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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민68

[나의 석기 시대] 고기로 태어나서 고기로 태어나서1. 채식주의자는 어디에 있는가?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 문학상을 탔다. 세계 문학의 시류를 타기 위해 『채식주의자』를 집어 들었다. 그림 형제가 수집한 유럽의 민담들, 그리고 우리의 옛이야기 등에서 보면 늘 먹고 먹히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풀을 먹는다’라는 테마에 관심이 갔다. 그런데 『채식주의자』는 먹고 먹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직 ‘먹는’ 문제밖에 나오지 않는다.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 불꽃」의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의 두 부분은 오직 ‘누가 먹을 것인가’를 두고 다툰다. 절대적 육식 거부에서 절대적 식사 거부로까지 나아가는 중심 인물의 행보가 산업 사회의 포악한 육식 문화를 비판하는 것 같지만, 실은 철저하게 ‘나는 나만 먹겠다!’를 고집.. 2024. 11. 28.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저자 후기] 읽기의 애니미즘 읽기의 애니미즘 오선민『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북드라망, 2024)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저에게 ‘읽기의 활력’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끔 이끈 책이기도 합니다. ‘읽기의 애니미즘’을 본격적으로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이 책이 만들어진 과정의 인연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저는 2023년 가을부터 24년 초봄까지 북드라망 홈페이지를 통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에 대한 해석을 차례로 연재를 했습니다. 그 전에는 인류학 답사 밴드 ‘인문세(인문공간세종)’에서 23년 초봄부터 초여름까지 10차례, 그리고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개봉에 맞춘 영화 토크 1회에 달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를 감상하는 연속-집중 세미나를 했습니다. 책은 미야자키 하야오.. 2024. 11. 21.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편집후기 ― 열 굿즈(GOODS) 안 부러운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그저 GOOD!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편집후기 ― 열 굿즈(GOODS) 안 부러운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그저 GOOD! 미야자키 하야오,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살아 있는 거장으로 평가받는 그이지만, 저는 소~올직히 미야자키 하야오라고 하면, 그의 작품보다는 지브리의 그 엄청난 굿즈들이 떠오릅니다. 다들 아시죠? 생김새는 귀엽기 그지없지만, 가격은 아주 딴판인 온갖 캐릭터 상품들 말이죠. 그래서일까요? 캐릭터 참 좋아하는 저이지만 용케 정신을 차렸는지 어쨌는지 지브리 관련 상품은 볼펜 한 자루, 수첩 하나가 없네요. 하지만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제 저한테는 열 굿즈 안 부러운,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이 있으니까요... 2024. 11. 12.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지은이 오선민 선생님 인터뷰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지은이 오선민 선생님 인터뷰   1. 책 제목이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입니다. 책 제목을 키워드 삼아 한 가지씩 여쭙고 싶습니다. 첫번째는 ‘미야자키 하야오’인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선생님께서 이전에 소개하신 프루스트나, 카프카, 레비-스트로스 등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왜 미야자키 하야오가 선생님의 눈에 들어오게 되었는지요? 저는 코로나 이후로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이례적이었던 이번 여름에는 말 그대로 ‘우리’가 ‘같은 태양’ 아래에 있음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노랗게 변하기도 전에 타 버린 은행나무라든가 휴가도 없이 일하는 에어컨이라든가, 많은 것들이 같이 폭염을 겪었어요. 저는 나 아닌 것, 인간 너머의 것, 보이.. 2024.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