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한비자, 『낭송 한비자』로 읽을까? 『낭송 사기열전』으로 읽을까?



북현무 『낭송 사기열전』

읽어도 읽어도 깊은 그 맛!



   

예전에 미자하라는 사람이 위나라 왕에게 총애를 받았다. 당시 위나라 국법에 왕의 수레를 함부로 쓰는 자는 월형으로 다스렸다. 어느 날 밤 모친이 병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미자하는 왕의 명이라 속이고 군주의 수레를 타고 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왕은 ‘효성이 지극하구나! 어미를 위하여 다리가 잘리는 형벌도 마다하지 않다니!’라고 했다.
 어느 날은 왕과 미자하가 과수원에 갔는데 복숭아 맛을 보니 너무 달아 베어 먹은 것을 왕에게 바쳤다. ‘제 입의 맛남을 뿌리치고 나를 생각해 주다니, 나를 위하는 마음이 정녕 대단하구나!’라며 탄복했다.

― 사마천 지음, 나은영 풀어읽음, 『낭송 사기열전』, 49쪽


아~ 너 참 마음에 든다 ♡



여기까지만 보면 미담도 이런 미담이 없습니다. 효성과 충심이 지극한 신하와 그러한 신하의 훌륭함을 알아봐주는 왕의 이야기죠. 그런데 이 글의 출처가 ‘한비자 열전’이라면 어떨까요? 낭송Q 서백호 편에 있었던 ‘한비자’가 『사기열전』 속의 인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물론 맹자도, 공자의 제자들도 모두 돌아왔습니다. 『사기열전』 속의 인물로 말입니다. 『사기열전』은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한나라 시대의 역사가 사마천의 ‘기전체’ 역사서인 『사기』의 ‘열전편’입니다. 춘추전국시대의 이른바 ‘일반인’(신하, 장군, 평민, 도둑 등등)의 일대기를 모아놓은 책입니다. 생활사에 대한 정보나 난세의 유세객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한가득이죠. 『사기』의 여러 편들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고, 덕분에 가장 유명합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한비자의 사상을 담은 『한비자』보다 한비자의 일대기와 사상을 요약해 놓은 『사기열전』의 한비자가 더 재미있습니다. 짧기도 하고요.



신상필벌과 시스템에 의한 국가운영을 엄청 강조했던 한비자가 미자하의 저러한 행동과 그런 행동에 대한 왕의 반응을 좋게 묘사할 리가 없다는 것쯤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의도와 결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법’을 어겼는데 좋게 볼 리가 없죠. 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다음 구절을 볼까요?


“시간이 흘러 미자하의 아름다움이 퇴색되어 왕의 총애를 잃게 될 즈음 미자하가 죄를 지었다. 왕은 이렇게 말했다. ‘이 자는 예전에 나를 빙자하여 내 수레를 썼고, 제가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나에게 주었다.’ 미자하는 변함없이 행동했으나 처음에는 어질다고 여겨지고 나중에는 죄라고 판단하는 것은 왕의 애증이 변했기 때문이다.”

― 같은 책, 50쪽


『한비자』에도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규칙에 근거하지 않고서 통치하면 결국 왕의 마음에 따라 결정이 내려지니 원칙이 없어진다는 해석도 가능하고요, 사람 마음이 원래 조건과 상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라는 윤리적인 측면에서의 해석도 가능합니다. 미자하에게 이입할 수도 있고, 왕에게 이입할 수도 있으며, 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법’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한비자’에게 이입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사람 『한비자』에 나오는 여러 고사들 중에서 이것을 콕 찝어 『사기』에 실은 사마천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법'과 '원칙'. 독자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사실은 이 말이 하고 싶었습니다. 『사기열전』을 거기에 등장하는 여러 인간군상을 다루는 책으로만 읽는다면 약간 아쉽다는 겁니다. 그에 더하여 그 일화를 고른 사마천, 사마천에게 골라진 역사적 인물, 그 인물이 고른 인물들까지 『사기열전』을 둘러싼 ‘인간적 요소’들을 몹시도 입체적인 것이죠. 그래서 여러 번 읽어도 신선함을 잃지 않습니다. 읽고 또 읽고, 결국엔 외우고, 그 다음엔 다른 사람들에게 고사를 읊으며 지식을 뽐내는 즐거움을 누리는 겁니다. 그게 바로 ‘낭송’입니다. ^^


낭송Q의 새 시리즈도 출간된 만큼 당분간 또 낭송 씨앗문장들이 나갈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셔욧~!




낭송 사기열전 - 10점
사마천 지음, 나은영 옮김, 고미숙/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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