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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

기초탄탄 맞춤법 : 높임말

by 북드라망 2014. 7. 23.

커피는 ‘나오시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말에 발달된(?) 표현 중 하나가 높임말입니다. 예전에 높임말 사용이 상하관계 조직문화를 대변한다고 하여, 일부러 높임말을 쓰지 않는 분들도 본 적이 있긴 한데, 요즘은 그런 의도에서가 아니라, 그냥 사용해 보지 않아서 높임말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가끔 연세가 굉장히 많은 분께 예사말을 사용하거나, 거꾸로 여러 면에서 ‘해요체’ 정도의 비격식 높임말을 쓰면 충분한 경우에 극존칭을 사용하거나, 사물에 높임말을 써서(커피 나오셨습니다!) 당황스러운 광경을 종종 봅니다.




생각해 보니까, 예전에는 보통 3대가 함께 살기 때문에 따로 높임말을 가르치지 않아도 일상에서 습득할 수 있었던 것이, 핵가족으로 살게 되면서 따로 가르치지 않으면 익히기 어려운 말이 되어 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교과서에서 시험까지 치며 배우는 말이고, 일상에서 사용할 일이 별로 없으니, 고전어나 별반 다름없이 되어 버린 거죠. 


물론 요즘이라고 어른께 말씀드릴 때 전혀 높임말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부모-자식 간에는 일상에서 주로 예사말을 사용하고, 몇몇 단어만 높임말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말끝에 “-요”를 붙이거나 “드시다” “계시다” “주무시다” 등 몇몇 존대어를 사용하는데, 사실 부모-자식 간에 엄격하게 높임말을 가르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듯합니다(개인적으로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고요). 아무튼 어릴 때부터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어떤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곳이나 높임말이 꼭 사용되어야 할 때 실수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언어는 시대적 맥락과 사용자들의 편의에 따라 바뀌어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높임말도 이후로 세대가 바뀌어 가며 거의 사라지고 몇몇 표현만 남는다고 해서 통탄할(?) 일이라거나 예의가 없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때는 또 그때 나름의 정중한 표현들이 자리를 잡고 있겠지요. 정중해야 할 관계가 사라지지 않는 한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쨌든 높임말을 일상에서 습득한 세대와 글로 배운 세대가 공존하고 있으니, 서로가 상대의 세대적 특성을 배려해서 대화하면 좋지 아니하겠는가, 라는 ‘공익광고’스러운 결론으로 마무리하며, 아래에 높임말 사용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참참, 끝으로 압존법에 대한 얘기만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글로 배운 폐해(?) 중 하나인 것 같은데요, 압존법은 국립국어원 사전에 뜻풀이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문장의 주체가 화자보다는 높지만 청자보다는 낮아, 그 주체를 높이지 못하는 어법(語法). ‘할아버지, 아버지가 아직 안 왔습니다’라고 하는 것 따위이다.” 


그런데, 이것이 참, 가정에서는 또 별 문제가 아닌데, 실제 직장 같은 곳에서 압존법을 사용하면 정말 어색하다는 걸 아실 겁니다. 막 출근한 신입사원이 “부장님, 과장이 아직 안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시면, 참, 거시기하다는 걸, 느끼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무튼 이런 현실을 반영해서인지 국립국어원에서도 「표준 언어 예절」에서 “듣는 사람이 지칭 대상보다 윗사람이거나 듣는 사람이 회사 밖의 사람인 경우에 ‘총무과장이 이 일을 했습니다’처럼 말해야 한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또 사원들에게 이렇게 말하도록 교육하는 회사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직장에서의 압존법은 우리의 전통 언어 예절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놓았습니다. 또한 직급이 높건 낮건 “직장 사람들에 관해 말할 때에는 ‘-시-’를 넣어 존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해놓았네요. 참고하셔요! 




높임말



▶ 높임말 단어들



밥 / 진지

예시) 아버님, 진지 드세요. 얘들아, 얼른 밥 먹어라.


말 / 말씀

예시) 아들의 말도 일리가 있었지만, 이번엔 형님의 말씀을 따르기로 했다. 


집 / 댁

예시)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 / 우리 집 강아지 뽀삐 


나이 / 연세, 춘추

예시) 나이 어린 사람이 연세 드신 분께 자리를 양보해야지! 


이름 / 성함 

예시) 맨 위에 부모님 성함을 적고, 그 밑에 자기 이름을 쓰세요


병 / 병환

예시) 할머니의 병환에 어머니의 병은 늘 뒷전이었다.


생일 / 생신

예시) 마침 그 달엔 시어른의 생신과 아이의 생일이 같이 들어 있었다. 


-에게 / -께

예시) 김 대리에게 파일 받아서 부장님께도 전달해 드리세요.


있다 / 계시다

예시) 가만히 좀 계셔요, 글쎄. / 가만히 있으라니! 네가 감히 어디서!


묻다 / (~께) 여쭈다

예시) 어른들께는 물어보는 게 아니라 여쭈어 봐야지


먹다 / 드시다, 잡수(시)다, 자시다

예시) 자시오 할 땐 마다더니 아가리에 박으라 해야 먹는다

(정말 있는 속담입니다;; 지어낸 거 아니어요!)


주다 / (~께) 드리다 / (~께서) 주시다

예시) 땅을 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나리께서는 제게 무얼 주시겠습니까?


보다 / 뵈다

예시) 얼른 가서 할아버님부터 뵙고 나도 보고 가거라


자다 / 주무시다

예시) 아저씨 이런 데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

(아시다시피, 자우림의 노래 제목입니다만 제대로 높이려면 

       ‘아저씨 이런 데서 주무시면 얼어 돌아가셔요’라고 해야 할까요? 하하;;)


데리다 / 모시다 

예시) 철수를 데리러 간 영희도 오지 않았다. 결국 내가 선생님을 철수네로 모시고 갔다.




▶ 어미 <-(으)시->를 넣어 만드는 높임말


: 높임말이 따로 없는 용언의 경우, 어미에 <-(으)시->를 넣어 높임말을 표현합니다. 예를 들면,


앉다 / 앉으시다

쓰다 / 쓰시다

가다 / 가시다

오다 / 오시다

크다 / 크시다

울다 / 우시다


등으로 쓰시면 됩니다. 하지만 ‘-(으)시’를 넣는다고 무조건 높임말이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알아두셔요. ‘드시다/주무시다’ 등과 같은 높임말이 존재하는 ‘먹다/자다’ 등의 말은 ‘먹으시다/자시다’라고 쓰면 틀린 표현이 된답니다. 아, 이…이런 건 좀 거시기하지만 고스톱판에서 광도 못 팔고 게임을 포기하시는 분들은 ‘죽으시는’ 게 아니고 죽거나 돌아가시는(?) 겁니다(그렇다고 “아빠, 돌아가세요” 할 수도 없고;;; 이…이래서 도박은 하면 안 되는 걸까요;; 응?).  



높임말에서 정중하게 격식을 갖춘 하십시오체와 비격식의 해요체


보통 일상에서 친숙한 관계가 아닐 때는 연령이나 직급이 낮아도 높임말을 씁니다. 이때는 주로 해요체를 사용하게 되지요. 하지만, 공식적인 자리거나 연령이나 직급이 자신보다 많이 높을 때나 연령과 직급이 비슷해도 처음 만나는 자리 등에서는 하십시오체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하십시오체 : 상대 높임법의 하나. 상대편을 아주 높이는 종결형으로, ‘안녕히 계십시오.’,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반갑습니다.’ 하는 따위이다. [비슷한 말] 합쇼․합쇼체.


- 해요체 : 상대 높임법의 하나. 상대편을 보통으로 높이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형으로, 격식체인 ‘하오체’와 ‘합쇼체’를 쓸 자리에 두루 쓰는 비격식체이다.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또 들르겠어요.’ 따위이다. [비슷한 말] 해요.



'비격식의 해요체'를 구사하는 무한상사의 유재석 부장(4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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