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마디를 넘어 앎의 의지를 촉발하자
- 출산 후 여러 가지 증상들(3) -
여성의 몸은 변화가 잦다. 여성은 월경과 폐경, 임신과 출산과 같은 전혀 새로운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매번 환경이 바뀜에 따라 몸은 그것에 맞게 변화의 진통을 겪는다. 변화의 중심에는 월경이 있고,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임신과 출산이다. 변화는 늘 신체의 내부에서 일어나지만, 그 변화는 외부와의 끊임없는 접속 가운데 일어난다. 그 흐름이 파동을 만들고 에너지를 생성한다. 이 파동과 에너지가 여성의 몸을 ‘땅의 어머니, 창조의 어머니’로 만든다.
그런 점에서 출산을 겪은 여성의 몸은 이제 막 창조를 끝낸 땅의 몸과 마찬가지다. 신체의 변화와 고통이 격렬한 만큼 회복하는 데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변화된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고 관찰하는 긍정적 자세라면 회복기가 그리 길고 지루한 시간만은 아닐 터. 어차피 산다는 것 자체가 아픔의 마디를 넘어가는 과정이지 않은가. 신체의 변화와 고통을 앎의 의지로 전환하면 누구나 자기 몸의 연구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궁금하지 않는가? 산후 여성의 몸은 어떤 상태인지. 이제부터 앎의 의지를 촉발해 보자.
출산으로 큰 변화를 겪는 여성의 몸
출산이 임박한 여성의 몸은 골반이 이동하여 체형의 변화가 생긴다. 산모의 골반은 배 속의 아기가 커짐에 따라 벌어지는데 출산 때가 되면 최대한 벌어진다. 출산 직후 산모의 골반은 눈으로 보아도 좌우로 벌어진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또한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나 인대가 이완되는 전신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따라서 이때 산모의 몸은 온몸의 관절이 열리고 근육이 힘을 잃어 약해져 있는 상태다.
『티벳 의학의 지혜』에 따르면 골반은 좌우 교대로 닫히거나 쉬거나 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닫힌다고 한다. 골반이 닫히는 방법에도 어떤 리듬이 있고 몸 스스로 상황을 확인하면서 본인에게 가장 좋은 위치를 찾아 닫힌다고 한다. 골반이 완전히 닫힐 때까지는 대개 이틀에서 닷새 정도가 걸린단다. 그러므로 출산 후 닷새까지는 관절의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인도의 여성들은 산후 일주일 동안은 산실 안에서 누워 지내는데 변기에도 앉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골반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만약 골반이 닫히는 작업을 하는 단계에서 일어나면 옆으로 벌어져 있던 골반은 내리누르는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벌어진 채로, 아니면 닫히려는 상태에서 고정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좌우가 불균형을 이루어 나중에 요통을 일으키거나 등뼈가 휘기도 한다.
창조를 끝낸 땅의 어머니, 그 몸은 어떠할까?
출산 후에 어쩐지 몸이 좋지 않다, 요통이 있다, 어깨가 쑤신다는 여성들이 많은데, 그런 여성들은 등뼈가 굽어 있거나 골반이 완전히 닫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골반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좌우 골반이 불균형을 이루게 되면 양쪽 발도 거기에 맞추어 균형이 깨진 채 지면을 디딜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발길이도 달라져 짧은 쪽에 체중이 실려 등뼈가 굽는다. 그러면 내장도 한쪽으로 긴장되어 그쪽 장기가 편치 못한 상태가 될 수 있다.
또한 모유 수유를 위해 아기를 안을 때 아기의 무게가 산모의 약해진 관절에 무리가 될 수 있고, 근육이 이완되고 약해진 상태라 찬바람이 몸속에 들어와 머물기 쉽다. 이런 이유로 산모는 출산 후 여러 가지 관절 증상을 겪는데, 이를 ‘산후풍’이라고 한다. 산후풍은 보통 출산 후 산후조리를 잘못해서 나타나는 것을 포괄해서 부른다. 출산 후에는 출산의 고통이나 출혈·수술 등으로 몸의 기혈이 매우 쇠약해진 상태다. 앞에서 보았듯이 이 상태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회복된다. 이 기간을 보통 ‘산욕기’라 하는데, 일반적으로 산후 6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 시기에 산후조리를 소홀히 하면 산후풍이 나타난다. 특히 제왕절개 수술을 하거나 분만할 때 출혈이 심한 경우, 평소에 산모의 몸이 허약한 경우, 임신 중 입덧이 심하여 영양장애가 있었거나 임신 중 문제가 많았던 경우에는 산후풍이 더 잘 나타난다.
산후풍은 말 그대로 산후에 바람을 맞는다는 의미다. 분만 후에는 자궁이나 골반의 상태가 매우 허약하고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이 상태에서 외부의 찬 기운이 들어오면 곧장 아랫배 쪽으로 냉기가 들어가게 되는데, 이것이 병적인 증세를 일으킨다. 특히 자궁의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어혈을 만들어 생식기능이나 비뇨기 계통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또한, 하체로 가는 혈액순환에 장애를 일으켜 무릎이 시리거나 관절염이 생기기도 한다. 대표적인 증세로 ‘산후풍치(産後風痓)’와 ‘산후두통’, ‘산후심복통과 요협통’이 있다.
출산 후에 바람을 맞으면 산후풍을 겪는다.
‘산후풍치’는 해산 후에 열이 나면서 혀가 뻣뻣하고 입술이 당기고 손가락을 잘 움직이지 못한다. 또한 이를 악물고 손발에 경련이 일어나기도 하고 몸이 뒤로 젖혀지며 침을 흘리기도 한다. 이는 기혈이 몹시 허약해져 있는 데다 찬바람을 맞고 담(痰)까지 겹쳐서 생긴다. 이때는 기혈을 크게 보한 연후에 담을 치료해야 한다. 주의할 것은 경련이 일어난다고 중풍으로 알고 몸 겉을 풀어주거나 땀을 내는 약으로 치료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지금 산모는 기혈이 허한 상태인데, 땀을 내는 치료를 하면 더욱 허한 상태로 몰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산후에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픈 ‘산후두통’과 가슴과 배, 허리와 옆구리가 아픈 ‘산후심복통과 요협통’도 산후풍의 또 다른 버전이다. 이것도 기혈이 허한 상태에서 피가 정체되고 막혀서 생기기 때문이다.
그밖에 산후에 자궁이 탈출 되는 ‘산후음탈(産後陰脫)’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대개 출산하느라 힘을 너무 써서 그런 것이다. 이때는 마치 항문이 빠져나온 것과 같고, 자궁이 묵지근하며 부어서 아프고 멀건 진물이 계속 흐르며 소변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이는 몸이 전체적으로 이완된 있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또, 출산하는 과정에서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정신이 혼미해지고 시간이 한참 지나서 깨어나는 ‘산후울모(産後鬱冒)’가 있다. 이는 혈이 몸에서 갑자기 빠져나가 의식작용을 할 에너지를 만들지 못해서 생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욕이 크게 저하되는 증세도 나타난다.
신체의 변화와 고통을 앎의 의지로 치유하자
이로써 보건대, 출산 후의 몸은 아기한테 건네진 혈액이나 자양분의 이동, 산후 각 장기의 회복, 출산 시의 출혈 등으로 심한 빈혈 상태에 놓여 있다. 혈은 기를 따라 흐르는데 산모의 몸이 빈혈 상태이다 보니 혈이 순환하지 못하고 막혀 있기 쉽다. 따라서 산욕기에 주력해야 할 것은 먼저, 기혈을 보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은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다. 기혈을 보강하는 보약을 먹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출산이 자연스러운 생명현상이듯이 출산을 여성 자신의 진정한 힘과 만날 기회로 활용한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파동과 에너지는 어머니 대지의 창조성과 연결되어 있다. 이는 땅이 가지고 있는 자생력으로 여성 스스로 길을 열어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무한한 힘과 맞닿아 있는 경험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길 바란다.
출산의 고통을 변화의 기회로 삼아보자.
『티벳 의학의 지혜』에서는 좋지 않았던 산후조리를 자세로 해결한다. 이들이 몸과 관계 맺고 있는 방식은 자신의 치유력을 끌어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산후조리 또한 스스로 몸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이들에게 산후회복이 좋지 않은 것은 후산(後産)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산이라는 것은 아기가 태어난 뒤 모체와 태아를 연결하고 있던 영양 보급 파이프라든가 필요 없게 된 여러 임신장치를 배출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것들이 몸 안에 남아 있으면 액분이 혈관을 통해 다시 흡수되어 부종이 생기거나 빈혈이나 자궁 질환을 유발한다. 티벳 유목민들은 입식출산을 하므로 해산도 아주 빠르고 홀가분하지만, 후산 방법도 잘 이루어진다. 서서 출산을 하면 산도의 방향이 아래를 향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산후에 배출할 것도 어렵지 않게 잘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위를 보고 누워서 하는 출산은 산도의 방향이 위를 향하게 되므로 후산의 배출도 어려워진다.
산모는 후산이 배출됨에 따라 자궁의 혈관도 수축하여 출혈을 막을 채비를 한다. 이는 후산이 자궁 안에서 자궁 입구를 향해 통과하고 이동하면서 마치 출산의 완성을 고하며 걷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후산이 나올 시기가 되면 별로 뜸을 들이지 않고 나오고 싶어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산도가 밑으로 향해 있거나 서 있는 체위가 적당하다. 몽골인, 에스키모인, 인디언도 모두 웅크리거나 네 발로 기는 듯한 엎드린 자세로 출산하는 관습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산모가 네 발로 기고 있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 배 속에 있는 태아의 얼굴이 위로 향하고 등이 아래에 있어 가장 쾌적한 상태를 만든다. 산모의 배가 땅기는 증세까지 해소할 수 있다.
자, 이제 『티벳 의학의 지혜』에서 제시한 방법을 힌트로 삼아 산모 자신에게 맞게 적용해보면 어떨까? 우리에게 늘 부족한 것은 삶의 지혜를 응용하는 용법과 실천이므로.
글_이영희(감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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