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목乙木: 자공-乙木? 仁木!
류시성(감이당 연구원)
제자들 비교하기를 상당히 좋아했던 공자가 자공에게 물었다. “너와 안회 중에 누가 낫다고 생각하는가?” 그러자 자공이 답한다.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압니다.” 어찌 공자 학당의 전교 일등 안회보다 나을 수 있겠냐는 것. 그러자 공자는 직격탄을 날린다. “그렇지. 넌 안회보다 못하지.”
가히 이 정도면 아무리 자존심이 없는 인간이라도 소주집으로 달려갈 만하다. 그러나 자공은 겸손하게 자기의 위치를 받아들이고 거기에 적응한다. 이런 자공의 유유자적하는 태도를 뒤흔들기 위해 공자는 온갖 심한 말을 다 퍼붓는다. 하지만 자공은 공자의 이 세찬 질타에도 넘어지지 않고 꿋꿋이 일어난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공자는 군자란 그 쓰임이 한정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君子不器). 그런데 자공이 자기는 어떤 사람이냐고 공자에게 묻자 공자는 “넌 그릇이다”라고 답한다[子貢問曰, “賜也何如?” 子曰, “女, 器也.”(公冶長 4)]. 이쯤 되면 존재가 흔들릴 만도 한데. 자공은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
이런 자공의 모습은 을목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겉보기에는 부드럽고 유약하게 보이면서도 어떤 일이든 무리하지 않는 성격. 항상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인화人和에 힘쓰는 성향. 잡초처럼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고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어떤 난관에도 부러지지 않는 굽힘. 외모도 화초와 같이 아름답고 부드럽게 보이고 표정은 항상 친절하게 보이는 태도. 자공이 늘 주위에 사람이 많고 그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도 다 이런 을목의 성향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공은 공자의 제자들 가운데 거의 유일무이하게 경제적 성공을 거둔 제자였다. 곡물의 작황과 시세를 정확히 판단하고 거기에 적응해서 완전히 그 장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을목의 능력. 넝쿨식물이 벽을 타고 올라가서 벽인지 넝쿨숲인지를 분간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탁월한 능력. 자공의 성공엔 이런 을목의 장점이 십분 발휘되었을 게 분명하다.
헌데 을목은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고 하거나 은근히 의지하려는 경향이 다분하다. 자기 혼자는 바로 설 수 없는 木이기에 몰래 가서 기댄다. 또 자유자재로 굽히고 적응하는 능력이 일면 처세처럼 보이기도 하고 속이 비뚤어져서 변덕이 잦고 비위 맞추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을목에게 꼭 필요한 게 있다. 자공은 공자가 죽자 공자의 삼년상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댄다.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제자들이 3년 동안 먹고 살 경비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자공이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주변을 생해주겠다는 仁의 마음이 없으면 이렇게 발심하기 쉽지 않다. 늘 외부에 기대려고 하고 자기가 타고 올라가지 못할 상대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을목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이거다. 늘 외부에 기대던 존재의 베풂! 자공이 공자에게 仁에 대해서 묻자 공자는 이렇게 말해준다.
을목만이 아니겠지만 특히 관계지향적인 을목에겐 반드시 필요한 지적이다. 세찬 바람 속에서 그 유연함으로 혼자 살아남는 게 아니라 내 옆, 내가 관계 맺고 있는 것들을 같이 살게 하는 삶. 진정한 을목의 삶이다.
류시성(감이당 연구원)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나미. 그녀는 자신의 순발력과 적응력을 십분 발휘하는 캐릭터이다. (게다가 미인!) 궁금하시면 책으로 직접 만나보시라! ^^
제자들 비교하기를 상당히 좋아했던 공자가 자공에게 물었다. “너와 안회 중에 누가 낫다고 생각하는가?” 그러자 자공이 답한다.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압니다.” 어찌 공자 학당의 전교 일등 안회보다 나을 수 있겠냐는 것. 그러자 공자는 직격탄을 날린다. “그렇지. 넌 안회보다 못하지.”
子謂子貢曰, “女與回也孰愈? 對曰, “賜也何敢望回? 回也聞一以知十, 賜也聞一以知二.”
子曰, “弗如也, 吾與女弗如也.”(公冶長9)
子曰, “弗如也, 吾與女弗如也.”(公冶長9)
자공, 본명은 단목사(端木賜)이다. 달변가였고, 정치적 수완 또한 뛰어나 노나라, 위나라의 재상을 지냈다.
이런 자공의 모습은 을목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겉보기에는 부드럽고 유약하게 보이면서도 어떤 일이든 무리하지 않는 성격. 항상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인화人和에 힘쓰는 성향. 잡초처럼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고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어떤 난관에도 부러지지 않는 굽힘. 외모도 화초와 같이 아름답고 부드럽게 보이고 표정은 항상 친절하게 보이는 태도. 자공이 늘 주위에 사람이 많고 그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도 다 이런 을목의 성향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공은 공자의 제자들 가운데 거의 유일무이하게 경제적 성공을 거둔 제자였다. 곡물의 작황과 시세를 정확히 판단하고 거기에 적응해서 완전히 그 장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을목의 능력. 넝쿨식물이 벽을 타고 올라가서 벽인지 넝쿨숲인지를 분간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탁월한 능력. 자공의 성공엔 이런 을목의 장점이 십분 발휘되었을 게 분명하다.
헌데 을목은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고 하거나 은근히 의지하려는 경향이 다분하다. 자기 혼자는 바로 설 수 없는 木이기에 몰래 가서 기댄다. 또 자유자재로 굽히고 적응하는 능력이 일면 처세처럼 보이기도 하고 속이 비뚤어져서 변덕이 잦고 비위 맞추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을목에게 꼭 필요한 게 있다. 자공은 공자가 죽자 공자의 삼년상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댄다.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제자들이 3년 동안 먹고 살 경비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자공이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주변을 생해주겠다는 仁의 마음이 없으면 이렇게 발심하기 쉽지 않다. 늘 외부에 기대려고 하고 자기가 타고 올라가지 못할 상대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을목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이거다. 늘 외부에 기대던 존재의 베풂! 자공이 공자에게 仁에 대해서 묻자 공자는 이렇게 말해준다.
내가 서고자 하면 남을 서게 하고 내가 통달하고자 하면 남을 통달하게 해라!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을목만이 아니겠지만 특히 관계지향적인 을목에겐 반드시 필요한 지적이다. 세찬 바람 속에서 그 유연함으로 혼자 살아남는 게 아니라 내 옆, 내가 관계 맺고 있는 것들을 같이 살게 하는 삶. 진정한 을목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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