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Ozzy Osbourne ,『Blizzard to Ozz』- 어쩌다 한번 폭주기관차가 되고 싶을 때

Ozzy Osbourne - 『Blizzard to Ozz』

어쩌다 한번 폭주기관차가 되고 싶을 때



지금 생각해 보면,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 '취향'에도 잘 맞지 않는 헤비메탈, '쓰래쒸' 메탈, 데쓰 메탈 등등 이른바 '메탈'에 푹 빠졌던 적이 있었다. 나에게 처음으로 '롹'의 세례를 준 밴드는 이른바 '얼터너티브'라는, 90년대 미국 시애틀을 중심으로…, 여하튼 '메탈'과는 거리가 있는 밴드들이었다. 6,5번 줄만 주구장창 긁어대다가 키보드로 친 것인지, 기타로 친 것인지 모를 정도의 '속주'를 들려주던 '메탈'은, 그러니까 막 피가 철철 흐르는 그 '메탈'이라는 것은……, 아, 그것은 도무지 나의 감성에 맞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내가 접했던 메탈 밴드들이라면 많든 적든 가지고 있었던 그 기묘한 '작위성'이 문제였던 것 같다. 거의 클리셰가 되었던 '악마숭배'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을 하면서는 절대 입을 수 없을 것 같은 이상한 옷들과 메이크업까지...




그런데, 그렇게 (싫지는 않았지만) 껄끄러웠던 '메탈'에 빠져들었던 적이 있다. 오늘 소개하는 이 음반, 오지 오스본의 『Blizzard to Ozz』를 듣고 그렇게 되었던 것은 아니다. 교복 튜닝 했다고 얻어 맞고, 신발 이상한거 신었다고 얻어 맞고, 쪽지 시험 못봐서 얻어 맞고, 야자 도망가서 얻어 맞고…, 수도 없이 맞았던 그 시절, 음악이든 뭐든 '쎈 것'을 찾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시절이었다. 어느날 정신차리고 보니 오지 오스본부터 주다스 프리스트, 아이언메이든 메탈리카, 메가데쓰, 세풀투라 더 나아가서는 카니발콥스와 카라카스, 네이팜 데스까지 무시무시한 것들을, 듣고 있었다. '메탈'이 안 맞았던 내가, 학교에서 맞다가, 메탈이 맞아버린 셈이다.


여하튼 그 시절 나는 교내 밴드에서 활동하였는데, 남자 고등학교 밴드의 시간은 묘하게 느리다. 어쩌면 고정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얼터너티브가 한참 유행할 때에도 그들은 '메탈'을 하고 있고, 브릿팝이 유행할 때에도 '메탈'을 했으며, 테크노와 일렉트로니카, 신스팝이 세상을 휩쓸고 있을 때에도 '메탈'을 하고 있었다. 매번 같은 '메탈'은 아니다. 나는 본조비와 스키드로우를 연습했는데, 5년 터울의 사촌 동생은 콘과 림프비지킷을 연습했다더라. 요즘은 뭘 연습하고 있으려나……. 어쨌든 '메탈'은 끝없이 촌스럽지만, 남고생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뭔가가 있었다. 선생님에게, 선배에게 얻어 맞으면서 쌓인 폭력적 울분 같은 게 큰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렇게 빠져들지 않았을까. 남녀공학이나 여고 밴드가 가진, 그들도 의도 하지 않은 '그런 어떤' 세련됨, 고등학교 시절 내내 그게 부러웠다. 나도 축제 때 크렌베리스의 'Dreams'나 포넌블론즈의 'What's up' 같은 곡들을 연주하고 싶었다.(메탈리카의 'Enter sandman' 같은거 하기 싫었다. 진짜…….) 




흠, 약간 격해져서 곁다리로 많이 새버렸는데, 앨범 이야기를 해보자. 이 음반은 내가 산 거의 최초의 '메탈' 음반이다. 당연히 가이드는 잡지에서 얻었다. 기사를 읽으면서 '오지 오스본'하면 메탈의 '킹왕짱'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밴드에서 기타를 쳤던 랜디 로즈는 세계에서 기타를 가장 잘 치는 사람이었는데,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요절하고 말았다는 그 사연에, 어떤 매혹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요절한 천재'의 이야기에 매혹되지 않을 10대는 드문법이니까. 


어쨌든 그렇게 해서 앨범을 듣게 되었는데, 거기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오지 오스본의 창법이 있었고, 도무지 이걸 인간이 칠 수 있는 건가 싶은 랜디 로즈의 기타 솔로가 있었다. 충격적이었고, 좋았다.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얻어맞던 날들과 '메탈'이 맞물리면서 더 쎈 걸 찾는 부작용이 있기는 했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뭐든 가리지 않고 '들을 수 있는 귀'가 아마 그때쯤 세팅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니까 말이다. 나중에 차차 나오겠지만, 나는 클래식부터 뽕짝에 재즈, 걸그룹까지 가리는 게 거의 없는 편이다. 요즘은 꽤나 '포스트 모던'하게 아무 소리도 안 나는 상태를 듣는 데에까지 이르렀다.(농담이다.)




이 음반의 당시 가격이 정말 놀라운데, 무려 8,500원, 다시 한번 8천 5백원! 정말 놀랍지 않은가? 요즘은 중고 CD도 그보다는 비쌀 것 같은데 말이다. 얼터너티브의 '광풍', 브릿팝의 '대유행' 덕에 팔리지 않게 된 고전 메탈 음반들을 음반사들이 싸게 풀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음반가게에는 'hot price'라는 딱지를 붙인 음반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이 음반도 그 중에 하나였고, 블랙 사바스나 칩트릭, 에어로스미스 같은 고전적인 밴드들이 바로 그 'hot price' 라인에 들어가 있었으니, 나 같은 '소년'들에게 그것은 축복이나 다름 없었다. 이 엄청난 가격 덕에 앨범의 구성은 몹시 단촐했다. 한장짜리 부클릿에 해설지도 없었으며, CD는 밴드 이름과 트랙리스트만 프린트되어 있을 뿐이었다. CD에 일러스트나 기타 이미지를 프린트하는 것은 당시에도 꽤 흔했는데 말이다. 




부클릿을 펼치면 딱 저것만 나온다. 밴드소개, 프로듀서는 누구였는지, 스페셜하게 땡큐하는 사람들은 누군지, 그림 한장 없다. 그래도 알맹이는 똑같으니 아무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기획을 해준 CBS에 절하고 싶을 정도로 감사할 따름. 


요즘도 이 음반을 듣냐 하면 그건 아니다. 어쩌다, 정말 어쩌다가 한번씩 듣기는 하지만 끝까지 듣기가 어렵다. 아마 메탈의 음향 속에 섞어서 귀로 삼켰던 '10대의 울분'이 거의 없어져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억울함이나 울분 같은 걸 최대한 버리면서 사는 것을 목표로 하다보니 더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보지 않은지 5년도 넘었지만) 만약 지금 노래방에 간다면 'Crazy train'을 부르리라. 나는 태평양을 횡단하는 '고래'가 되는 것이 장래(사후)희망일 정도로 맑고 고운 삶을 지향하지만, 어쩌다가 한번씩 'Crazy train'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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