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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민의 진료실인문학

[이여민의 진료실인문학] 치매 예방은 뇌훈련으로!

by 북드라망 2024. 1. 5.

 

치매 예방은 뇌훈련으로!



어느 날 진료실에 중년 여성 세 명이 왔다. 그분들은 우리 병원에 20년 정도 다닌 60대 환자의 지인들이고, 나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고 했다. 그 지인들은 환자가 길을 자꾸 잃어버리고 밤낮으로 전화해서 한 말을 반복해서 치매를 의심했다. 문제는 그 환자가 자신은 치매가 아니라며 강력하게 진료받기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친구들은 환자와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면서 주치의인 내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선생님을 강력하게 믿고 있으니 치매 검사하기를 유도해 주기를 부탁하러 왔다고 했다. 마침 며칠 뒤 그 환자가 혈압약을 타러 왔다. 그러고는 뇌 영양제를 꺼내 이 약을 먹어도 되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단호하게 뇌 영양제는 치매를 예방하지 못하니 뇌 검사를 해서 문제가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 좋다고 오랜 시간 설득했다. 다행히 환자분이 수긍하여 다음 날 대학병원 진료를 예약했다. 며칠 후 환자에게 연락이 왔는데 치매 초기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고 한다. 
 
 

 
 
치매! 아마 21세기에 가장 무서운 병일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두려워한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치매를 걱정하여 뇌 영양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치매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치매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예방법에도 관심이 간다. 정말 뇌를 건강하게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치매, 인지흐림증
치매는 한자어로 어리석은 치(癡)에 어리석을 매(呆)이다. 우리는 흔히 상황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할 때 슬기롭지 못하고 둔하다고 하며 이를 어리석다고 여긴다. 치매는 어리석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병적 상태를 말한다. 치매 원인은 퇴행성 뇌 질환, 뇌졸중, 알코올 등 다양하다. 이에 따라 치매 종류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혈관성 치매, 알코올성 치매가 있다. 치매의 다양한 원인과 상관없이 치매는 뇌세포가 감소하고 뇌세포 연결기능이 깨어져 전반적인 인지기능이 감소한다. 2013년 미국은 치매(dementia)에서 주요신경인지장애(major vascular neurocognitive disorder)로 질병명을 변경했다. 최근 우리나라도 보건복지부에서 어리석으면 걸린다는 치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병명을 공모하여 1위가 ‘인지흐림증’이었다. 이렇게 치매는 뇌 변화로 생긴 기질적 질환이고 주된 병적 증상이 인지 장애다.
 
치매 종류 중 70% 정도가 알츠하이머이다. 알츠하이머의 대표적 증상이 기억력 저하다. 그러다 보니 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자신의 기억력이 저하되었다고 치매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치매를 걱정하는 경우는 치매가 아니다. 앞서 본 환자의 경우처럼 치매 환자는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한다. 거꾸로 치매를 걱정하는 사람 대부분은 아직은 치매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치매를 지나치게 걱정하여 치매에 좋다고 선전하는 뇌 영양제를 복용하려는 것이다. 이는 근원적으로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이 아니다.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도 않은 것이다. 치매 치료는 의사에게 맡겨야겠지만. 치매를 걱정하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말 치매를 예방하고 싶다면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뇌세포 훈련하기
치매를 예방하려면 뇌를 건강하게 하면 된다. 시험 성적을 잘 받으려면 공부를 꾸준히 열심히 하여야 하듯이 뇌를 건강하게 하려면 뇌세포를 훈련해야 한다. 뇌는 어떻게 훈련할까? 
 
뇌가 하는 일을 알면 뇌를 훈련하는 방법도 알 수 있다. 흔히 두뇌를 좋게 하려면 생각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안다. 아니다! 두뇌를 좋게 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 책상에 오래오래 앉아 있는 것보다 50분 공부하고 10분 산책하는 것이 뇌의 활성화에 훨씬 도움이 된다. 뇌는 운동하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식물은 뇌가 없다. 움직이지 않아서 뇌가 필요 없다. 멍게는 태어나서 움직일 때는 뇌가 있다. 그런데 바위에 자리 잡고 성체가 되면 “자기 뇌를 소화해서 흡수해 버린다.”(김주환, 『내면소통』, 인플루엔셜, 2023, 480쪽)더 이상 움직일 필요가 없어서 뇌를 없앤 것이다. 방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 뇌가 퇴화하고 있는 상태라고 상상하면 된다. 그래서 공부에는 치고 빠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의자에 앉아 공부도 하지만 나가서 햇빛을 쐬며 운동도 해야 한다. 뇌 건강에도 1순위가 운동이다. 공원을 걸으면 햇빛을 느끼고 나무를 보고 새소리를 듣는다. 걷는 것은 뇌의 전두엽을, 나무를 보는 것은 뇌의 후정엽을, 듣는 것은 뇌 측두엽을 훈련한다. 만약 다리가 아파 걷지 못한다면 손으로 여러 가지 움직임을 만드는 것 또한 뇌의 전두엽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손, 발을 움직이는 것은 뇌 건강에서 가장 중요하다. 
 
 

 
 
특히 치매는 알코올과 관계가 많다. 알코올 중독증 환자에게 치매가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심리 강연으로 인기를 끈 A씨가 있었다. 그는 TV 방송을 많이 했는데 며칠 전 알츠하이머로 진단받고 모든 강연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그의 나이가 50밖에 안되었다. 그런데 그는 30대에 알코올 중독이어서 치료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알코올은 뇌에 치명적이다.  뇌에는 독성물질이 들어가지 않는다. BBB(Blood Brain Barrier, 혈액뇌장벽)라는 뇌를 보호하는 훌륭한 시스템 덕분이다. 그런데 알코올은 BBB를 통과한다. 적포도주 1잔 정도는 혈관을 활성화하는 도움을 주어 혈관성 치매를 예방한다는 논문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과도한 음주는 BBB를 통과하여 뇌세포를 망가뜨린다. 특히 뇌의 측면에 있는 언어중추 베르니케 영역이 고장이 난다. 그래서 술에 취하면 한 말을 반복하고 횡설수설한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치매 예방법은 술을 먹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져서 술을 찾는다. 기분이 좋아지는 데 필요한 술은 딱 한 잔이다. 대부분은 거기에서 멈추지 못한다. 그러다가 중독이 되면 슬퍼도 먹고 기뻐도 먹고 온갖 핑계를 대서 먹게 된다. 그래서 술을 절제하지 못한다면 마시지 않는 편이 훨씬 좋다. 
 
치매가 진행되면 제일 먼저 평소 안 하던 행동을 한다. 위의 사례처럼 시간 개념이 사라져서 한밤중에 전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마디로 성격이 바뀐다. 이것은 우리 뇌 부분 중 전두엽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전두엽은 어떤 목표를 세워서 일관되게 추진하고, 현재 상황을 잘 파악해 최적의 결정을 내리고, 상황에 따라 상대방의 감정과 입장을 고려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헤아리는 뇌다. 이 뇌가 망가진 것을 전두엽 치매라고 한다. 전두엽 치매는 대표적으로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판단력이 떨어진다. 그 결과 성격이상으로 나타난다. 평소 나 혼자 있는 것을 지나치게 좋아하면서 내 마음대로 하는 성향이 있다면 주의하자. 이 경우 주위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을 훈련할 기회가 없다. 결국 전두엽 치매에 더 잘 걸릴 수 있다. 이를 논증하는 자료가 있다. 수녀님들이 죽은 뒤 뇌 건강 발전을 위해 뇌를 기부해서 연구하도록 하였다. 놀라운 사실은 수녀님들이 치매가 걸린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가졌으나 살아생전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뇌과학자들은 수녀님들이 평소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식사를 많은 사람과 함께 하며 대화하는 생활 습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두엽을 열심히 쓴 것이다. 개인 시간 중 일정 부분을 사회적 네트워크에 노출하여 불편한 상황에 부딪히며 감정 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빙고 게임, 당구, 화투, 윷놀이, 라인 댄스, 골프, 책 읽기 무엇이든지 좋다. 함께 모여 웃고 떠들며 활동하고 같이 밥 먹는 것 자체가 치매를 예방한다. 
 
그리고 뇌를 항상 활발하게 하는 것은 낯선 환경이다. 그래서 여행을 가면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서 몸과 마음이 매 순간을 살아있게 된다. 이렇게 처음 마주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뇌를 건강하게 한다. 우리는 잘하는 것은 익숙해서 더 하려고 한다. 한 가지만 잘하면 그 뇌세포만 뚱뚱해져서 주위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뇌는 연결성이 중요하다.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구슬이 있어도 꿰어야 목걸이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능력이 못해서 피하고 싶은 ‘낯섦’과 마주치는 방법이다. 잘해서 1등 하는 것을 더 하지 말고, 못해서 꼴찌 하는 것에 시간을 쓰라는 뜻이다. 이과 성향을 보인 사람이라면 그림을 그리고 문과 성향을 보인 사람이라면 과학 공부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처음 배우는 외국 언어 같은 것이다. 일본 할머니들이 구십 넘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시를 쓴다고 한다. 낯선 언어를 배우고 시를 쓰는 순간 뇌는 활발히 움직이고 새로운 뇌세포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과생 의사인 나도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뇌에 새로운 사유의 길이 생긴다는 것을 몸소 체험 중이다. 
 
몸을 움직이는 습관, 술을 최대한 적게 먹기, 사람들과 어울려 밥 먹고 대화하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공부가 뇌를 건강하게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수면이다. 

 


잠이 보약!
치매 중 가장 많은 알츠하이머는 아밀로이드라는 독성물질이 만들어지고 쌓여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뇌세포가 주로 파괴되어 그 기능을 잃어간다. “정상인의 경우, 아밀로이드는 생성된 후 체내에서 빠르게 분해되어 인체에 쌓이지 않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밀로이드 [amyloid] 화학백과) 그래서 수면과 아밀로이드 배출의 연관 관계를 실험해 보았다. 잠을 충분히 잔 경우에는 아밀로이드가 제거되는 속도가 빨라졌다. 깨어 있는 동안 생성된 잠재적인 신경 독성물질이 수면을 통해 제거되어 뇌 기능이 회복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낮잠을 자주 자는 경우에도 아밀로이드가 더 많이 쌓여 있었다. 낮잠을 많이 자는 것이 야간 수면 장애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아밀로이드가 축적되는 것 자체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아밀로이드가 축적되면 수면 각성을 조절하는 뇌 중추 기능이 떨어진다. 쥐를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 아밀로이드가 축적되면 잠이 얕아지고 깨어 있어야 하는 시간에 졸음이 늘어난다. 면역 치료기법으로 아밀로이드를 제거하자 비정상적인 각성 상태가 없어졌다. 
 
 

 
 
잠은 정말 보약이다.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온갖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시간이 밤, 잠자는 시간이다. 아침에 해 뜨면 나가서 햇빛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그러면 수면 시간을 조절하는 뇌의 송과체에서 밤에 잘 시간을 설정한다. 몸시계는 이렇게 자연의 변화에 따라 건강하게 살도록 저절로 조절된다. 현대인은 잠을 자지 못하고 자주 깨어 있게 만드는 각성 물질인 카페인을 많이 섭취한다. 커피, 비타민, 녹차, 초콜릿을 말이다. 그러면 자야 할 시간에도 자야 한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체력이 좋아진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성적으로는 서서히 뇌에 독성물질이 쌓이는 중임을 알아야 한다. 
 
한편 나이가 들수록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잠들기도 어렵고 자주 깬다. 82세 환자분은 불면증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수면제 처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수면제를 먹으면 치매에 걸릴까 봐 걱정돼서 약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이분처럼 ‘수면제를 먹으면 치매에 걸린다.’라고 말하는 분이 많다. 실상은 반대이다. 잘 자야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 전문가인 의사와 상의해서 본인의 생활 습관에 맞게 약을 잘 먹어 수면을 확보해야 한다. 니체가 말한 것처럼 잘 자려면, 낮에 최대한 깨어서 많이 웃고 소화가 잘되며 잠자리에 걱정을 가져가지 말아야 한다.


뇌 미인이 되자 
유명한 대학병원 신경과 의사가 『뇌美인』 (나덕렬, 『뇌美인』, 위즈덤스타일, 2017)이라는 책을 냈다. 이 의사는 우리가 투자해야 할 대상이 얼굴이 아니라 뇌라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우리는 얼굴과 몸을 가꾸는 것에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그런데 정작 내 행동과 말과 마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뇌에 대해 무관심하다. 그러면서 치매에 대해 걱정은 엄청 많이 한다. 이제 걱정은 그만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배워서 하자.  
 
매일 운동하고, 친구 만나 밥 먹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밤에 잘 자기! 뇌를 아름답게 하는 방법, 너무 쉽지 않은가? 치매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날마다 눈 뜨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어제의 습관으로만 세상을 보지 말고 아기가 태어나 세상을 처음 만나는 것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보자. 그러면 하루는 흥미진진한 일투성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사건이 벌어지면 뇌세포를 훈련하는 중이라 생각하면 된다. 주위에 기꺼이 도움도 청해보자. 매 순간 배우는 자세로 임한다면 살만하지 않은가? 치매는 영양제를 먹어서 예방하는 것이 아니다. 뇌를 건강하게 훈련해서 뇌 미인이 되어야 예방이 가능하다. 우리 모두 뇌를 훈련하자.   

 


글_이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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