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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51

몸이 내게 내준 숙제, 아픔 우리가 정말 고통을 느끼기는 하는 것일까(2) 신근영(남산강학원Q&?) 신경과 의사이자 뇌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스피노자의 뇌』에서 한 여성 환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선 그녀가 슬픔에 북받쳐 했던 말부터 만나보자. 제 자신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 같아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느끼고 싶지도 않아요. … 이제 사는 데 진저리가 납니다. 이만하면 됐어요.…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삶에 욕지기가 날 정도라고요. 모든 게 다 쓸데없어요. 소용없는 일이라고요.…나는 무가치한 인간이에요. 난 세상이 두려워요. 구석에 숨고 싶어요. … 나 자신을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납니다. 제게 무슨 희망이 있습니까? 저를 위해 이런 수고를 하지 마세요. ㅡ안토니오 다마.. 2012. 9. 5.
고미숙의 신간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출간!!! 바야흐로 힐링과 치유의 시대다. 그만큼 아픈 사람이 많다는 뜻이리라. 아닌 게 아니라 상처 혹은 트라우마라는 말은 이제 흔하다 못해 상투어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풍요로운 시대에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더 놀라운 건 힐링이 넘칠수록 상처 또한 더 깊고 다양해진다는 것. 왠지 ‘야릇한’ 공모 관계가 느껴지지 않는가. 힐링은 상처를 만들어 내고 또 ‘만들어진 상처들’은 치유의 항목들을 늘려 주는 식으로 말이다. 더 끔찍한 건 이런 배치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으로부터 멀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건 더 좋은 힐링, 더 많은 치유가 아니다. 힐링과 상처의 공모관계를 해체하고 전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삶의 일방향으로 이끄는 거울을 깨뜨리고 자신의 삶을.. 2012. 8. 27.
'나'를 찾아 떠나는 길,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소세키를 넘어선 소세키 소세키는 만년에 이르도록 ‘자기본위’라는 네 글자를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다. 그 점에서 그는 자기본위의 사상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소세키가 몇 군데 강연에서만 드물게 자기본위를 다루었기 때문에 우리가 그 전모를 파악하기란 그리 쉽진 않다. 그래서 자기본위를 ‘주관이 뚜렷해야 한다’는 식의 교장선생님 훈시처럼 이해하거나, 근대 일본을 구성한 강력한 국가 이데올로기로 분석하고 그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소세키의 자기본위’안에 숨겨져 있는 어떤 힘이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더군다나 그의 ‘어두운’ 후기 작품들과 연결하지 못하고, 초기 몇 작품만을 근거로 자기본위가 해석되는 것이 아쉽기만 하였다. 그래서 나는 소세키의 주요 작품들에서 자기본위의 사유들을 찾아내.. 2012. 7. 30.
내 마음의 썰물과 밀물 甲木 - 내 마음의 갑목 강민혁(감이당 대중지성) 단 몇 분만 마음을 지켜보라. 어찌 이다지도 많은 감정들이 밀려오고 쓸려 가는지. 알람소리에 안 떠지는 눈을 책망하는 느려터진 마음, 그래도 일어나야지 하며 방바닥을 일어서려는 마음, 셔츠 준비 안 해 놓고 뭐했냐며 아내에게 으르렁대는 이기적인 마음, 하지만 슬쩍 아내 눈을 보고 누그러뜨리는 마음, 출근 구두에 묻은 흙을 털며 오늘 하루를 비루해 하는 마음, 버스는 안 오고, 많아지는 출근 인파에 조급해지는 마음, 자리에 앉은 자들에게 불타오르는 이유 모를 적개심! 이 조그만 마음의 포구는 수천수만의 포말들과 그 포말에 비친 반사 빛들로 눈부시게 휘황찬란하다. 아, 이 수많은 마음들은 어디서, 어떻게 흘러와 내 연안에 밀려왔나? 마음들을 끌고 온 내 마음.. 2012.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