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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182

무너지는 척추를 잡아주는 버팀목, 목기운을 가진 속골(束骨) 허물어진 중심에게, 속골(束骨)을! 희한한 진단법?! 내가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한 친구의 아버지는 한의사셨다. 메기수염을 길게 기르고 늘 한복을 입으셨는데, 가끔 학교에 와서 아이들을 무료로 진찰해주시곤 했다. 몸이 좋지 않아 아저씨한테 가면, 먼저 양 손목을 잡힌다. 손가락을 얹어 지그시 잡으시고는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고르셨다. 침을 놓을 때는 눕힌 상태에서 배를 이리저리 눌러보기도 한다. 그렇다, 이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한의학의 진단법이다. 맥진(脈診)과 복진(腹診). 맥을 짚거나, 배를 눌러보거나, 환자의 안색을 관찰하는 것(망진). 맥과 손끝의 감각으로 균형이 무너진 곳을 찾아내는 아저씨의 기술은 실로 신기했지만, 누구든 하루아침에 그런 능력이 생길 수는 없다. 우선 맥을 짚을 촌, 관,.. 2013. 4. 4.
요절복통((腰折腹痛)시대! 위중한 허리를 위한 위중혈(委中穴)! 오금아, 날 살려라! - 위중혈(委中穴) 에피소드 1 1636년 12월, 병자호란(丙子胡亂). 조선의 왕 인조(仁祖). 궁을 버리고 피난길에 오른다. 세상의 중심인 궁을 떠나는 왕. 평생을 살아온 집을 떠나는 한 인간. 그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막막하고 아프고 쓰린 것. 몰아치는 12월의 칼바람과 시시각각 전해져오는 패전의 소식들. 그리고 막혀버린 피난길. 이 앞에서 누군들 눈물이 나지 않겠는가. 첫 목표였던 강화도 길은 이미 봉쇄된 상황이었다. 할 수 없이 인조는 남대문을 열고 남한산성으로 길을 잡는다. 허나, 얼마쯤 갔을까. 인조는 백탑고개를 넘어가다 한숨을 몰아쉬며 주저앉고 만다. “아이고, 오금이 아프다.” 그렇다. 피난길도 삶이다. 쉬어가야 하고 사람들과 말을 쉬게 .. 2013. 3. 21.
관절엔 캐내세요? 무릎엔 역시 소해혈! 마디에 바람이 분다, 소해(小海) 드라마 열혈시청자라면 제목보고 ‘어! 이거 어디서 본 듯한데’ 하셨을 거다. 그렇다. 요즘 한창 뜨는 드라마 를 패러디 했다. 어떻게든 보게 하려고 이런 짓까지 서슴치 않는다고 핀잔하지 마시라! 아무 연관도 없는데 무턱대고 붙인 건 아니니까. ‘마디에 바람이 분다’에서 ‘마디’는 우리 몸의 관절을 말하고, ‘바람’은 인체에 병을 일으키는 사악한 기운 중에 하나인 풍(風)을 말한다. 고로 ‘관절에 풍이 생겼다’는 말이다. 관절에 풍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그동안 익힌 음양오행 상식으로 한번 추론해 보시라. 한의학은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하는 자연의학이다. 의학적 추론이 자연스러운 학문이니까 누구든지 나름대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해답이 있을 뿐 정답은 없다. 추론이 척척 .. 2013. 3. 14.
십병구담(十病九痰)! 몸 속 습담을 뚫어주는 후박!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해요? 그럼 후박(厚朴)! 후박엿, 울릉도 호박엿의 원조라고? 수년 전 울릉도에 갔을 때 후박나무(우리나라에서는 일본목련을 후박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목련과는 다르다)를 본 적이 있다. 다른 곳에서도 스치듯 본적이 있었지만 직접 가까이에서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녹색의 두터운 이파리들이 유난히 반짝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무껍질이 두터워 후박이라 불린단다. 한때 울릉도는 후박나무가 가장 흔한 곳이었다. 그런데 후박나무 껍질이 한약재로 쓰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벗겨내는 바람에 인가 가까운 곳의 나무들은 더 이상 살지 못하고 죽고 말았단다. 즉 마을사람들이 엿을 고을 정도로 많았던 후박나무가 지금은 주로 벼랑 같은 험한 곳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 2013.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