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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53

너무 극복하기 힘든, 마음의 장애 난 환자가 아니야 오늘은 제이가 장애인 인권강사 양성 아카데미 졸업하는 날이다. 기초 과정, 전문가 과정 해서 10개월 동안 했던 공부를 마무리하는 날. 제이로서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시작하는 새로운 공부라 시작할 때 걱정이 앞섰다. 내가 과연 이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제이는 학교 다닐 때 공부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대학에도 안 갔다. 책을 읽는 것이 제이에게는 힘들었다. 글자가 눈에 안 들어왔다. 마음 속에 하고 싶은 말이 가득 차 있는데 그것을 표현할 길이 없으니 늘 자신의 아우성으로 멍멍한 귀에 남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책을 읽는 대신 제이는 침묵 속에서 고요한 숨결을 전하는 시를 쓰면서 자기 자신과 대화를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혼자서 하는 독백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2012. 10. 22.
일상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己土 - 지루한 오후, 우주선이 필요해 오후 2시, 이따금씩 소곤거리는 전화 소리만 들릴 뿐, 모든 것이 고요하다. 사람들도 오늘까지 해야 할 업무들에 말없이 열중할 뿐이다. 왼쪽 중간 벽에 얼룩을 뒤로하고 휑하니 걸려있는 시계는 아무도 보지 않는 초침을 톡톡 묵묵히 돌리고 있다. 계단 옆 엘리베이터도 위 아래로 두어번 움직이지만, 내리는 사람은 드물다. 청소 아줌마만 쓰레기통을 들고 이리 저리 휩쓸리고 있는 먼지들을 쓸어 담고 있다. 저기 구석에는 누가 흘려났는지, 물이 홍건이 젖어 있다. 30분 전부터 지난해 사업계획 자료만 여러 부 뽑아내고 있는 컬러프린터는 어제 들여온 예쁜 복사기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도 않고, 걱걱, 똑같은 소리만 토해낸다. 누가 이 자료를 뽑아내고 있는지 둘러보아도 아무도 눈짓.. 2012. 9. 24.
몸이 내게 내준 숙제, 아픔 우리가 정말 고통을 느끼기는 하는 것일까(2) 신근영(남산강학원Q&?) 신경과 의사이자 뇌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스피노자의 뇌』에서 한 여성 환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선 그녀가 슬픔에 북받쳐 했던 말부터 만나보자. 제 자신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 같아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느끼고 싶지도 않아요. … 이제 사는 데 진저리가 납니다. 이만하면 됐어요.…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삶에 욕지기가 날 정도라고요. 모든 게 다 쓸데없어요. 소용없는 일이라고요.…나는 무가치한 인간이에요. 난 세상이 두려워요. 구석에 숨고 싶어요. … 나 자신을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납니다. 제게 무슨 희망이 있습니까? 저를 위해 이런 수고를 하지 마세요. ㅡ안토니오 다마.. 2012. 9. 5.
고미숙의 신간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출간!!! 바야흐로 힐링과 치유의 시대다. 그만큼 아픈 사람이 많다는 뜻이리라. 아닌 게 아니라 상처 혹은 트라우마라는 말은 이제 흔하다 못해 상투어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풍요로운 시대에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더 놀라운 건 힐링이 넘칠수록 상처 또한 더 깊고 다양해진다는 것. 왠지 ‘야릇한’ 공모 관계가 느껴지지 않는가. 힐링은 상처를 만들어 내고 또 ‘만들어진 상처들’은 치유의 항목들을 늘려 주는 식으로 말이다. 더 끔찍한 건 이런 배치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으로부터 멀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건 더 좋은 힐링, 더 많은 치유가 아니다. 힐링과 상처의 공모관계를 해체하고 전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삶의 일방향으로 이끄는 거울을 깨뜨리고 자신의 삶을.. 2012.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