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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북드라망은 지금

지금 만드는 중입니다 ― 『쿠바와 의(醫)생활』 ― 쿠바를 통해 바라보는 의(醫), 그리고 의(醫)를 통해 바라보는 쿠바 이야기

by 북드라망 2022. 12. 26.

지금 만드는 중입니다

― 『쿠바와 의(醫)생활』 ―

쿠바를 통해 바라보는 의(醫), 그리고 의(醫)를 통해 바라보는 쿠바 이야기
 


지금 북드라망에서 편집에 들어가 만들고 있는 책은 김해완 선생님의 책 『쿠바와 의(醫)생활』입니다. 김해완 샘은 뉴욕에서 남미문학을 공부하러 쿠바에 갔다가 돌연 의대에 진학하게 되었고, 또 팬데믹의 여파로 그곳을 떠나 지금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의대에서 공부하는 중입니다.(자세한 사연이 궁금하신 분은 ‘백미토크’ 영상을 참조하세요. ⇒ 클릭) 북드라망의 애독자 분들이시라면 올해 초 저희가 출간한 『돈키호테, 끝없는 생명의 이야기』의 저자라는 걸 아시겠지요. 

 

『쿠바와 의(醫)생활』은 김해완 샘이 쿠바에서 있었던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쿠바에서의 경험을 담은 책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쿠바 생활 전반을 스케치한 것이 아니라 “‘의(醫)’를 중심으로 조직된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춘 책입니다. 여기서 중심은 ‘의(醫)’와 ‘네트워크’입니다. 쿠바는 흔히 “(공공)의료의 천국” 혹은 “실상은 지옥”이라는 반대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는 나라입니다. 우리의 경우 여러 책에서 ‘쿠바’는 ‘카리브해의 낭만’이나 ‘사회주의적 평등’을 간직한 곳, 미국의 봉쇄에 맞서서 자립을 이룬 곳 등으로 많이 언급됩니다. 

 

쿠바에서 만 3년의 시간을, 그중에서 2년은 의대생으로 보낸 김해완 샘은 “쿠바인들은 치유란 수많은 인연이 얽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것을 내게 가르쳐 주었다”고 말합니다. 인간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생로병사 앞에서, 우리의 ‘의(醫)생활’은 어떤 모습인지, 쿠바의 이야기를 통해 자꾸 묻게 됩니다. 

 

이 책은 내가 직접 보고 겪은 쿠바 생활을 스케치한 것이다. 생활 전반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의(醫)를 중심으로 조직된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추었다. 의(醫)라고 하면 ‘의료’나 ‘의학’처럼 미리 구획된 영역을 떠올린다. 그러나 제도와 학문 이전에 신체가 기거하고 또 변해 가는 일상의 네트워크가 선재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를 활발하게 활용하는 쿠바인들은 치유란 수많은 인연이 얽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것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의료인의 기술과 소통능력만큼이나 환자들의 주도성도 중요하며, 제도적인 뒷받침도 더해져야 한다. 각각의 요소들이 경계 없이 섞이는 곳이 바로 생활이다.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이 영역을 지칭할 말이 따로 없어서 ‘의생활’이라는 표현을 만들게 되었다.(「인트로_의생활선언」 중에서)

 

꼰술또리오의 수다 한마당은 생리적·병리적 변화가 찾아올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마을 내에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모든 인간은 관계 속에서만, 즉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에 속해 있고 또 나의 이야기에 타인이 참여하고 있다는 확인 속에서만 존재감을 느낀다. (......) 생로병사의 보편성은 사람들의 관계도 평등하게 만든다. 꼰술또리오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의 도움에 빚지며 사는 ‘마을 주민’으로서 동등하게 만난다. 지금 등교하고 있는 의대생은 몇 년 전에는 내가 부모님이 안 계실 때마다 돌봐주던 옆집 꼬맹이였고, 몇 년 후에는 나와 가족들을 돌봐주는 동네 주치의가 될 것이다. 사춘기 시절 이웃집 아저씨의 도움을 받고 방황을 끝냈던 청년은, 훗날 독거노인이 된 이 이웃이 오늘도 무탈한지 매일 체크하는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낼 것이다. 가족주치의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마을의 노인들은 주치의의 간식을 챙겨주는 도우미를 자처하며 꼰술또리오에 당당하게 들어올 것이다.(「인트로_의생활선언」 중에서)


꼰술또리오는 쿠바의 ‘마을진료소’입니다. 마을마다 있는 이 진료소는 마치 과거 농촌의 마을회관처럼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일상을 나누는 서로가 서로를 돌봐주는 수다의 공간입니다. 해완 샘은 꼰술또리오의 사람들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환자들은 이야기를 생산해 내는 ‘헤비 토커’(heavy talker)이고, 간호사는 주민들의 숟가락 개수부터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실시간 파악하는 ‘서치 엔진’(search engine)이며, 가족주치의는 모든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종합해 내는 ‘리스너’(listener)”라고. 

 


지금 우리로서는 감을 잡기 힘든 이야기지요. 『쿠바와 의생활』을 기다려 주세요. 쿠바의 생활에서 출발하여 마을과 학교와 사회의 ‘의(醫)생활’이 해완 샘 특유의 성찰과 함께 펼쳐집니다. 그리고 아마 동감하게 되실 겁니다. “관계의 토대가 튼튼할수록 개인의 치유력도 상승된다”는 해완 샘의 이야기에요.

카리브해에서 만난 ‘몸과 관계와 치유의 이야기’, 『쿠바와 의생활』은 3월 초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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