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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독23

[우.세.소] 죽어야 쉬는 세미나, 《춘추좌전강독》 죽어야 쉬는 세미나, 《춘추좌전강독》  봄날(문탁네트워크) 2년 전 어느 날, 진달래가 ‘좌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상하게 끌리는 말이었다. 왜 끌리는지는 그때는 잘 몰랐는데, 고전문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내가 진달래와 토용처럼 중국고전을 오래동안 공부해서 원문을 척척 읽어내는 게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덜컥 세미나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달랑 세 명이서 세미나를 이어나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봄빛이 완연한 화요일 아침, 중국 춘추시대 역사서 춘추좌전 읽기는 아무 준비도 없이, 그저 고전공부에서는 선배인 두 친구에 의지해서 한걸음씩 나아가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세미나는 시즌별로 책을 안배하고 한 시즌이 끝나면 방학을 배치해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 그런.. 2024. 8. 26.
왕을 정하는 하늘의 뜻? 공자가 말하는 천명이란 귀신① - 제사의 정치성 주변의 누군가가 귀신을 본적이 있다고 하면 여러분은 뭐라고 하실 텐가? 아마도 헛것을 보았다고 하실 분이 많을 것이다.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은 귀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고, 헛것을 본 것이라고 타박하는 사람은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상통하는 점이 있으니, ‘보인다’는 것을 근거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한 사람은 보았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말하고, 또 다른 사람은 귀신은 존재하지 않기에 볼 수 없는 것이라 주장한다. 유가(儒家)에서는 귀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중용(中庸)에는 귀신에 대해 말한 장(章)이 있다. 일명 귀신장이라고 하는 16장인데, 이로부터 2가지의 서로 다른 주제를 이야기 해 보고 싶다. 하나는 제사의 정치적인 의미에 대해서이고.. 2016. 9. 22.
"군자의 도는 남김없이 드러나되, 은미하다" 費(비)와 隱(은)의 모순 “날아가는 화살은 날지 않는다”라고 했던 제논의 역설을 기억하시는지? 고대 그리스의 제논은 운동이 실재한다면 이런 어이없는 논리적 귀결에 도달한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운동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논증하려 했다. “날아가는 화살은 날지 않는다”라는 문장은 논리적으로는 모순율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섯 번째 연재를 읽어보시면 되지만 모르셔도 상관없다. 이 문장이 어이없다고 생각하신다면 이 글을 계속 읽을 수 있는 출발점은 된 것이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라. “날아가는 화살은 날지 않는다”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 있으신가? 아마 안 되실 것이다. 그럼 됐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문장이 중용(中庸)에 있다. 중용 12장, 첫 구절로 자왈(子曰)이 없.. 2016. 9. 1.
공자가 말하는 '강함'이란 무엇인가 자로가 강함에 대해 물었다(子路 問强) 자로(子路)는 공자의 제자로 성은 중(仲)이고 이름은 유(由)다. 그 많은 공자 제자 중에서 중용에 언급되어 있는 제자는 단 두 사람인데, 바로 안회와 자로다. 안회가 성인에 버금가는 제자라면, 자로는 무인출신으로 순박하고 강직한 인물이다. 이 두 제자는 모두 공자 보다 일찍 세상을 떴는데, 공자가 71세 되던 해에 안회가 죽고, 그 이듬해에 자로는 위나라에서 괴외의 난을 만나 죽는다. 공자는 자로를 무척 아끼고 신뢰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자는 “나라에 도(道)가 행해지지 않으면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아가리니, 아마도 나를 따를 자는 유(由)일 것이다”(「논어』, 공야장)라고 하면서 자로에 대한 믿음을 표하고 있다. 일개 무뢰한이었던 자로는 공자에 의해 학문의 길로.. 2016.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