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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민의 진료실인문학

[이여민의 진료실인문학] 아프냐? 움직이고 적게 먹어라!

by 북드라망 2024. 1. 31.

아프냐? 움직이고 적게 먹어라!
 

최근 29살 남자 조카가 약을 먹어도 배 아픈 것이 차도가 없어 상급병원 진료를 권했다. 여러 검사 후 조카는 급성 담낭염으로 진단받았다. 담낭은 간에서 생성한 담즙을 저장하는 주머니이다. 담즙은 지방 덩어리를 작은 알갱이로 쪼개 소화가 잘되게 한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고 이 콜레스테롤이 뭉친 결석이 담낭에 생긴다. 결석이 생긴 담낭에는 세균 감염이 잘 되어 염증이 자주 일어난다. 이게 담낭염이다. 조카가 이 경우였다. 치료법은 담낭을 제거해야 한다. 염증이 일어난 장기를 그대로 두면 터져서 복막염으로 진행하여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그런데 조카는 1년 전부터 고혈압, 고지혈증, 고요산증과 지방간으로 약을 먹고 있었다. 이는 모두 대사증후군 질환이다. 대사증후군 질환은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진 상태) 때문에 콜레스테롤이 높아져 담석이 잘 생긴다. 대사증후군은 보통 4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국가 건강검진에도 40대 이후에 이 부분을 검사하고 있다. 그런데 20대 청년에게 이 질환이 나타났다. 왜일까?

 


만병의 원인, 인슐린 저항성
대사증후군은 “인슐린 저항과 심장 혈관병 위험 증가와 연관된 대사 위험 질환”이다.(네이버 국어사전) 증후군은 여러 가지 인자가 겹쳐 있단 말이다. 한사람에게 비만, 고혈당, 고지혈, 혈압 상승 같은 대사 위험이 겹쳐 있어 심장과 뇌혈관질환의 위험이 증가한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성인병으로 많이 일컬어진다. 최근에는 학계에서 성인병의 가장 큰 원인이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연구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슐린 저항성을 알기 전 인슐린은 어떤 호르몬일까? 


인슐린은 췌장에서 만들어진 호르몬으로 혈액을 통해 여러 장기에 영향을 준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인슐린 역할은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것이다. 인슐린은 세포 바깥막의 자물쇠를 열어 문을 열고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넣어주는 열쇠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의 주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보내서 사용하게 만들고 적정 혈당 수치를 유지한다. 혈당 수치를 정상적으로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당뇨병이다. 말하자면 당뇨는 인슐린 작동이 고장 나서 생긴 질병이다. 그 외에 인슐린은 간세포에 작용하면 지방을 합성하고 근육세포에 작용하면 새로운 단백질을 합성한다. 이렇게 “인슐린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세포에서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을 조절하고, 세포의 크기를 바꾸고, 다른 호르몬의 생성에 영향을 주고, 심지어 세포의 생과 사를 결정한다.” (벤저민 빅먼 지음, 『왜 아플까』, 황성혁 감수/ 이영래 옮김, 북드림, 2023, 31쪽) 이렇게 인슐린은 혈당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세포의 대사 합성 과정에 관여하는 만능열쇠 역할을 한다. 이 열쇠가 고장 나기 시작하는 것이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인슐린양은 충분한데 열쇠가 고장 나서 세포 문을 못 열거나, 조금밖에 열리지 않으면 혈액에 있는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충분히 들어가지 못한다. 결국 혈당 수치가 상승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2형 당뇨로 발전하게 된다. 인슐린 저항성이 지속되면 당뇨가 된다는 말이다. 또 인슐린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혈관 벽을 두껍게 하여 고혈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아져 담낭 결석을 만들기 쉽다. 서두에 말한 조카가 이 경우이다. 이외에도 여성은 난소 기능이 억제되어 난임이나 불임의 원인이 되고, 멜라닌 색소를 많이 만들어 피부색이 어두워지고 쥐젖이 많이 생긴다. 현대인들에게 흔한 역류성 식도염, 암세포 증식, 모두가 걱정하는 치매와 노인성 골절, 치료가 어려운 편두통도 인슐린 저항성과 관계가 있었다. 인슐린이 모든 세포의 성장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병의 원인이 인슐린 저항성이다. 

 

 


움직이기만 해도 반은 해결
그렇다면 인슐린 저항성은 왜 생기는 것일까?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있다. 유전적 요인은 당뇨 가족력을 말한다. 그러나 “유전적 돌연변이는 대단히 드물다.” (같은 책, 125쪽)라는 좋은 연구 결과가 있다. 가족력이 있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환경적인 요인이 매우 중요하다. 환경적 요인은 운동 부족과 영양 과다 섭취이다. 현대에 가장 문제가 되는 비만은 닭과 달걀 중 어느 것이 먼저냐 하고 따지는 것처럼 인슐린 저항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슐린이 지방 세포에 성장을 지시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20, 30대 나이에 비만이면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한 당뇨 고위험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 인슐린 저항성은 생활 습관을 바꾸면 대부분 해결된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피 엔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씨앗을 뿌려야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의 위험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삶의 요소가 운동과 먹는 음식이다. 뭐야 다 아는 이야기잖아 하고 치부하지도 말고, 혹독한 운동과 다이어트를 상상하며 괴로워할 필요도 없다. 이전의 상식을 버리고 인슐린 저항성의 맥락으로 운동을 먼저 살펴보자.

 

  “건강한 사람도 며칠만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눈에 띄게 나타나며 나이가 들수록 심화된다. 단 일주일만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으면 인슐린 저항성은 7배가 높아진다.” 같은 책, 170쪽

 

 

처음에 살펴본 것처럼 우리 몸은 인슐린을 이용하여 혈액 내 포도당을 각 조직으로 이동시키고 혈당 수치를 정상으로 만든다. 그런데 인슐린을 이용하지 않고 혈당을 떨어뜨리는 기관이 있다. 바로 근육이다. 어떤 식으로든 움직이면 근육은 수축한다. 그러면 바로 혈당을 떨어뜨리고 인슐린이 필요 없어져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 체중 감소 여부와 상관없이 몸을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해 볼 만 하지 않은가?


2시간 동안 계속 앉아있던 사람이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한 사람에 비해 식후 혈당이 2배 정도 높았다. 계속 앉아 한 자세를 유지하며 움직이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느라, 독서실에서 공부하느라, PC방에서 게임에 몰두하여 움직이지 않는 것이 정말 좋지 않다는 뜻이다. 알람 설정을 하여 20분마다 스트레칭을 하거나 자세를 바꾸어주기만 해도 이 문제는 해결된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3개월 동안 꾸준히 하면 체중 감소가 없어도 인슐린 감수성이 좋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일주일에 1시간밖에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근력 운동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는 더 효과적이다. 20분 이하의 짧은 시간이라면 강도 높은 운동을 권한다. 운동할 시간을 절대 낼 수 없다면 환경을 이용하자. 직장이나 집, 상가, 지하철 어디에나 있는 계단을 이용하여 걸어 올라간다. 쓰레기 버리기는 기꺼이 내가 한다. 제자리 뜀뛰기, 무거운 생수병 들기 등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무조건 운동해야 한다. “자주 그리고 힘들게” (같은 책, 180쪽) 를 기억하며 움직이는 것이다. 



알고 먹자!
우리 몸은 아침에 일어나서 활동하려면 연료가 필요하다. 그래서 수면 주기 마지막에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들이 출동한다. 카테콜아민, 성장 호르몬, 코르티솔이 그 호르몬이다. 덕분에 혈당이 올라가니 혈액 내 당을 조직으로 이동시키고자 인슐린 수치도 올라간다. 이른 아침에 일시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는 말이다. 그래서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늦잠을 자거나 직장이 멀어 바쁜 현대인은 아침 식사를 간편식으로 많이 한다. 과일 주스, 시리얼, 죽, 토스트 등이다. 설탕과 탄수화물로 가득한 이 식사는 인슐린을 폭발하게 한다. 인슐린은 지방 연소를 막고 지방 세포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 더 많은 지방을 더한다. 

 

“지나치게 많은 인슐린이 인슐린 저항성의 주된 동인이라는 것을 알면, 해법의 반응 사슬이 확연히 드러난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다=혈당이 떨어진다=혈중 인슐린이 개선된다=인슐린 민감성이 개선된다. 인슐린이 낮아지면 ‘인슐린 장치’에 재설정(민감성 회복)이 이루어진다.” 같은 책, 196쪽

 


단백질은 인슐린 분비를 약하게 유발하고 탄수화물은 눈에 띄게 인슐린이 증가한다. 그래서 단백질 식품인 달걀, 우유, 두부가 아침 식사로 좋다. 정제 탄수화물, 즉 과자나 빵같이 부드럽고 달콤한 음식은 피하자. 대신 강낭콩, 병아리콩, 통밀빵, 현미같이 혈당 지수를 적게 올리는 음식을 택하면 이롭다. 놀라운 사실은 지방이 인슐린 분비를 전혀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름진 음식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비만한 경우는 좀 다르다. 비만은 “지방 세포가 지나치게 커지면 혈액 속의 면역 단백질 수치가 만성 염증 상태” (같은 책, 152쪽) 가 된다. 이 경우는 해가 없는 포화 지방을 먹어도 염증 반응을 통해 세라마이드 세라마이드(ceramid); 스핑고지질(sphingosine)의 한 형태로서 스핑고신(sphingosine)과 지방산으로 구성된 분자이다. 세라마이드는 세포막에 다량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세포분화, 성장, 사멸 등의 다양한 세포 신호전달에 관여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 백과])라는 문제가 되는 상태로 바꾼다. 이후 세라마이드는 세포의 인슐린 민감성을 떨어뜨린다. (같은 책, 153쪽) 그러나 방법이 있다.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지방 섭취를 늘리면 세라마이드 수치가 올라가지 않는다. 우리 병원에 오는 2형 당뇨병 (당뇨병은 그 기전에 따라 제1형 당뇨병과 제2형 당뇨병으로 나눌 수 있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아서 발생한 당뇨병을 제1형 당뇨병이라고 하고, 인슐린 분비 기능은 일부 남아있지만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상대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여 발생하는 경우를 제2형 당뇨병이라 한다. [네이버 지식 백과]) 환자가 이 방법으로 몸무게를 5kg 이상 줄였다. 그 결과 약용량도 줄어들었다. 탄수화물 제한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준다는 것을 진료 현장에서 체험한 것이다.

 

 

 

내가 너무 좋아했던 것이 사실은 나를 죽이고 있다면? 이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면 인연을 딱 끊을 수 있다. 독약을 자진해서 먹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 글을 쓰면서 아침에 커피와 초콜릿 스틱을 먹고 있었다. 인슐린을 과다하게 올리는 나쁜 식사임을 인지하고 한 입 베어 물은 초콜릿 스틱을 쓰레기통에 바로 버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무심코 편하다고 먹던 고탄수화물 식사를 바꾸기를 바란다.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기 위해 달콤한 음식을 덜 먹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자.  

 

지금은 영양 결핍 시대가 아니고 과잉의 시대이다. 좋은 점은 내가 똑똑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음식의 종류뿐 아니라 먹는 시간도 그렇다. “1980년대까지는 간식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같은 책, 190쪽

 


현대는 어느 때보다 자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먹거리가 풍부하고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양한 식이 요법이 세상에 쏟아져 나왔다. 조금씩 자주 먹기, 1달에 한 번 24시간 단식하기, 간헐적 단식을 권하기도 한다. 이런 식사법은 인슐린 저항성의 측면에서 보면 어떨까? 식사하면 혈중 인슐린 수치가 올라가고, 높아진 인슐린 수치가 저항성 발생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고로 자주 먹을수록 인슐린 조절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간식을 멀리하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이 우리 몸에 훨씬 이롭다. 


최근에는 간헐적 단식이 각광을 받는다. 단식의 효과는 인슐린의 상대역인 글루카곤('글루카곤(glucagon)' 췌장의 랑게르한스섬 알파 세포에서 분비되어 인슐린과는 반대로 혈당을 올리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덕분이다. 인슐린이 몸 안의 에너지를 절약하려고 한다면 글루카곤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싶어한다. 먹는 것이 들어오지 않으면 인슐린이 줄고 글루카곤이 늘어나 지방분해를 활성화하여 에너지를 사용하게 한다. 덕분에 살이 빠지는 것이다. 이 효과를 노려 간헐적 단식을 한다. 그러나 자신의 몸에 맞게 실험해보고 현명하게 해야 한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고도 이후에 요요현상이 오는 것처럼 단식 이후에 보상심리가 발동하여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겹살을 먹고 배가 불러도 밥을 먹는 것은 탄수화물이 대뇌에 만족감을 주는 작용 때문이다. 감정이 안정되지 못하고 불안하면 탄수화물을 자신도 모르게 많이 찾게 된다. 요즈음 이것을 ‘탄수화물 중독’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감정을 관찰하며 식단을 조절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출가 수행자들에게 “때아닌 때에는 먹지 말 것”을 강조하였다. “낮 12시 이후부터 다음 날 아침 해 뜰 때까지 음식을 먹지 않는 오후 불식(午後 不食)”을 전통적으로 지키게 했다. 지금도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 불교 국가 출가 수행자들은 오후 불식 전통을 계승해 오고 있다. 나는 오후 불식이 부처님 당시 탁발해서 얻어먹는 출가 수행자들의 조건에서 취한 최선의 생존 방법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다 보니 “때아닌 때 먹지 않는 것”은 간식을 하지 않는 것이다. 또 오후 불식은 단식 상태를 만들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 결과적으로 수행자들이 당뇨나 고혈압 같은 성인병도 예방하고 머리가 아픈 편두통, 속이 쓰리고 괴로운 역류성 식도염이 나타나지 않으니 건강하게 수행에 전념할 수 있었다. 최상의 수행 조건이었다. 회식이 많은 현대인은 오후 불식이 불가능할 수 있다. 대신 오전 불식을 하면 된다. 오전 불식은 아침을 거르고 점심과 저녁을 먹는 것이다. 

인류에게 이렇게 먹거리가 풍족한 때가 있었던가? 손가락으로 핸드폰을 누르기만 하면 집 앞에 온갖 음식들이 배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사고 손질하는 노동 시간이 대폭 줄었다. 태양이 환하게 빛날수록 그림자의 음영이 더 짙어진다. 그처럼 먹거리의 풍부함과 간편함이 인간에게는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가져왔다. 그 결과 젊은이도 온갖 성인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러나 해결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몸을 수시로 움직이고 간식을 끊고 약간 배고픈 상태를 즐기는 식사를 하는 것이다. 인류는 기아 상태를 오랜 세월 겪어서 무의식적으로 배고프거나 먹을 것이 있으면 배 속에 넣어 저장하려고 한다. 지금은 그런 시절이 아니다. 오히려 배고픈 상태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지금 아프냐? 적게 먹어라! 

 


글_이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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