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상태와 의지와 몌미와 序詩

상태와 의지와 몌미와 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이제 와서 무슨 수로 바라겠는가. 이미 버린 몸…….
33년간 쌓아놓은 부끄럼만으로도 하늘을 찌르고 남을 것이다. 하지만 새해가 됐다고 해서 그 모든 부끄럼들을 쓸어버리겠다든가, 더 이상 내 인생에 부끄럼을 보태지 않겠다든가 하는 결심 따위는 하지 않겠다. 나는 올해도, 내년에도, 죽을 때까지도 계속 부끄럼을 저지르며 살겠다. 다만 내가 만들어낸 부끄럼을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남에게 떠넘기지는 않겠다. 나의 부끄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나는 그런 것으로 괴로워하고 싶지 않다. 그런 예민함의 소유자이고 싶지 않다. “잎새에 이는 바람”조차도 나를 괴롭히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긴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리 없다는 것쯤은 안다. 어차피 사방팔방이 다 바람이다. 미풍과 태풍의 차이만 있을 뿐. 바람뿐 아니라 비에도 끄떡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뗏목은 이미 잘 만들어져 있다. 욕망의 거센 흐름도 끄떡없이 건너 벌써 피안에 이르렀으니, 이제 뗏목이 소용없노라.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수타니파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꼭 사랑해야 할까? 요사이 별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을 많이 보았더니 그것들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이 차라리 다행스럽다. 나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더더군다나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할 자신이 도저히 없다. 내가 사람 아니라고 정해놓은 것들에 대해서 얼마든지 찧고 까불어야지. 그리고 그들의 불행을 진심으로 고소해해야지. 하지만 나 역시 그들에게 그리고 그밖에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는 않겠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왜냐하면… 뛰기는 싫으니까. 뛰어서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멀리 가고 싶지도 그럴 엄두도 나지는 않는다. 지금의 목표는 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계속 걷는 것. 지금 나의 상태로 말할 것 같으면, “다시 태어나도 이 일을 하겠다”고 하신 대표님과 같은 확신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고, 아직도 만두집 같은 델 가면 이런 데서 하루에 만두 100개 이상을 단숨에 빚으며 ‘생활의 달인’이 되고 싶다는 꿈(?)이나 목욕 관리사, 한복 장인과 같은 기술자에 대한 로망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만두집이나 목욕탕이 아닌 지금 여기에 있기에 『주역』과 『동의보감』을 읽고, 사주명리를 배울 수 있었음을, 그리고 앞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안다. 새로운 십 년이 시작되는 갑년(甲年)에, 나에게는 공부를 의미하는 오화(午火)가 붙었다. 올해만큼은 단순노무직에 대한 미련을 접고, 대표님 말씀대로 “하던 거나 잘 하”기 위해 잘 배우겠다고 마음먹었다. 중국어에는 (아직) 발심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주말에 우응순 선생님 강의도 더 듣고 하면서, 한문공부라도 열심히 하는 것으로…….;;; 기타 등등은 틈틈이…… 하하하;;;. 잠깐씩 쉬기는 해도 멈추지 말고 걷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편집자 k





※ 북드라망 식구들은 새해를 맞이하여 올 한해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각자 자신의 마음가짐을 씨앗문장으로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아 블로그에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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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걷기 2014.01.27 18:27 답글 | 수정/삭제 | ADDR

    "왜냐하면.... 뛰기는 싫으니까" 에서 정말 빵 터졌습니다.. 그쵸.. 뛰기는 좀... 싫죠.ㅎㅎ 몸살 기운 때문에 몽롱한 오후에 편집자 K 덕분에 크게 한번 웃었네요. ^^

    • 북드라망 2014.01.28 09:28 신고 수정/삭제

      저도 그 부분이 참 좋았드래지요(응?). 하하!
      몸살 기운이 좀 날아가셨길 바랍니다.
      오늘은 날이 많이 풀렸네요, 모쪼록 얼른 몸살이 나으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