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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톡톡] 남녀를 바꿀 수 있어, 정말?

by 북드라망 2015. 7. 9.


남녀를 바꿀 수 있어, 정말?  




실록에 등장하는 동성애


“…이러한 일들이 궁중에서 자못 떠들썩한 까닭으로, 내가(세종) 중궁과 더불어 소쌍(세자빈과 동성애 한 궁녀)을 불러서 그 진상을 물으니…. 소쌍이 말하기를 … 저에게 같이 자기를 요구하므로 저는 이를 사양했으나, 빈께서 윽박지르므로 마지못하여 옷을 한 반쯤 벗고 병풍 속에 들어갔더니, 빈께서 저의 나머지 옷을 다 빼앗고 강제로 들어와 눕게 하여, 남자의 교합하는 형상과 같이 서로 희롱하였습니다.’ 하였다. … 이에 빈을 불러서 이 사실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소쌍이 단지와 더불어 항상 사랑하고 좋아하여, 밤에만 같이 잘 뿐 아니라 낮에도 목을 맞대고 혓바닥을 빨았습니다. 이것은 곧 저희들의 하는 짓이오며 저는 처음부터 동숙한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마는, 여러 가지 증거가 매우 명백하니 어찌 끝까지 숨길 수 있겠는가.”


 이상은 세종실록에 등장한 동성애 사건이다. 문제의 인물은 국모인 세자빈.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위에 등장한 세자빈은 순빈 봉씨로 두 번째 빈이다. 처음 들인 휘빈 김씨도 불미스러운 일로 폐비가 되어 재간택 되었는데, 사건이 또 벌어진 것이다. 성군 세종에게 자식 복과 며느리 복은 허락되지 않았다.


봉씨는 궁녀 소쌍을 잠자리에 불러들인다. 궁궐에 세자빈의 동성애 소문은 퍼졌고 세종은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급기야 세자빈을 불러들인다. 당황한 세자빈은 동성애를 잡아떼며 소쌍과 단지의 동성 행위 내용을 노골적으로 고해바친다. 그 말을 들은 세종은 자신이 한 행위가 아니고는 그들의 행위를 어떻게 알겠느냐며 세자빈의 동성애를 확증하여 순빈 봉씨를 폐위시키고야 만다.


실록에 등장하는 화려한 동성애 사건!


이렇게 19금 급의 화끈한 내용이 실록에 적나라하게 실려 있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 동성애는 그렇게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풍속을 해치기 때문에 문제가 되긴 했지만, 동성애 자체를 변태나 비정상으로 여기진 않았다. 아무리 이상하다고 해도 천지자연이 낳은 존재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동의보감에는 동성애에 대해 언술한 내용이 담겨 있다. 동의보감이 동성애를 보는 입장을 들어보기로 하자.



동성애도 기운의 치우침일 뿐!


동의보감에서는 생식기는 잉태하기 전에는 비어있다고 보았다. 비어있는 공간에 생명의 기운이 들어와 태아가 만들어진다고 본 것이다. 생식기가 비어 있으니 생명이 잉태되기도 하지만 이상한 기운이 들어갈 위험도 늘 열려 있게 된다. 괴이하게 뒤섞인 음양 기운이 생식기에 들어가면 성 정체성이 뒤섞인 태아가 생기는데 이런 아기가 동성애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기운을 받은 아이는 성장은 하지만 성 정체성은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 중성(?)인 채 태어나면 상대에 의해 자신의 성이 결정된다. 남자를 만나면 부인 역할로 살게 되고, 여자를 만나면 남편 역할을 하게 된다. 이걸 멀티 성이라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또 다른 경우도 있다. 부인은 될 수 있지만, 남편은 될 수 없는 경우. 동의보감에서 성의 다양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반여반남으로 하체는 여성이고 상체는 남자의 모습을 갖춘 인간도 있다.


반인반수? 아니아니~ 반여반남


 세조실록에는 얼굴은 여자고 생식기는 남자인 사방지가 등장한다. 사방지는 여러 사건을 일으켜서 벌을 받지만, 생각보다 대역죄로 처리되지 않는다. 이런 기저에는 사방지의 잘못이 아니라 천지가 만든 몸이라는 긍정성이 깔려 있다. 아무리 이상한 신체라도 음양 기운이 치우쳐서 태어났을 뿐 태어난 자의 문제는 아니라는. 아무튼, 다양한 기의 향연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기의 변화가 남녀를 만들고 다양한 성을 만든다. 이런 시선 속에서 남녀를 바꿀 수 있는 자신감도 나올 수 있었다. 한의학에서는 병리적인 상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병을 음양 기운의 실조로 보기 때문에 약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기운의 조절로 남녀를 바꿀 수 있다!


 그렇다면 남녀를 바꾼다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아무 때나 남녀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다. 임신 3개월은 시태(始胎)라 하여 혈맥이 아직 흐르지 않고 형태를 본떠서 변해가는 시기이다. 이때는 아직 남녀가 생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약의 복용이나 방술로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 방법은? 방법이 좀 웃기기도 하고 민망하다. 임산부 모르게 도끼를 침상 밑에 두라는 것. 동의보감은 이런 방법이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을 우려했는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미끼를 던져주신다. 믿지 못하겠다면 닭이 알을 품을 때 도끼를 닭장 아래에 매달아 보라고. 그러면 닭장의 모든 닭이 수컷이 될 터이니 확인해보라는 것이다. 좀 웃기지만 수탉의 예를 들며 우리를 설득하고 있다. 방법은 이것만이 아니다. 광석 석웅황을 붉은 주머니에 싸서 임산부 왼쪽 허리춤에 차거나 활시위 1개를 붉은 주머니에 싸서 임산부 왼팔에 차는 것이다.


임산부 모르게 도끼를 침상 밑에 두라고?



 임신 3개월을 ‘시태(始胎)’라고 하는데, 혈맥이 아직 흐르지 않고 형태를 본떠 변해 가는 시기이다. 아직 남녀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약의 복용이나 방술로 남아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수탉의 긴 꼬리털 3가닥을 임신부 모르게 침상 아래에 두는 것이나, 남편의 머리카락과 손발톱을 임신부 모르게 자리 밑에 깔아 놓는 방법도 있다.


 이런 방법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모두 양기를 가득 품은 사물들이다. 한의학에서는 성분이 아니라 기운이 몸에 작용한다. 기의 세계를 한 번 상상해 보자. 우선 기로 만들어진 빈 생식기를 떠올려보라. 생식기에 기운이 쌓이고 쌓여서 생명이 꼬물꼬물하는데 그 기운에 양기가 더해지면서 양기가 충만한 생명의 흐름이 형성되는 것을. 이렇게 기운이 변화하면서 여자에서 남자로 바뀐다는 것이다.



귀주성 잔리촌의 비밀


 지금도 남녀를 바꾸는 풍속은 중국에 당당히 존재한다. 중국 귀주성 안에 있는 잔리촌에는 남녀가 정확히 1:1 비율이라고 한다.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약을 먹어서 남녀 비율을 조절했다는 것. 환화초라는 약초가 있는데 그 약초의 뿌리 중 종으로 뻗은 것을 먹으면 남아가 되고 횡으로 뻗은 것을 먹으면 여아가 되므로 정확하게 1:1 비율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약으로 전 세계 남녀 비율을 조절하고 싶은 욕망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 약이 그 지역 주민에게만 해당한다니 어찌 된 일일까. 우선 그들이 산아제한을 하게 된 배경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잔리촌 선조들은 행복하게 잘살고 있었다. 그런데 인구가 증가하자 심각한 분쟁과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하여 잔리촌 원로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녀 2명만 낳는 산아제한을 결정하기에 이른다. 땅에 알맞게 인구수를 조절하자는 것. 지구에 알맞은 인구는 2억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70억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으니 서로 물고 뜯는 불행은 이미 예고된 셈이다.


땅이 원하는 사람 수를 알고, 공존하려면?



 잔리촌 사람들은 땅이 원하는 사람 수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땅과 공존하려는 방편으로 산아 제한을 선택했다. 이런 마음이야말로 강력한 기(氣)의 흐름을 만든다. 땅과 공존하려는 마음이 환화초를 불러들인 것이다. 그러니까 외부인이 보기에 남녀를 바꾸는 것이 환화초의 효능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공존의 마음이 절대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존하는 마음이다. 잔리촌 사람들처럼 땅과 공존하려는 마음을 내는 것. 그런 청정한 마음을 냈을 때 내 몸의 기운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니까 동의보감의 자신감은 허황한 언사가 아니다. 전남위녀의 효과가 없다면 내 마음을 의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심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이 아닌지.


 모든 것은 기운의 변화를 통해 일어난다. 위에서 보았듯 다양한 성의 탄생부터 남녀의 조절까지. 어떤 기운이 깃들어서 생명이 태어나든 천지가 허락한 생명은 소중하다. 동성애든 반남반녀든. 남녀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지조차 기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요소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존하려는 마음이다. 잔리촌의 사람들처럼 땅과 공존하려는 마음을 내는 것. 그런 청정한 마음을 냈을 때 내 몸의 기운 또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글_박장금(감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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