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어느정도 '부자'가 되어야 잘 산다고 할 수 있을까?




그저 잘 살고 싶다





길을 잘 가는 사람은 자취를 남기지 않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흠을 남기지 않으며

계산을 잘하는 사람은 산가지를 쓰지 않는다.

잘 닫힌 문은 빗장이 없어도 열리지 않고

잘 맺힌 매듭은 졸라매지 않아도 풀리지 않는다.

― 노자, 공자 지음, 손영달 풀어 씀, 『낭송 도덕경/계사전』, 60쪽



요즘 들어 ‘잘 사는’ 것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여전히 애 같지만 사회적으로는 엄연히 성인이 된 친구들은 저마다 잘 살고 싶다는 말을 하고, 부모님은 잘 살아야 나이 들어서 고생(아마도 ‘일’이리라)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신다. 언젠가는 친구에게 물어 보기도 했다 ‘잘 산다’는 건 어떻게 사는 거냐고. 친구의 답은 (이런저런 복잡한 말 다 빼고 나면) ‘인정받는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 아니다. 그보다는, ‘사업 성공해서 다른 사람한테 인정받고……’라고 말했으니 ‘인정받는 부자’가 아니라 ‘부자임을 인정받을 만큼의 부자’가 되는 것이 그에게는 ‘잘 사는 것’의 의미였다. ‘부자’의 꿈이 나쁜 꿈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인정’이라는 말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성인이 되어서는 보통 '공룡'은 꿈꾸지 않는다. 대신 '잘 사는 것'에 대해서 생각한다. "잘 살아야지."



다음은 부모님의 말씀. 이제 ‘늙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나이를 드셨고, 당신들의 자식을 오랫동안 보아 오셨기 때문인지 친구의 ‘잘 산다’보다는 훨씬 소극적이다. 부자가 되라고 말하지는 않으나 ‘일’을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그래야 ‘고생’하지 않는다고 하신다. ‘남들이 인정할 만큼의 부자’와는 약간 다른 ‘내가 고생하지 않을 정도의 부자’라고 하면 정확하겠다. 여기에서 마음에 걸리는 것은 ‘고생’이라는 말이다.


두 이야기를 놓고 생각해 보면 ‘잘 사는 것’이란 ‘인정받으며 고생하지 않고 사는 것’ 정도가 되겠다. 양쪽 모두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결국 ‘부자’이다. 인정받으려면 ‘부자’가 되어야 하고, 고생하지 않으려고 해도 ‘부자’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부자'란 어느 정도면 되는 걸까? 이정도면 되려나..



남들의 인정을 받는 부자가 되려면 ‘지나온 길에 자취’를 남기지 않을 수가 없고, 고생하지 않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매듭을 졸라매지’ 않을 수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잘 사는 것’과 ‘부자가 되는 것’에는 명확하게 확정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한쪽이 되면 다른 한쪽이 안 되고 하는 그런 관계라기보다는 아예 종류가 다른 일이 아닐까? 어느 샌가 ‘잘’과 ‘많이’를, ‘잘 살아갈 수 있다’와 ‘많이 살 수 있다’를 혼동하게 된 것 같다.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많이’의 세계에서 사는 것은 참 쉽다(많이 갖는 게 어렵지, ‘많이’ 갖고 싶어 하는 건 쉬우니까). 반대로 ‘잘’의 세계에 사는 것은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근처에도 갈 수 없게 된다. 가끔 나도 ‘부자’가 되고 싶다. 인정받고도 싶고, (고생이랄 것도 없는 일상이지만) 고생하기도 싫다. 그렇지만 자주, 진짜로 ‘인정’없이 행복할 수 있고, 고생하는 중에도 즐거울 수 있는 그런 삶, ‘잘’ 살고 싶다.



낭송 도덕경 / 계사전 - 10점
노자.공자 지음, 손영달 옮김, 고미숙 기획/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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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조아하자 2015.05.06 22:35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저는 마음놓고 책읽고 싶을 때 책읽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면 부자라고 생각합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