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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75

‘철학함’이 만드는 세계 ‘철학함’이 만드는 세계 여러분이 알다시피, 말은 자신이 발화하는 것을 변화시킵니다. 덕분에 우리는 언뜻 수수께기처럼 보이는 기호와 의미의 더불어 태어남/인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애 감정이 오가는 상황 혹은 혁명으로 지칭하는 말보다 앞서서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두 경우에는 입을 열어 말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말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과도 같은 사람, 그 일의 창시자와도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사랑의 심판대 앞에서든 혁명진압 세력 앞에서든 자기가 만들어낸 그대로 상황을 책임지고 자기가 입 밖에 낸 말의 대가를 치를 자격이 있습니다. 그 말은 말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 장-프랑수아 리오타르, 『리오타르, 왜 철학을 하는가?』, 이.. 2023. 4. 28.
신간 『니체 사용설명서』가 출간되었습니다! 니체를 읽고 쓰고 사용하며 명랑성 회복하기, 신간 『니체 사용설명서』가 출간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북드라망 독자님들! 북드라망의 2022년 첫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나를 짓누르고 있었던 이 정체 모를 역겨움이 니체를 읽고 쓰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생생한 고백으로 시작된 책, 니체를 읽고 쓰고 쓰는 과정이 담긴 책, 『니체 사용설명서』입니다. 짝짝짝! 『니체 사용설명서』의 저자 안상헌 선생님은 지금까지 내 삶을 둘로 나눈다면 니체를 읽을 수 없었던 시기와 니체를 읽을 수 있는 시기로 구분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니체를 읽는다는 것은 똑똑해져서 책을 더 잘 읽는다는 말이 아니라 “니체가 자기 존재를 흔들었다” 뜻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니체를 통해 세상에 역겨움을 느끼고 냉소.. 2022. 1. 14.
[약선생의 도서관] "제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 제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 어떤 작가는 그 명성에 비하여 뒤늦게 찾아온다. 대단한 명성을 갖고 있고, 작품도 너무나 위대하여 언젠가는 꼭 만나리라고 다짐하지만, 주소가 바뀌어 뒤늦게 받아보게 되는 편지처럼, 그래서 친구의 절절한 사연을 그때서야 알게 된 사람처럼, 뒤늦게야 그를 만나곤 때늦은 후회를 하는 것이다. 내게는 시인철학자 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가 그런 사람이다. 그의 웅장한 문체와 사유는 익히 들어왔지만 내게는 영 인연이 없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하긴 내게도 그와 아주 조그만 인연이 있긴 하다. 그것은 19세기 공산주의자 마르크스와 관련된다. 대학교 4학년 때 지금도 존경하는 어느 선배에게서 『자본론』을 배웠다. 돌이켜보면 .. 2016. 9. 27.
[약선생의 도서관] "그 한 부분에 머리를 내던져 적어도 금이라도 가게 하자" 전락의 훈련, 철저한 제로 - 나쓰메 소세키의 『갱부』 - 소세키의 강연 중 「문예의 철학적 기초」라는 제목의 강연이 있다. 이 강연은 마흔 살이 된 소세키가 동경미술학교 문학회 개회식에서 진행한 것이다. 강연이라지만 요즘 같은 그런 대중 강연은 아니었던 듯하다. 강연 내용에는 만만치 않은 논리들이 촘촘하게 스며들어 있다. 소세키 입장에서도 그랬던지, 강연 후에 소세키가 녹취록을 정리하고 보니 들고 간 강연 원고보다 두 배나 긴 글이 되고 말았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오래전에 이 글을 읽을 때는 그리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아마 소세키 강연의 백미는 ‘자기본위(自己本位)’를 묘파한 「나의 개인주의」이지 않느냐하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모르겠다. 인간 인식의 불행은 집합적 대상의 어느 한.. 2016. 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