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임신톡톡] 유산, 어떻게 할 것인가


유산, 어떻게 할 것인가?



탄생과 유산의 엇갈림


생명의 탄생은 참으로 쉬운 것이 아니다. 임신이 되어 태아가 자라는 동안 배 속에서 죽기도 하고, 아홉 달 만에 나오다가 죽기도 하고, 태어나자마자 죽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불교에서 생명은 업보에서 온다고 한다. 업보(業報)란 무엇일까? 전생의 모든 생각과 행위가 누적되어 이루어낸 결실을 업(業)이라 부른다. 설사 백 겁이 흐르더라도 지은 업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의 심리나 일체의 행위에는 모두 자기가 있다. 공(空)이 아니다. 모든 것이 거기에 누적된다. 아주 긴 시간이 흐르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다 어떤 기회가 왔을 때 조건이 무르익으면 과보를 스스로 받는다. 즉 인과응보에 의해 청산을 하는데 이는 전생으로부터 온 것이다. 이 인과율은 자연과학의 인과율과 같아 이전의 인(因)이 뒤에는 과(果)가 된다. 그래서 부처님은 생명의 태를 이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인간의 몸을 얻는 것은 어렵다고 하셨다. 부처님은 우리의 생명이 마치 거대한 바다의 눈 먼 거북이가 나무 구멍을 만나는 것과 같다고 하셨다.



인간의 몸을 얻는 것은 거대한 바다의 눈 먼 거북이가 나무 구멍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그래서일까? 임신하고도 아이의 탄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최근에는 유산하는 임신부의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고령 임신과 직장 생활까지 겸하는 여성이 많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 자연스레 고령 임신이 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산모가 직장인이라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출산 전까지 업무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그러다 자신의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태아와 산모의 소통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이 적신호에는 절박유산과 계류유산이 있다. 절박유산은 임신 20주 이내에 산모의 질 출혈이 일어나 유산으로 진행되는 경우다. 계류유산은 임신 초기 자궁 내에서 태아가 이미 사망한 상태로 자궁 내에 잔류하는 경우를 말한다.



유산은 태아와 산모의 소통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특히, 계류유산은 임신 초기 6주에서 10주 사이에 많이 발생하는데 발생하기 전후 뚜렷한 증상이 없다. 태아가 이미 사망한 상태인데도 입덧도 하고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이 유지되기 때문에 많은 산모가 태아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임신 초기에는 특히 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번 유산을 하면 나중에도 유산할 확률이 높아 습관성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산 후에는 출산한 만큼 몸조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습관성 유산을 삭타태(數墮胎) 혹은 활태(滑胎)라고 한다. 『부인규(婦人規)』에는 “무릇 임산부가 자주 유산하는 것은 반드시 기맥(氣脈)이 손상되었기 때문인데, 선천적으로 약한 경우, 나이가 많은 경우, 우울하고 화가 나거나 고생을 많이 한 경우, 음식이나 타박 등에 의해 기맥이 손상돼서 생긴다”고 하였다. 고령 임신과 스트레스, 선천적으로 기(氣)와 혈(血)이 부족하거나 자궁이 허약하게 태어나는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 오늘날 습관성 유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들 대부분을 함축하고 있다.



유산시키는 법


『동의보감』에는 습관성 유산과 달리 부득이하게 유산을 시켜야 하는 경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아이를 낳아 기르기 어렵거나 잦은 출산으로 터울을 두고 싶을 때 사물탕에 운대자 한 줌을 넣고 달여 두었다가 월경이 끝난 후 빈속에 먹으라고 하였다. 운대자는 유채 씨인데 울결된 기혈을 풀어지게 한다. 기혈이 뭉쳐진 것이 태(胎)이니 이것을 흩어지게 한다.


또 임신부가 오래 앓는 병이 있어 끝내 태아를 보존할 수 없는 경우에는 우슬 4푼과 구맥, 계심, 게발톱(蟹爪) 각각 2푼을 가루 내어 빈속에 데운 술에 타서 먹으면 해를 면할 수 있다고 하였다. 우슬은 쇠무릎 풀이다. 혈액 순환을 촉진하여 어혈을 없애니 월경을 순조롭게 한다. 이렇게 기혈을 순조롭게 함으로써 태아를 떨어뜨린다. 구맥은 패랭이꽃 잎을 말린 것인데 열(熱)을 없애고 몸의 수분 대사를 이롭게 하며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무월경에 쓴다. 계심은 육계나무의 비늘처럼 된 겉껍질을 긁어 버린 다음 그 밑층에 있는 매운맛을 가진 부분을 모은 것이다. 아홉 가지 가슴앓이를 낫게 하며 기생충을 없앤다. 어혈을 풀어주고 아랫배가 차고 아픈 것을 치료하고 막힌 곳을 잘 소통시키며 뼈마디를 잘 놀릴 수 있게 한다. 눈을 밝게 하며 허리와 무릎이 아픈 것도 치료한다. 마지막으로 게의 발톱은 유산하게 하고 어혈을 삭히며 몸 푼 뒤에 궂은 피가 막혀 배가 아픈 것을 낫게 한다.



부득이하게 유산을 시켜야 할 경우 게의 발톱을 먹기도 한다.



이 밖에도 임신부가 병을 앓아 태를 안전하게 지킬 수 없을 때 유산시키는 법으로 신국 4냥을 물 2잔을 넣고 달여 1잔이 되면 찌꺼기를 버리고 세 번에 나누어 먹으면 곧 유산이 된다고 하였다. 신국은 소화약인데 누룩, 메밀가루, 제비쑥, 도꼬마리, 살구씨, 붉은 팥 등을 으깨어 짠 물을 섞어서 만든다. 비경과 위경에 작용하여 음식을 소화하고 식욕을 돋우며 비(脾)를 튼튼하게 하는 약제다. 소화를 잘 시키면 임신부에게 좋을 것 같지만, 소화는 에너지를 잘 태워 기혈이 잘 돌게 한다. 약제를 써서 소화가 잘되게 한다는 것은 태를 흩어지게 할 수 있다.


또 영구 피임법으로 흰 밀가루로 띄운 누룩 1되와 좋은 술 5되로 풀을 쑨 뒤, 이것을 2되 반이 되면 비단에 찌꺼기를 걸러 3번에 나누어 복용하면 된다고 하였다. 복용법은 월경의 조짐이 있는 날 저녁에 한 번 먹고, 이튿날 새벽에 한 번 먹고, 날이 밝은 후에 한 번 더 먹으면 월경이 곧 시작되고 평생 임신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 밖의 영구피임법에는 누에를 친 종이를 가루 내어 술에 타 먹는 방법과 수은을 지져 대추 씨만 한 것 한 알을 먹는 방법이 있다.



유산, 어떻게 할 것인가


한쪽은 습관성 유산 때문에 고민이고, 또 한쪽은 유산을 시키려고 애쓴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고 보니 이런 의문이 든다. 어떤 아이는 태어나고 어떤 아이는 태어나지 못하고 죽는 처지가 되는 것은 누구 때문일까? 


불교에서는 이를 두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하였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므로 모두 자신이 만든 것이라고. 생명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 내는 것이요 스스로 가지고 나오는 것이라고. 그러니 생명의 주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생명의 인과가 만들어 낸 인과응보, 그것이 곧 생명이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이 지어낸 것이다.



어제 남에게 욕을 했다고 치자. 설사 욕을 먹은 사람이 당시에는 웃고 넘어갔다고 하더라고 속으로 원한을 품고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갚아 주리라 생각했다면 이것이 바로 인과이며 업이다. 그런 까닭에 마(魔)는 마음에서 만들어지고 요괴는 사람으로부터 일어난다.


하여 건강한 임신과 출산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며 선업을 쌓는 일이다. 자신의 자궁을 생명이 잘 자랄 수 있는 튼튼한 밭으로 만드는 사업(事業). 이쯤에서 다시 한 번 묻자. 유산, 어떻게 할 것인가?



글_이영희(감이당)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