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공짜점심은 없다!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조던 벨포트. 호화로운 대저택, 아름다운 부인, 고급 요트까지! 그의 회사는 단시간 내에 고속 성장을 해 FBI의 표적이 된다. 조던은 자신을 조사하러 온 FBI 요원에게 매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냐며, 자신과 함께 하면 단 하루만에 인생역전을 할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한다. 그렇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주인공 조던 벨포트는 이렇게 한방을 노리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
저녁식사로 2만 6천 달러를 썼던 사람, 그가 바로 조던 벨포트!
영화 초반에 증권가의 선배로 나오는 마크 해너는 조던에게 이런 말을 한다. 고객의 돈을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하지 말고 계속해서 투자하고, 또 투자하게 만들어서 그 수수료를 챙기라고. 숫자 싸움만 하다보면 정신을 놓을 수도 있으니, 몸도 끊임없이 써야 한다고 말이다. 조던도 이 이야기가 인상깊었던 모양이다. 마크와의 만남은 짧았지만, 마크가 말한 대로 완벽하게 그 지침(!)을 실천하기 때문이다. 술, 약, 섹스. 이 세 가지는 조던의 삶을 유지하는 기둥이다.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그 강도 역시 더욱 세진다.
조던은 스트랜턴 오크먼트(Stratton Oakmont)라는 회사의 대표이다. 주식 투자 회사라고나 할까. 이 회사는 이미 크고 유명한 주식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주식을 고객들에게 미끼로 던진다. 모 아니면 도! 이 도박과 같은 투자에 "야호!"를 외치는 건 거래를 성사시킨 회사 직원들과 조던이다. 그들은 잃는 게 없다. 고객이 돈을 버는 것도, 잃는 것도 크게 상관없다. 고객들이 계속 투자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조던의 기술이다. 상대방을 설득하고, 그것이 필요하다고 믿게 만들어 결국 자신의 의도대로 만드는 능력! 조던은 이를 매뉴얼로 만들어 직원들을 훈련시킨다. 그리하여 무수히 많은 '조던들'이 고객의 돈을 노리고, 결국 손에 넣는다. 월스트리트에 막 상경한 청년 시절 조던의 꿈은 부자였다. 그의 꿈은 손쉽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조던은 약 없이 잠깐의 시간도 버틸 수 없었다. 하루에 몇 십개의 약을 먹고, 마약과 섹스에 탐닉하는 것, 조던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방식은 이토록 강렬했다.
생각건대, 버블경제는 더 이상 '경제'가 아니다. 솔직히 나는 사람들이 '돈에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순진한 발상이었다. 사람들이 미친 건 돈이 아니라, 버블 자체다. 구체적인 현장에서 재화를 일구는 경제활동이 아니라, 다만 '머니게임'을 하고 싶은 것이다. 짜릿한 쾌감과 아찔한 공포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는 고강도의 스트레스, 이것을 열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만이 '미친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돈의 달인』, 70쪽)
머니게임 속 짜릿한 쾌감! 그 안에 숨겨진 아찔한 공포, 이들은 이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돈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조던이 마음을 바꾼 계기가 있었다. FBI의 수사에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던 그였다. 스위스 은행에 자신의 돈 2천만 달러를 입금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명의로 되어있던 그 계좌가 날아가게 될뻔한 사건이 생긴다. 이탈리아에 있던 조던은 자신의 요트로 모로코로 이동해 비행기를 타고 스위스로 가겠다고 결심한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다 결국 배는 침몰한다. 게다가 구조하기 위해 날아온 비행기는 엔진에 새가 휘말려 들어가 폭발해버렸다. 이쯤되니 조던은 알게 되었다. 자신이 얻은 것만큼 치러야할 대가가 있다는 사실을. 세상 일이 돈으로도 안 되는 게 있다는 점을 목숨을 걸고 나서야 알게된 셈이다.
조던은 그 후로도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케팅 노하우를 알려주는 강사로 활동하게 되며,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 그 책이 바로 영화의 원작이 된 『월가의 늑대들』이다. 엄청나게 성공했다가 쫄딱 망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아마 이게 아닌가벼~ 하며 다른 일을 시도했을 것 같다. 그래서 조던의 행보가 더 인상깊었다.
사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나쁜 짓(!)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가 직원들, 동료들과 맺고 있는 관계는 좀 독특했다. 아이의 양육비가 필요했던 싱글맘 직원이 가불로 5천 달러를 받을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 조던은 2만 5천 달러를 선뜻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는 이제 명품 옷을 입고다닐 정도로 돈을 벌었기 때문에 2만 5천 달러는 껌값이다. 하지만 그때의 2만 5천 달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게 참 묘하다.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 또 누군가에게 필요한 돈을 선뜻 주는 이 행동은 뭐란 말인가.
영화 마지막 부분에 오면, 조던은 수강생들에게 "나에게 펜을 팔아보세요"라고 말한다. 왜 그는 "이렇게 이렇게 하세요"라고 하지 않았을까. 상상에 맡겨 보자. 어쩌면 그건 크게 망해본 자의 여유일지도 모른다. 조던에게는 돈을 얼마 버느냐 하는 것보다 돈을 버는 태도를 수강생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내가 속물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그만두고 맥도날드에서 일해라"고 외쳤던 사람, "세상에서 가장 나쁜 남자"라고 소개되는 사람, 정말로 돈을 좋아하는 사람, 아니 돈을 버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사람, 그가 바로 조던 벨포트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그의 성공, 실패가 그토록 유머러스하게 표현될 수 있었던 것이리라.
조던은 주식을 팔았고, 이제는 자신의 노하우를 판매하고 있는지도. 앞으로도 그는 계속 파는 행위를 하지 않을까?
현대인들은 운명을 극복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잘 따져 보면 출세해서 부귀를 누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부귀의 내용은 대부분 쾌락 아니면 방탕이고. 여기에 본성의 문제는 빠져 있다. 출세하긴 했는데 '그건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이 아니었더'라거나 혹은 그때도 여전히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면? 이런 경우 그걸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부귀를 위해 내 몸과 삶을 바친 것일뿐! 성공이란 무엇을 얻었느냐가 아니라, 본성과 경제가 얼마나 일치되는가에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경제학이다!
… 무하마드 유누스의 진단대로, "가까운 장래에는 모든 사람들이 평생 두서너 개씩의 직종을 바꿔 가며 살아야 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이 혼자 독립해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보다 빈번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젠 정말 홀로서기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창안되어야 할 것이다. 어디에도 의존하지 않고 순전히 내 힘으로 먹고살고 일을 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호모-에렉투스'가 되는 길들이. 붓다의 입을 빌려 더 멋있게 말하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리고 잊지 마시라. 그렇게 홀로 갈 수 있는 자만이 참된 벗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위의 책, 140~141쪽)
마케터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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