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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당385

하늘엔 아홉개의 별, 사람에겐 아홉개의 구멍! 별에서 온 구멍을 차갑게 해주는 규음혈 열려라, 참깨? 열려라, 규음! 나, 쌍꺼풀 수술할래 지난겨울, 동생 집에 놀러 갔다가 겪은 일화다. 네 살배기 조카와 함께 길 건너 아파트 단지에서 여는 시장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조카와 나는 손을 잡고 몇 발자국 먼저 가고, 동생이 좀 뒤처져 오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를 막 벗어나려는 순간, 조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같이 다니는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할머니와 함께였다. 아이가 먼저 조카를 보고 아는 체를 했다. 나는 조카에게 친구냐고 묻고 있는데 동생이 금세 오더니 할머니에게 인사를 했다. “수, 할머니세요? 안녕하세요. 수, 할머니랑 어디 다녀오는구나!” 동생은 할머니에게 엷은 미소를 보냈다. 할머니는 동생에게 물었다. “우린 놀이터 갔다가 오는 길이에요. 근데 얘는?” “수랑 어린이집 같이 .. 2014. 3. 20.
몸속에서 이루어지는 마주침으로 생성되는 사건들 -침, 땀, 콧물… #긴장-진액-에피쿠로스 마주침의 유물론 회사원이라면 처음 만난 사람끼리 악수를 주고받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다. 물론 명함을 교환하는 것도 빠트릴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럴 때 마다 약간 망설여진다. 땀이 많은 손 때문이다. 특히 상대가 외국인이나 여자라면 민망함이 커져, 회의 내내 안절부절못할 때가 부지기수다. 어느 정도냐 하면, 심할 때는 명함이 단 몇 분 만에 홍건이 젖을 때도 있다. 어쩌면 나는 전생에 물고기가 아니었을까. 사방이 물로 뒤덮인 곳에서 나고 자랐으니, 그리 엉뚱한 말도 아니다. 춘삼월 강변 바람이 산불을 더 강렬하게 키우듯, 회의 내내 안절부절못하는 내 긴장은 손을 익사 상태로 몰아넣는다. 몸속을 돌아다니는 물을 동의보감에서는 ‘진액’이라고 한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진액이 다빠.. 2014. 3. 19.
설국열차를 전복시키자 죽음이 아닌 평화가 왔다! - 지천태 전복과 평화 작년 여름 나는 를 봤다. 사람들은 너무 직설적이라서 지루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달랐다. 오히려 직설적이어서 구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추상적으로 여기던 많은 사유들이 생생해졌다. ‘자리’라는 단어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메이슨 총리에게는 랑시에르가, 18년 전 꼬리칸에서의 식인 현장을 말하는 커티스에게선 루쉰이, ‘윌포드 엔진실’의 문 앞에서 차라리 기차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자는 남궁민수에게는 들뢰즈가, 윌포드가 커티스를 설득하며 제시하는 ‘균형론’에는 푸코의 생명정치가 숨어 있다. ‘7인의 반란’을 증거하는 창문 밖 탈주자들의 얼어버린 모습에선 라깡의 상징계와 실재계가 너무나 리얼하다. 더군다나 ‘문’을 하나씩 뚫고 나가는 커티스의 모습은 레닌 그 자체라고 말해도 무.. 2014. 2. 28.
담대하고 담담한 삶을 위한 혈자리 - 협계 공포와 불안을 날려버리는 힘, 협계(俠谿) “어디선가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어!” 무슨 미친 소리냐고? 공포영화에나 나오는 대사 아니냐고? 아니다. 현대인들이 처한 현실 그대로다. 보시라.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이슈가 될 법한 일이 생기면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스마트족, 온갖 야동들의 원초적 욕망(?)에 해당하는 관음증.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들여다보고 누군가는 또 우리를 들여다본다. All around the world is open!(용서하시길... 요즘 아침마다 콩글리시를 배우는 중이라 써먹어 봤음... 문법에 맞는지는 알 수 없음.) 그 현실이 곧 언어화되어 표현된 것일 뿐 저 말은 허구도 거짓도 아니다. 지금 세상이 그렇다. 특별한 사건조차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그 안에 담긴 내 모습이 정.. 2014.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