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식물을 키우는 것과 공부하는 것의 공통점



"여유있게 젖어들어 도에 이르기까지"

기다리기... 힘들어요?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이 마음을 지켜야하니 조급해 하지 말고, 깊고 두텁게 심고 길러야[栽培]하네. ‘심는다[栽]는 것’은 단지 여기에 어떤 것을 심는 것과 같아 함양하고 지키고 공부가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을 ‘깊고 두텁게 기른다’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가운데 여유 있게 젖어든다면 점점 스며들어 얻는 것이 있다네. 진실로 조급하게 효과를 구한다면 단지 사사로운 마음에 그칠 것이니, 끝내 여유 있게 젖어들어 도에 이르지 못할 것이야.

- 주희 씀, 이영희 풀어 읽음,『낭송 주자어류』119쪽


지난 주말에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집안 대청소를 했습니다. 집안 이곳저곳과 현관을 청소하며 방치해둔 빈 화분들을 정리하면서 제가 얼마나 많은 식물들을 죽였는지 알게 되었답니다. 고무나무도 있었고 아이비 같은(-_-;;) 아이들도 있었지요. 아, 해피트리 같은 나무도 있었습니다. 어떤 건 일주일에 한번이었고, 2주에 한 번, 한 달에 한번인 아이들이었지요. 나름 처음에는 시간 맞춰 물을 잘 주었습니다. 저는 저를 믿지 못했기 때문에 요일을 정해두고 물을 주거나, 한 달에 한 번 물을 주기 위해서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월급날에 맞춰 물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참 식물이란 건 참 더디더군요. 이게 살아있는지 모형인지 알 수가 없더군요. 벽에 선을 그어가며 자라는 걸 확인할 수도 없고, 매일매일 잎 개수를 세어볼 수도 없고^^;; 그러다가 어느 날은 바빠서, 어느 날은 화분이 있다는 것도 까먹고 물을 주는 날을 거르기 시작했고 또 어느 날은 물을 줘 놓고 물을 줬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물을 더 주기도 하고 그랬죠. 저희 집이 화분이 살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는지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다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갔지요. 화분의 잎이 누렇게 뜨기 시작하고 나서는 제가 손을 쓰기도 전에 죽어버리더군요.





(보시다시피) 제가 조금 조급한 편입니다. 눈에 성과가 아주 조금이라도 보이지 않으면 급급해하고 끝내 그만두는 일들이 종종 있지요. 그런데 식물의 시간은 참 다르더군요. 자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기가 힘듭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가끔 이 애들도 살아있는 존재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물을 하루 이틀쯤 빼먹어도 괜찮을 것 같고, 하루 이틀쯤 물을 더 줘도 딱히 문제가 있을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낭송 주자어류』의 문장에서 ‘사사로운 마음’이란 무엇일까요? 사사롭다는 말은 공적이지 않고 개인에 국한되는 일을 뜻하지요. 공부가 사사로운 마음에 그친다는 것은 내 안에서만 푸르륵 생겨났다 사라지는 마음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것 같습니다. 식물을 심고 그것을 길러내는 시간을 조급하지 않게 여기는 것은 내 마음 안에서만 그치고 말 것이 아니죠. 식물도 살아있는 존재이고, 자신이 원활하게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있는 존재입니다. 어떤 것은 일주일에 한번, 어떤 것은 한 달에 한번 물을 주어야 하지요. 어떤 것은 볕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하고, 어떤 것은 직사광선이 비치는 곳에 두면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마음씀’을 시간을 두고 오래오래 해 나가야 합니다. 내 마음만으로는, 한두 번 먹은 마음만 갖고는 길러낼 수 없는 거지요.


다시 제가 키우는 화분 이야기를 해볼까요. 지난 해 초여름, 여러해살이 식물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한해살이 식물들로 도전을 해보았답니다. 한참 요리에 관심이 있어서 먹을 수 있는 식물로 골랐지요. 신경 써서 물도 주고 볕이 좋은 곳에 골라 골라 두었습니다. 그랬는데 이 애들도 다 죽어버렸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물을 너무 많이 준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식물에 대해서는 저는 "꿈이고 희망이고 없는걸까요?"



시간을 지켜 물을 주고 아이들을 살피는 일을 끈기를 가지고 오래 했다면 아마 익숙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을 테지요. 하지만 저는 조급해했지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에는 금방 지쳐버리거나 방심했고, 시간을 두고 하는 일에는 금방 조바심을 냈지요. 그래서 제가 공부하는 것, 책을 읽는 것을 오래두고 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해에는 그만두지 않고, 조바심 내지 않고 한 가지 일을 쭈욱- 해보는 게 목표였지요. 그것은 수영이었고, 다행히 지금까지 무리없이 잘 하고 있습니다. 봄맞이 청소도 했겠다, 씨앗문장도 쓰며 마음도 다잡아 보았으니 이제 한 가지 더 해보려고 합니다. 식물 키우기. 불행인지 행운인지 아직 살아있는 화분이 몇 개 있답니다. 이번 해에는 그 애들을 죽이지 않고 잘 키워봐야겠습니다. 일상에 스며들게끔 말이죠.


아, 그리고 공부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너무 조바심 낼 필요 없지요! 너무나도 좋은 공부법이 있지 않습니까? 뭐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바로 “낭송”입니다. 낭송은 분명 가시적인 성과가 있습니다. 내가 외울 수 있는 구절이 생기니까요!! 게다가 잘 외우면 동네방네에 자랑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공부로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고 싶으신 분은 <제1회 고전 낭송Q 페스티벌>에 참여해보세요^^;; (기승전 낭댄스입니다!)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아니아니 건강하게 키울 수 있게 해다오!


낭송 주자어류 - 10점
주희 지음, 이영희 옮김/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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