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내 마음의 썰물과 밀물

甲木 - 내 마음의 갑목

강민혁(감이당 대중지성)

단 몇 분만 마음을 지켜보라. 어찌 이다지도 많은 감정들이 밀려오고 쓸려 가는지. 알람소리에 안 떠지는 눈을 책망하는 느려터진 마음, 그래도 일어나야지 하며 방바닥을 일어서려는 마음, 셔츠 준비 안 해 놓고 뭐했냐며 아내에게 으르렁대는 이기적인 마음, 하지만 슬쩍 아내 눈을 보고 누그러뜨리는 마음, 출근 구두에 묻은 흙을 털며 오늘 하루를 비루해 하는 마음, 버스는 안 오고, 많아지는 출근 인파에 조급해지는 마음, 자리에 앉은 자들에게 불타오르는 이유 모를 적개심! 이 조그만 마음의 포구는 수천수만의 포말들과 그 포말에 비친 반사 빛들로 눈부시게 휘황찬란하다. 아, 이 수많은 마음들은 어디서, 어떻게 흘러와 내 연안에 밀려왔나? 마음들을 끌고 온 내 마음의 우두머리는 누군가?
 
마음들은 저마다 자신을 앞장세우고 싶다. 갑자기 몰아닥친 폭풍우 속에서 솟아오른 탐욕의 파도는 순식간에 잔잔한 평안의 포구를 빼앗는다. 끝을 모르는 탐욕으로 물건을 탐내다가도, 뒤편에서 덮치는 자제라는 파도에 결국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탐욕과 자제의 파노라마 속에 생겨나는 수많은 작은 마음들. 내 마음들은 욕망의 파도를 타고 밀려왔다가 쓸려간다. 앞선 마음들은 뒤선 마음들에 자리를 내주며 다시 뒤서거니를 반복하니, 끊임없이 앞선 자 뒤서고 뒤선 자 앞선다. 내 마음의 연안은 마음들을 싣고 온 욕망의 우두머리들로 변화가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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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과 밀물의 이용─우리는 인식이라는 목적을 위해 우리를 어떤 사건으로 이끌어가고, 잠시 뒤에는 그 사건에서 우리를 다시 앞으로 끌고 나가는 내면의 흐름을 이용할 줄 알아야만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책세상, 395쪽


내 마음 안의 갑목, 욕망의 우두머리들은 근원도 모르고 길도 모른 채 앞서고 뒤서기를 수도 없이 하면서 내 포구를 오직 탐할 뿐이다. 내 연안에 도달한 녀석들을 지켜보면 하나같이 용기 없는 녀석은 없다. 망망대해에 파도를 타고 내 포구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난관이 있었겠는가. 숱한 마음들과 싸워서 내 빛나는 연안을 힘겹게 정복했을 터이다. 느려터진 마음이든 이기적인 마음이든 비루한 마음이든 적개심이든, 나에게로 오라. 하여 나는 내 마음의 우두머리들을 내 아름다운 통찰의 모래로 어루만져 주리라. 그때 그 위에 울창하게 솟아오른 모래나무, 옆을 타고 기어 나가는 바다거북, 참 예쁠 것이다.

※ 5월은 을사(乙巳)월입니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는 을목의 간지데이가 시작됩니다. 전국에 계신 을목 여러분, 매주 토요일 을목의 간지데이를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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