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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와 조직을 넘어 인간 해방의 길로

by 북드라망 2023. 1. 9.

 

제도와 조직을 넘어 인간 해방의 길로

 

전 세계의 제도와 조직은 인류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 다양한 물질적 조직을 만들었다. 전쟁과 민주주의, 독재 정치 그리고 종교적 제도 (…) 오래전부터 수많은 종류의 제도가 있었지만, 그 어떤 것도 인간의 내면을 바꾸지 못했다. 제도는 절대 인간을 근본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바꿀 수 없다.(『크리슈나무르티의 마지막 일기』, 161쪽, 『곰숙씨가 사랑한 고전들』, 251쪽에서 재인용 )


“열세 살의 나이에 신지학회(神智學會)에 발탁되어 지도자로 키워”(『곰숙씨가 사랑한 고전들』, 214쪽)진 크리슈나무르티가 한 말이다. 인용문을 살펴보면 그는 세상의 어떤 제도와 정치 그리고 종교적 제도보다 “인간의 내면”을 바꾸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듯하다. 여기서 나는 궁금해진다. “인간의 내면”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또 왜 “인간의 내면”을 바꿔야 하지? 

그의 말을 좀 더 들여다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생각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이 생각이 태도와 행동, 문화, 염원들을 만들어내지요. 그리고 이 의식이 곧 자신이며 ‘나’인 동시에 자아이며 인격입니다.”(같은 책, 217쪽) 크리슈나무르티가 말하는 “인간의 내면”이란 인간이 살아가며 행동하는 모든 것들, 곧 생각과 태도 나아가 문화와 염원까지 포함하는, 그러니까 의식 활동의 전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좀 더 풀어서 말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것, 살아가는 태도와 행동들 그리고 어떤 바람을 가졌는지가 ‘나’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사실 내게 중요한 것도 ‘나’라는 존재를 만드는 하루하루의 일상이다. 오늘은 좀 더 어제보다는 나은 내가 되길,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되길 바랄 뿐이다. ‘성숙한 인간’이 된다는 건 그리 거창한 말이 아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덜 홀리고, 운동을 하고, 아이에게 화를 좀 덜 내는 하루를 보내고 싶을 뿐이다. 이는 크리슈나무르티가 주장하는 것처럼 어떤 제도나 종교를 믿는다고 해서 오늘의 내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높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현장이 초라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아예 일상이 무시되는 경우가 있을 듯하다. 

크리슈나무르티는 그 어떤 제도나 종교단체보다 개개인의 수행이 조금은 더 나은 인류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을까?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이 “깊은 내면”, 곧 자신들의 생각과 태도, 염원들을 바꿔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향으로 바꿔 나가야 할까? 자신을 따르는 3000명의 신도 앞에서 교단을 해체하면서 발표한 ‘동방의 별 해체 선언문’을 다시 들여다본다. 

 

전 오로지 한 가지 근원적 일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인간을 해방시키는 일입니다. 종교나 종파를 만들거나, 새로운 이론이나 철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속박과 두려움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기를 열망합니다. ('동방의 별 해체 선언문' 중)


크리슈나무르티는 목표가 확실하다. “모든 속박과 두려움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기를 열망”한다는 것! 하지만 그는 단호히 말한다. 그 길은 누구도 해줄 수 없고 오로지 스스로 가야 한다고. 점점 더 그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또 어딘가에 자유로 향하는 방법까지 제시하지 않았을까? 크리슈나무르티를 따라 누군가로부터, 또 어떤 사상과 제도로부터, 혹은 나를 구속하는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속박되지 않는 힌트를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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