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木 - 아내의 아름다움
아내는 아름답다. 쥐꼬리만 한 월급 통장에 눈꼬리를 치켜뜨며, 카드비랑 애들 책값 계산할 때 아내는 아름답다. 술 마시고 들어간 늦은 밤, 밤새 기다리다 택시비를 내어 줄때 아내는 아름답다. 칭얼대는 작은 아이의 밥을 먹이려 이 방 저 방을 찾아가며 애를 태울 때 아내는 아름답다. 내 친구의 느닷없는 방문에 맥주며 김치부침개를 내어주는 아내는 아름답다. 추운 겨울밤 기침소리에 조용히 일어나 보일러 온도를 올릴 때 아내는 아름답다. 아침운동하고 돌아온 나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과 호박전 부쳐주는 아내는 아름답다. 퇴근 때 정거장까지 마중나와 비루한 나의 하루를 위로하는 아내는 아름답다. 체면에 쭈뼛거리는 나 대신 주인집 아줌마와 팔 걷어 대거리하는 아내는 아름답다. 나와 아이들에게 조건 없이 젖가슴을 내어 줄 때 아내는 더더욱 아름답다. 뒷머리를 묶은 아내는 아름답다. 그녀만 아는 내 젊을 적 모습을 얘기해 줄때 아내는 아름답다. 지하철에서 유치원 다니는 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어떤 아줌마를 보고 있으면, 문득 아내가 아름답다고 느낀다. 문득 떠오르는 아내의 아름다움. 이 아름다움들은 어디에 숨겨져 있었나.
아내의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아내의 아름다움은 나와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아이들의 가방끈으로, 내 셔츠의 깃으로, 수저 위 밥알로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나와 아이들의 마음속에선 어디에도 아내의 아름다움을 찾지 못한다. 아아 어쩌랴, 아내의 아름다움이란 워낙 낮은 곳에, 워낙 안 보이는 곳에 있는 것을. 아내의 아름다움은 숨어 있지만 어디에나 나타나고, 항상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디에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 초인, 내 가족의 을목이다.
강민혁(감이당 대중지성)
아내는 아름답다. 쥐꼬리만 한 월급 통장에 눈꼬리를 치켜뜨며, 카드비랑 애들 책값 계산할 때 아내는 아름답다. 술 마시고 들어간 늦은 밤, 밤새 기다리다 택시비를 내어 줄때 아내는 아름답다. 칭얼대는 작은 아이의 밥을 먹이려 이 방 저 방을 찾아가며 애를 태울 때 아내는 아름답다. 내 친구의 느닷없는 방문에 맥주며 김치부침개를 내어주는 아내는 아름답다. 추운 겨울밤 기침소리에 조용히 일어나 보일러 온도를 올릴 때 아내는 아름답다. 아침운동하고 돌아온 나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과 호박전 부쳐주는 아내는 아름답다. 퇴근 때 정거장까지 마중나와 비루한 나의 하루를 위로하는 아내는 아름답다. 체면에 쭈뼛거리는 나 대신 주인집 아줌마와 팔 걷어 대거리하는 아내는 아름답다. 나와 아이들에게 조건 없이 젖가슴을 내어 줄 때 아내는 더더욱 아름답다. 뒷머리를 묶은 아내는 아름답다. 그녀만 아는 내 젊을 적 모습을 얘기해 줄때 아내는 아름답다. 지하철에서 유치원 다니는 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어떤 아줌마를 보고 있으면, 문득 아내가 아름답다고 느낀다. 문득 떠오르는 아내의 아름다움. 이 아름다움들은 어디에 숨겨져 있었나.
아내의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아내의 아름다움은 나와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아이들의 가방끈으로, 내 셔츠의 깃으로, 수저 위 밥알로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나와 아이들의 마음속에선 어디에도 아내의 아름다움을 찾지 못한다. 아아 어쩌랴, 아내의 아름다움이란 워낙 낮은 곳에, 워낙 안 보이는 곳에 있는 것을. 아내의 아름다움은 숨어 있지만 어디에나 나타나고, 항상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디에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 초인, 내 가족의 을목이다.
윌리엄 워터하우스, <장미>
※ <간지 데이> 을사월(乙巳月) 마지막 편,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을목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다음 <간지 데이>는 병오월(丙午月)에 병화(丙火) 시리즈로 다시 찾아올께요. 그럼 병오월에 만나요~~~^-^)/
'출발! 인문의역학! ▽ > 간지 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에서 유를 만드는 사람, 유재석도 알고 보면?! (2) | 2012.07.14 |
---|---|
열혈청년, 당신은 혹시 병화? (0) | 2012.06.30 |
가만히 있어도 미친 존재감, 병화 (0) | 2012.06.23 |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안다, 적응력 최강자! (2) | 2012.05.19 |
강하기만 하면 부러진다더라?! (0) | 2012.05.12 |
내 마음의 썰물과 밀물 (0) | 2012.04.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