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간 이야기는 성격분석이 아니다. 아니 솔직히 그렇게 ‘사용’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런 기질의 사람이 밀고 나간 삶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다른 삶에서 무언가 배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논어』속 인물들을 천간 이야기에서 풀어보고 싶은 이유도 이것이다. 함께 공부하고 일상을 같이 한 각양각색의 제자들이 펼치는 삶. 갑목의 삶에서 계수의 삶까지. 여기에 배울 게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낯선 고전을 만나는 이유도 이런 것이 아닌가. 낯선 세계와의 부딪힘, 여기서 우리 삶은 촉발되고 다른 방식으로 구성될 수 있는 징후들을 발견하게 되는 건 아닌가. 다른 기운을 가지고 사는 존재로부터 삶을 공부하고 말하겠다는 욕망! 우리는 이 욕망으로 음양오행을 공부하고 말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_ "생각해야 할 건 하느냐 마느냐가 아냐. 하겠다고 결정한 일을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가, 그것을 생각해야 하는 거야."
갑목甲木: 자장-my way, 갑목의 길!
자장은 공자 말년의 제자들 가운데 가장 정열적인 제자다. 공자가 그를 늘 지나치다고 평가한 이유도 이런 기질 때문이다. 자장은 일단 미지근하게 道를 추구하는 사람을 보면 참지 못하고 필요하다면 죽을 용기까지 가지고 달려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덕은 지키되 크게 넓히지 아니하고, 도를 믿되 돈돈하게 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람들은 있다고 해도 그만, 없다고 해도 그만이다.[子張曰 ”執德不弘, 信道不篤, 焉能爲有? 焉能爲亡?(子張 2)]” 덕을 가졌으면 그것을 넓게 하려고 해야 하고 도를 믿으면 그것을 향해 무소불위로 전진해야 한다는 것. 공자 제자 가운데 이토록 진취적 기질과 추진력을 가진 인물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자하의 문인이 자장에게 사람 사귀는 법을 묻자 자장은 자신감 있게 대답한다. “내가 대단히 현명하다면 남들에게 어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인가?[我之大賢與, 於人何所不容?(子張 3)]” 두둑한 배짱과 박력의 대명사, 그가 바로 자장이다.
자장의 이런 모습은 꼭 갑목을 닮았다. 성질이 곧고 강하고 위로만 뻗어 올라가려는 진취적인 기질과 높고 큰 이상. 보스 기질이 있어서 매사에 추진력과 리더십을 발휘하고 자기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 무슨 일이든 적극적이고 솔선수범 앞장서려는 성향. 배짱과 박력으로 강자에게 대항하고 약자에게 인정을 베푸는 성품. 이런 갑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장이 있다. 바로 자장이 공자에게 ‘정규직’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장면. 사실 공자 제자들 가운데 이런 질문하는 제자는 자장이 유일하다. 그래서 두고두고 씹힌다. 부와 명성을 탐했다고 해서. 그런데 자장은 그것을 위해서 전력을 기울이며 나아간다. 자기가 세운 목표가 어떤 것이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끝가지 한곳에 집중하는 모습, 천상 갑목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기 목표만 보고 가다보니 다른 제자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건 당연한 일. 바로 태클이 들어온다. 증삼은 자장을 ‘잘난 척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고 자유도 “내 친구 자장은 어려운 일은 잘하지만 그 덕은 아직 仁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子游曰, “吾友張也爲難能也, 然而未仁.”(子張 15)]” 지나치게 자신과 자신의 목표만 내세우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되는 갑목의 단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갑목은 일단 자기 목적이 정해지면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또 리더가 되거나 최고가 되지 않으면 참지 못한다.(완전 전교 2등의 이미지? 1등들은 이런 번뇌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앞만 보고 가다가 자빠지면 크게 다치는 것처럼 갑목도 한번 넘어지거나 쓰러지면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 만큼 다친다. 자업자득(自業自得)! 그러나 나무가 땅을 뚫고 나오는 강력한 추진력과 배짱은 겉잡을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한다.(이것 말고도 자장은 참으로 꽃미남이었다고도 전해진다^^) 자장처럼 자기 목표를 위해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길, my way! 갑목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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