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발! 인문의역학! ▽/간지 Day

시작은 잘 하는데 마무리가 약한 당신

by 북드라망 2012. 4. 14.
간지데이를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4월은 甲辰월이라 甲木특집을 준비했습니다.
북드라망에서는 토요일마다 천간지지에 대한 버라이어티한 글들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댓글, 부탁드려요~ ^^

10개의 하늘, 천간

박장금(감이당 연구원)

인트로

천간을 말하기 전에 음양부터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세상의 법칙을 우선 음양이라는 힘으로 크게 보고 있습니다. 음양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난무하지만 결국은 “발산운동”과 “수렴운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주는 두 운동이 작용하면서 극단으로 가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두 운동이 경계 없이 맞물리면서 다양한 온도를 만들어 내죠. 이런 음양의 조화는 어느 쪽으로 더 치우치지 않으려는 자연의 섭리입니다. 계속 더워져서 폭발까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차가움이 등장하고, 차가움으로 온 세상이 동결되지 않도록 더움이 등장하여 서로 극단으로 가지 않게 조절해 줍니다. 이런 원리를 음중지양 양중지음(陰中之陽 陽中之陰)이라고 합니다. 이런 운동을 통해 지구엔 변화가 발생하게 됩니다. 지구의 생명체도 음양 운동의 결과물인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습니다. 죽을 것 같은 순간에 다시 살 일이 생기고, 너무 기쁨이 지나치면 쾌락으로 흐르거나 교만에 빠져 큰 코 다치게 됩니다. 우주는 극단으로 가는 것을 막는 두 가지 힘이 늘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음양의 힘을 다섯 가지로 나눈 것이 오행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10단계로 세분화 한 것이 천간(天干)이 됩니다.
 
오행은 목화토금수로 다섯 가지로 구분됩니다. 음양이 발산과 수렴의 힘이고, 오행 중 “목화는 발산”, “금수는 수렴”을 토는 매개하는 힘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목, 화, 토, 금, 수라는 5가지 운동이 사계절을 만듭니다. 즉, 생성(木, 봄) → 발전(火, 여름) → 매개/성숙(土, 늦은 여름) → 쇠퇴(金, 가을) → 소멸(水, 겨울)의 운동이 매년 변화의 질서를 만들어 냅니다. 음양의 관점에서 보면 크게 봄, 여름은 발산운동으로 양(陽)으로 볼 수 있고 가을, 겨울은 수렴운동이 활발한 시기로 음(陰)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다섯 운동을 10개로 쪼갠 것이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천간이 됩니다. 목운동에 해당되는 것은 갑(甲)을(乙), 화운동은 병(丙)정(丁), 토운동은 무(戊)기(己), 금운동은 경(庚)신(辛), 수운동은 임(壬)계(癸)입니다. 음양운동으로 크게 나누어 보면 양운동(발산)이 갑을병정이되고, 음운동(수렴)이 경신임계, 중간을 매개하는 것이 무기운동이 됩니다. 동양은 이런 힘으로 세상을 봅니다.

이것이 우주의 힘이고 자연과 인간을 관통하는 대 원리입니다. 의역학적 사유는 우주-자연-인간을 하나로 보는 것입니다. 근대학문에서는 인간, 자연, 우주를 별도로 보고 각각을 분석적으로 탐구합니다. 세계관 자체가 서로 다른 것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천간 열개 이야기를 하나씩 시작해 보겠습니다.

갑(甲)목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국 캘리포니아 세퀘이어 국립공원에 있는 이 나무는 2300~2700살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 제너럴 셔먼 트리(General Sherman Tree)이다. 높이는 84m로 27층 건물과 비슷하고, 둘레는 31m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나무로 등재되어 있다.


앞에서 우주는 “발산”과 “수렴”운동으로 구성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슨 일이든 시작을 해야 진행이 됩니다. 하지만 시작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금하고 있는 일에 익숙해져서 안주하려고 하니까요. 내일부터, 아니 일주일 후부터, 한 달 후부터 할 거야 하면서 계속 미루기 쉽죠. 변화하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 새로운 것을 실천을 해야 다른 국면으로 갈 수 있습니다. 이런 시작이 갑(甲)목의 힘입니다. 

갑(甲)목은 한겨울의 꽁꽁 얼어붙은 세계를 봄이 오면서 일시에 다른 국면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겨울 땅을 뚫고 새싹이 솟는 모습을 그려보세요. 시작이란 그런 것입니다. 지금과 다른 것을 분출하는 힘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영어로 봄을 스프링(sprig)이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지요. 늘 시작하기를 좋아하고 앞으로만 가는 사람 말입니다. 이런 친구들은 추진력 하나는 정말 최고죠. 늘 보스기질을 발휘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런 성향 때문에 자신이 최고라는 자만에 빠질 위험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시작은 잘하지만 끝마무리는 약하기도 하구요. 늘 시작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니까요. 또 이런 성향의 사람이 시작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게 되면 괴롭습니다.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으니 갈등과 굴곡 속에 있게 되는 것이죠. 이런 친구들은 조직생활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조직에 맞추기 보다는 늘 앞서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요. 조직 또한 그 이념을 따르는 고분고분한 사람들을 선호하는 면도 있구요.

어쨌든 이런 시작의 기운으로 세상을 보자면 많은 것이 보입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을 갑(甲)목의 힘으로 볼 수도 있고, 인생을 시작하는 유년기도 여기에 해당하죠. 우리 몸에 시작이라고 여겨지는 머리도, 자연에서 우뚝 솟은 소나무 같은 나무들도 갑(甲)목의 성향에 속하게 됩니다. 여름이 지나 가을로 접어들면서 태풍이 심하게 불었습니다. 남산에 가보니  튼튼한 나무들이 많이 부러져 있더군요. 나무들은 시작하는 힘을 끝까지 고수했기 때문에 부러져 버린 것입니다. 한 방향만 고수하고 뻗었기 때문이지요. 다음에 설명할 을목은 구부릴 수 있는 힘을 가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부러지지 않습니다. 그 얘기는 을목에서 더 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갑(甲)목이란 시작하는 힘으로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시작만 좋아하는 갑목을 제어해 주는 힘이 필요합니다. 동화 『잭과 콩나무』에서 보듯이, 하늘을 뚫고 끝까지 나무가 자란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구가 45억년을 지탱해왔는데도 그런 나무는 아직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한정 없이 자라는 갑(甲)목의 기운을 억제하는 힘이 있는 것이죠. 이런 시작을 제어하는 힘이 기(己)토입니다. 갑(甲)목의 시작을 극단으로 가지 않게 기(己)토가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기(己)토는 나중에 더 언급하겠지만 수렴도 발산도 하지 않는 매개하는 기운입니다. 그 기운만이 갑(甲)목의 시작하는 성향을 잠재웁니다. 더 공부하다 보면 갑(甲)목기(己)토가 서로 합(合)을 이루는 원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성향은 다르지만 서로의 힘을 필요로 하는 것이죠. 자연의 원리는 결국 발산과 수렴의 적당한 균형을 잡기 위해 서로의 힘을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순환도 균형을 잡기 위해 하는 운동인 셈이죠. 자연 운동과 내 일상을 함께 관찰하다보면 그 원리가 하나로 돌아가는 것이 보일 것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