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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47

체감 거리 제로(0)의 현장실습, 활보를 통해 배운 것들 체감 거리 0mm 활보 속의 공부 공부하는 백수들에게 활동보조인 일은 종합선물세트다. 돈 솔찬히 주고, 시간 맘대로 정할 수 있고, 남들이 인정해주는 일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종임에 분명하다. 이정도만 해도 활보는 실로 특A급 일거리다. 그런데 장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일을 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어떤 공부를 할 수 있나? 한마디로 말해서 ‘한 몸이 되는 공부’를 할 수 있다. 활보 일은 식사, 목욕, 신변처리 등의 모든 생활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개인 경호원처럼 1:1로 매우 밀접하게 붙어있다. 나는 주 5일 일하면서 하루에 7시간 동안 이용자 T를 만난다. T와 나는 현재 물리적으로 누구보다도 가장 오래 있는 사이이고, 가장 가까운 사이이다.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2015. 6. 19.
독수리도 기는 법부터 배운다 괜찮아, 처음이(이니까 말이)야 오키나와현에 속하는 작은 섬에는 모두 일곱 명 정도의 초등학생이 있다. 아이들은 담임선생님과 함께 합주회를 열기로 하고, 맹연습에 들어간다. 그런데 합주에서 하모니카를 맡은 아이가 다른 친구들과 영 박자를 맞추지도, 심지어 하모니카를 제대로 불지도 못하자, 친구들의 원성이 점점 높아지고 아이는 자신감을 잃어간다. 이 섬에는 도쿄에서 조직범죄 대책반에 있던 경찰이 주재원으로 파견되어 왔는데, 이 주재원은 열심히 연습하면 된다며 하모니카를 맡은 아이를 격려한다. 하지만 아이의 실력은 쉽게 늘지 않고, 주재원은 계속 아이가 연습을 쉬지 못하도록 독려하는데, 오히려 그 독려가 아이에게는 스트레스가 되어 아이는 폭발하고 만다. 어찌어찌 평정을 찾게 된 아이에게 주재원은, 네가 하기.. 2015. 3. 16.
서로 다른 두 사람, 우린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 활보활보 시즌 투 : '활보'하는 백수들 K 언니와 헤어지며 5월의 마지막 날이던 지난 주 토요일, 3개월간 해왔던 이용자 K언니와의 활동보조 일을 그만뒀다. 사실 딱히 허전하거나 슬프지는 않다. 여중을 다니던 시절, 교생실습이 끝날 때 반 아이들 대부분이 눈물을 흘리거나 슬퍼했다. 그렇게 친한 친구들이 울 때도, 나는 눈물이 나오지 않아서 아주(!) 고생을 했다. 딱히 눈물이 없는 편도 아닌데, 헤어짐에는 왜 그렇게 인색한지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헤어짐은 슬프진 않아도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3개월간 해왔던 일들과 생각했던 것들이 스쳐 지나간다. 활동보조를 그만두거나 시작하는 일은 활동보조를 알선하는 센터와 관련되어 있다. 그 뿐 아니라 활동보조인들은 월말마다 일지를 .. 2015. 3. 13.
혼자인듯 여럿인 『트윈 스피카』 혼자인듯 여럿인 『트윈 스피카』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다. 5월이면 아직 봄인 것 같은데, 온도로 느낄 때에는 여름이다. 반팔,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는 걸 보니 정말 ‘여름’이 시작된 것 같다. 봄에는 계속된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 볼 일도 많지 않았다. 육안으로 별과 별자리를 구분하기가 아직은 쉽지 않아서였을까… 봄에 가장 눈에 잘 보인다는 그 밝은 ‘스피카’도 못 봐서 아쉬웠다. 그러다 눈에 띈 책이 있었으니 바로 『트윈 스피카』! 먼저 ‘스피카’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스피카는 처녀자리의 α별이다. 투명한 푸른빛으로 보인다고 한다. 처녀자리는 대개 보리이삭을 왼손에 들고 있는 날개달린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이 ‘보리이삭’의 위치가 바로 α별 스피카의 위치이다. 스피카라는 이름.. 2014.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