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답(禪問答)
─ 알쏭달쏭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운암 스님이 도오화상에게 물었다.
“천수관음 보살은 그 수많은 손과 눈으로 무엇을 합니까?”
도오화상이 대답했다.
“한밤중에 사람이 등 뒤로 손을 뻗쳐 베개를 찾는 것과 같다.”
운암 스님이 말했다. “알 것 같습니다.”
도오화상이 말했다. “무엇을 알았다는 것인가?”
운암 스님이 말했다. “몸 전체가 손이고 눈입니다.”
도오화상이 말했다. “말은 대단히 그럴듯하다만 대략 팔할 정도 얻었을 뿐이다.”
운암 스님이 말했다. “사형께서는 무엇을 알았습니까?”
도오화상이 말했다. “몸 전체가 손이고 눈이다.”
― 문성환 풀어 읽음, 『낭송 선어록』, 42~43쪽
아......
뭐 이런……. 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씨앗문장이지요. 현실에서라면 도오화상님은 사회성 떨어지는 젊은이거나, 눈치 없는 아저씨였을 겁니다. 농담으로 보자니 웃기지도 않고, 진지하게 보자니….(도무지 진지하게는 봐줄 수가 없네요. ㅡㅡ;) 그래도 어쨌든, 선가(禪家)에서 전해 내려오는 대화를 모은 『선어록』에 실린 말씀이니 심오한 무언가가 있을 겁니다. 책이 내뿜는 아우라라는 건 이런 것이죠. 얼핏 보거나, 현실에서 일어나거나 했다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선어록’의 한구절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순간 ‘이게 무슨 소리지?’ 하는 궁금증(또는 호기심)이 마음속에서 훅 일어나니까요. ‘선문답’은 어쩌면 이런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름난 ‘선사’禪師께서 아무 의미도 없는 헛소리를 하시지는 않았을 것이니 무슨 말씀이든 듣는 사람은 순간적으로 강력한 해석의 에너지를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그렇지만, 진짜로 허…헛소리를 하셨을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그래서, 우리는 순간적으로 집중하게 됩니다. 무슨 소리인지 알아내려고 말입니다. 위의 문장을 보면서 생각해 봅니다. 처음 말한 ‘몸 전체가 손이고 눈이다’와 뒤에 말한 ‘몸 전체가 손이고 눈이다’는 어떻게 다른지, 이게 혹시 변증법의 동양적 형태는 아닐지 등등 알고 있는 ‘지식’들을 총동원해서 살펴보게 되죠. 그래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눈에 들어오는 한 구절이 있네요. ‘말은 대단히 그럴 듯하다만 대략 팔할 정도 얻었을 뿐이다’라는 부분이죠. 이게 어쩌면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말만 그럴 듯하게 하는 것의 위험을 경계하게끔 하고서는 운암 스님이 한 이야기를 한 번 더 반복함으로써 옳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것이 ‘그럴 듯한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우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다시 풀어보면, ‘운암아 네 말이 그럴 듯하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럴 듯한 말’에만 머무르면 그건 팔할의 성취밖에 안 된다’일 겁니다.
“천수관음 보살은 그 수많은 손과 눈으로 무엇을 합니까?”
사실 제가 읽은 것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불교를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고, 불교적인 깨달음을 얻고 싶은 것도 아니니 여기서 만족하죠. 다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말입니다. 알쏭달쏭한 ‘텍스트’를 조금 덜 알쏭달쏭하게 하려면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깁니다. 자기 나름의 ‘해석’을 하는 것이죠. 사실 우리는 책을 읽을 때 알아들을 수 있는 것만 알아듣고, 이해되는 것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습관이 생활에도 똑같이 적용되고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지는 않으신가요? 사실 진짜 중요한 것은 ‘알쏭달쏭’한 것에 있는 것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올해는 조금 더 ‘알쏭달쏭’한 것들을 찾아서 읽고 고민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
아하! 하고 깨닫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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