 바꿀 마음은 전혀 없다. 무엇이든 약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정력식품에 눈이 가고 보약을 드링크제 먹듯 한다. 그런 약이 정말 있을까. 그 이전에
『동의보감』이 추천하는 최고의 정력식품은 무엇일까. “달고 향기로운 맛을 가진 음식물에는 정이 잘 생기지 않는다. 오직 담담한 맛을 가진 음식물이라야 정을 잘 보할 수 있다.” 맛이 가장 담담한 오곡을 먹는 것이 정을 보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대개 죽이나 밥이 거의 끓어갈 무렵에 가운데 걸쭉한 밥물이 모인다. 이것은 쌀의 정액이 모인 것으로 이것을 먹으면 정액이 제일 잘 생기게 된다. 기운이 없다고 육식을 하면 잠깐 기운은 날 수 있어도 근본적인 생명력은 기름진 음식이 아니라 담백한 음식 특히 오곡에서 나온다. 따뜻하게 갓 지어낸 밥을 제때 잘 먹는 게 기름진 음식이나 약을 먹는 것보다 근본적이라는 말이다.
밥물은 비아그라보다 힘이 세다!
우리가 담백한 음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극적이거나 보양식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소에 생활을 절제하지 못하고 한방에 해결하려는 마음과 연동된다. 비아그라는 그야말로 한방에 쾌락을 즐기고 싶은 약이다. 그러므로 담백한 음식은 단순한 음식 섭취에 그치지 않는다. 마음이 평안하고 일상이 충만할 때 담백한 음식으로도 내 몸이 충만해질 수 있다. 이때 정액도 충실해지는 것이다.
약 없이 정력을 강화하는 법
이렇게 얘기했는데도 불구하고 약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사람이 있으리라. 약을 소개하기에 앞서 약의 도움 없이 정력을 강화하는 법을 소개한다.
유정을 치료하는 데 한 손으로는 음경을 받들어 들고 한 손으로는 배꼽 좌우를 엇바꾸어가면서 오랫동안 문질러 주면 정액이 절로 나오는 증상을 멎게 할 뿐 아니라 하초의 원기를 보하게 한다. 또 신수혈 부위, 앞가슴과 옆구리, 용천혈을 문지르는 것이 좋다. 그러나 명치를 문질러서는 안 된다.
─ 『동의보감』,「내경편」, '정(精)'
짧은 침대나 포단 위에서 옆으로 누워 다리를 꼬부리고 자면서 다리를 펴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병이 자연히 낫는다.
─ 『동의보감』,「내경편」, '정(精)'
밤 23~1시에 음경이 처음 발기할 때 똑바로 누워서 눈을 감고 입을 다물며 혀끝을 입천장에 닿게 한다. 그리고 허리를 쳐들고 왼손 가운데손가락 끝으로 미려혈(꼬리뼈에 있는 혈자리)을 누르고 오른손 엄지손가락 밑에 놓고 주먹을 쥔다. 또 양쪽 다리를 쭉 펴고 양쪽 발가락 10개는 모두 세우게 한 다음 숨을 한 번 들이쉰다. 이때 마음속으로 생각해 보기를 미려혈에서 척추로 해서 뒤통수를 지나 정수리까지 갔다가 천천히 내려와 단전까지 오게 한다. 그다음 허리와 다리, 손발을 조용히 늦추어 놓는다. 만약 위와 같이 다시 하면 음경이 쭈그러든다. 만일 쭈그러들지 않으면 다시 두세 번 더 한다. 이 방법은 정액이 절로 나오는 병을 낫게 할 뿐 아니라 오래 계속하면 수화(水火)가 잘 조화되어서 영영 병이 생기지 않게 된다.
─ 『동의보감』,「내경편」, '정(精)'
약, 몸의 균형을 잡는 역할
드디어 원하던 약이 등장할 차례다. 우선 정력 강화를 위한 약 이름을 알아두시라. 약과 몸에 대한 관계는 약을 소개한 후에 본격적으로 논할 예정이니 끝까지 읽어야 약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남자의 양기가 몹시 약해져서 음경에 힘이 없으며 정액이 차면서 멀거면 고본건양단(固本健陽丹), 속사단(續嗣丹), 온신환(溫腎丸), 오자연종환(五子衍宗丸) 등을 쓰는 것이 좋다.
─ 『동의보감』,「내경편」, '정(精)'
헉! 뇌수까지!!
고본건양단, 속사단, 온신환, 오자연종환, 양기석원이 『동의보감』이 제안하는 정력 강화제다. 남자의 불임 이유는 선천의 정이 약하거나 후천적으로 정 소모가 심할 때이다. 정의 고갈은 과도한 성생활도 문제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과도하게 신경을 쓰면 쓸수록 선천의 정은 바짝바짝 마르기 때문이다. 생명을 생산하기는 커녕 자신의 생명도 위태로운 지경이니 임신이 되기 힘든 건 당연지사.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불임 뿐 아니라 뇌수(腦髓)가 점차 말라들어 기억력이 현격하게 떨어져 조기 치매가 올 수도 있다.
이제 『동의보감』이 제안한 약 하나하나의 효능을 살펴보자. <고본건양단>은 피가 차거나 성생활을 많이 하여 자궁에 곧바로 사정하지 못해 자식이 없는 것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정자 수가 부족하고 방사과도로 인한 남성 불임증을 치료한다. <속사단>은 자식을 낳지 못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처방이다. 신장의 정기와 양기 부족으로 인한 불임증을 치료한다. <온신환>은 자식을 갖지 못하는 경우 복용하는 처방이다. 남성이 신장의 정기가 부족해 자식이 없을 때 치료하는 처방이다. <오자연종환>은 묽은 정액으로 인해 임신하지 못하는 것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정자수가 부족하여 임신이 안 되는 것과 발기가 안 되는 것을 치료한다. <양기석원>은 남자의 정액이 차고 정력이 약하여 임신이 되지 못하는 것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남성의 정자수가 부족하거나 활동성이 약해서 생기는 불임을 치료한다. 갑자기 눈이 번쩍, 귀가 쫑끗해지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약을 먹어 효능을 보겠다는 마음을 버려라. 계속 말하지만 부족한 것을 채워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약과 몸의 관계에 대해 짚고 가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 인간은 천지자연과 분리되지 않는다. 인간도 천지자연처럼 순환해야 한다. 그때 천지가 만물을 낳듯 생명을 생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불임은 몸이 자연의 법도와 멀어졌음을 의미한다. 법도대로 사는 건 자연의 이치대로 사는 것이고, 자연의 이치란 음과 양의 기의 균형을 잡는 일인 것이다. 나 또한 천지자연으로써 내 안의 기운의 균형을 끊임없이 조율하며 사는 존재다. 그런데 약을 먹는다는 건 내 몸이 자체적으로 균형을 잡는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여 약이란 내 안의 기운을 조절하기 위해 천지의 기운을 빌리는 것이다.
이런 논리가 가능한 것은 모든 것은 기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기가 나와 자연을 매개해주므로 기운의 소통이 가능하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약재의 성분이 내 몸에 작용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분이 아니라 기운이 작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내 몸이 발산하는 기운이 지나치면 수렴하는 기운의 약으로 조절해주는 식이다. 내 몸에 결핍이 있으니 약으로 채워주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해 성분으로 정력을 세게 하는 게 아니라, 약의 기운이 몸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약은 성분을 먹는 게 아니라 기운을 먹는 것이다.
강한 정력을 위해 약을 먹는 것은 몸의 원리에 무지한 것이다. <열자>에서 공의백은 아주 힘이 센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에게 당신의 힘은 어느 정도인가 묻자 그는 말한다. “나의 힘은 봄 메뚜기의 넓적다리를 꺾을 수 있고 가을 매미의 날개를 들 수 있는 정도”라고. 힘이 세다는 건 강약의 문제가 아니다. 상황에 맞게 적절한 힘을 사용할 수 있어야 진짜 힘인 것이다. 메뚜기와 매미의 그 미세한 영역까지 섬세하게 힘을 조절할 수 있다면 어찌 생명을 생산하지 못하겠는가.
불임이란 힘을 조절하지 못하는 신체의 다른 이름이다. 그것은 꼭 임신이 아니어도 일상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못할 때 우리는 늘 불임 상태에 머물게 된다. 권태 아니면 쾌락을 오간다면 당신이 바로 불임 상태가 아닐까. 약으로 해결할 생각은 마시라! 약은 일시적으로 균형을 맞출 뿐, 내 몸은 스스로 천지자연의 법도를 훈련해야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약은 도움을 줄 뿐이다. 의존심을 떨쳐야 임신은 물론 삶에서 창조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마시길!
박장금(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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