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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톡톡] 산후관리, 어떻게 수선할 것인가

by 북드라망 2016. 1. 7.


산후관리, 어떻게 수선할 것인가




산후관리는 산후 다이어트?


요즘 산후관리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다이어트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출산으로 망가진 체형을 빠르게 복구하려는 눈물겨운 사투. 산모는 출산 후 다이어트 관리를 받는다. 늘어난 복부와 팔뚝, 옆구리, 허벅지와 종아리, 엉덩이 살을 빼기 위한 각고의 노력. 목표지점은 누구나 선망하는 날씬한 몸매와 아름다운 피부로의 귀환이다. 출산 후 완벽한 몸매로 돌아온 연예인들처럼 나도 그렇게 되리라 욕망한다. 하지만 그 길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러니 좌절할 수밖에. 이제 산모는 자신의 몸을 보며 우울해 한다.


출산 후 완벽한 몸매로 귀환하기 위한 눈물겨운 사투



현대의 산후관리에서 결정적으로 빠져 있는 건 산모의 몸이다. 온통 외부의 시선에 사로잡혀 단일한 척도에 산모의 몸을 맞춘다. 이 폭력적 동일성에 의사도 산모도 기꺼이 몸을 던진다. 하지만 몸은 저마다의 알맞음이 있다. 자신만의 개성과 특이성을 내던지고 도대체 누구의 몸으로 살아가고 싶은 건지. 거기다 산후의 다이어트는 산모의 몸에 치명적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동의보감』에서 전하는 산후관리법에 그 답이 있다.



① 산후에는 기혈을 크게 보하라

출산 후 산모의 몸은 아기한테 건네진 혈액이나 자양분의 이동, 출산 시의 출혈 등으로 심한 빈혈 상태에 놓여 있다. 오장육부의 기능도 약해져서 소화나 배설 기능도 흐트러지기 쉽다. 따라서 이때 몸을 잘못 관리하면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이를 막으려면 출산 후 적어도 2∼8주간 산후관리를 통해 몸을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의보감』에는 산후의 산모에게 기혈을 크게 보하라고 하였다. 여기에 해당하는 방제는 보허탕이다. 보허탕은 『의학입문』에 최초로 등장한 처방으로, 출산 후에 기혈을 크게 보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약제는 인삼, 백출, 당귀, 천궁, 황기, 진피, 감초로 구성된다. 인삼, 백출, 황기는 기를 보충하는 작용이 있고, 당귀, 천궁은 혈을 보충해주는 작용이 있다. 따라서 출산 후에 원기가 떨어지고 기혈이 모두 부족한 산모들에게 최고의 보약이다. 


② 산후에는 기혈을 허하게 하지 말라

산후에 보허탕을 쓰는 것은 산모가 기혈을 많이 소모하였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산후에는 절대 땀을 내는 약을 써서는 안 된다. 땀은 우리 몸의 진액이 배출되는 것이므로 산모의 기혈을 더욱 소모하게 된다. 보통 산모가 출산과정에서 혈을 많이 쏟게 되므로 산후에 혈을 보충하는 약을 쓰게 되는데, 보혈약으로 주로 쓰는 방제는 사물탕이다. 사물탕은 당귀, 백작약, 숙지황, 천궁, 네 가지 약물로 구성되는데, 핏기가 없거나 피가 정상기능을 못하는 것을 보충하고 월경을 조절한다. 사물탕의 약제는 음식물 중의 영양분을 피로 전화시키고, 혈액을 잘 소통시키며 피를 저장하는 심장, 비장, 간 등의 기능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한데 사물탕의 약제 중, 작약은 산후에는 쓰면 안 된다. 작약은 성질이 차고 맛이 시어서, 생겨나게 하고 자라게 하는 원기[生發之氣(생발지기)]를 해치기 때문이다.



산후에는 기혈을 보하고, 허하게 하지 말 것!



③ 산후에 보하는 것도 순서가 있다

해산 후에는 반드시 어혈을 몰아내고 허한 것을 보해주어야 한다. 소위 오로(분만 후 나타나는 질 분비물)와 어혈(죽은 피)을 제거하고 부종을 가라앉힌 다음 마지막으로 기혈을 보충하는 약제를 써야 한다. 만약 어혈을 몰아내지 않고 갑자기 인삼이나 황기 같은 약제를 쓰면 어혈이 속으로 치밀어서 심장을 공격하게 되어 위험해 질 수 있다.


④ 보허탕을 쓰되 몸의 조화를 생각하라

산모가 보허탕을 먹고 열이 심하지 않으면 복령을 첨가하여 쓰면 좋다. 분만 후에는 자궁이나 골반의 상태가 매우 허약하고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이 상태에서 외부의 찬 기운이 들어오면 곧장 아랫배 쪽으로 냉기가 들어가게 되는데, 이것이 병적인 증세를 일으킨다. 특히 자궁의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어혈을 만들어 생식기능이나 비뇨기 계통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이렇게 되면 부종이 생기기 쉽고 소변보기가 힘들어진다. 복령은 완만한 이뇨작용이 있어 소화기가 약하면서 전신에 부종이 있을 때 효과가 뛰어나다.


이와 반대로 산모가 보허탕을 먹고 열이 심하면 건강을 첨가한다. 건강은 특이한 냄새가 있고 약성은 맵고 뜨겁다. 뜨거운 약성을 지닌 건강을 열이 심한데 첨가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는가? 산후에 나는 열은 기가 남아돌아 오는 것이 아니라 음이 허해서 나는 열이다. 음이 허해서 양을 잡아주지 못해 나는 열이다. 대체로 건강은 폐에 들어가서 폐기를 잘 통하게 하고, 간경에 들어가서 모든 약의 성분을 이끌어 혈을 생기게 하는 작용을 한다. 혈을 잘 생성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주는 것이다. 혈이 생성되면 음이 더 이상 허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니 산모가 보허탕을 먹고 열이 심하면 건강을 첨가해서 먹어도 좋은 것이다.



산후 관리에도 그 순서가 있고, 몸의 조화를 생각해야 한다.



생명이란 자식을 낳는 것이나 세포분열을 하는 것을 포함해서 자기 자신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힘이 있다. 그 힘이 바로 생명력이다. 생명력은 자연 치유력이나 체력, 위험을 탐지하는 능력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지만, 기력도 생명력의 하나다. 만약 산모가 산후에 기력을 잃어버렸다면, 생명이 자기 자신을 수선하는 힘, 원래대로 돌아갈 힘을 잃은 것이다. 하여 『동의보감』에서 산후에 기혈을 크게 보하라는 것은 생명이 가진 본래면목을 회복하라는 명령이다. 이 명령을 무시하고 방치할 때 몸은 삶을 지탱하기 어렵다. 그러니 몸을 사랑하라.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의 몸을.



글_이영희(감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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