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하늘엔 아홉개의 별, 사람에겐 아홉개의 구멍! 별에서 온 구멍을 차갑게 해주는 규음혈

열려라, 참깨? 열려라, 규음!



나, 쌍꺼풀 수술할래


지난겨울, 동생 집에 놀러 갔다가 겪은 일화다. 네 살배기 조카와 함께 길 건너 아파트 단지에서 여는 시장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조카와 나는 손을 잡고 몇 발자국 먼저 가고, 동생이 좀 뒤처져 오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를 막 벗어나려는 순간, 조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같이 다니는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할머니와 함께였다. 아이가 먼저 조카를 보고 아는 체를 했다. 나는 조카에게 친구냐고 묻고 있는데 동생이 금세 오더니 할머니에게 인사를 했다.


“수, 할머니세요? 안녕하세요. 수, 할머니랑 어디 다녀오는구나!”
동생은 할머니에게 엷은 미소를 보냈다. 할머니는 동생에게 물었다.
“우린 놀이터 갔다가 오는 길이에요. 근데 얘는?”
“수랑 어린이집 같이 다녀요. 단우예요.”
“근데, 댁은? 애 할머닌가?”
“……”


여자 두 명이 애를 데리고 가니까 한 명은 분명 엄마일 텐데, 조카 손을 잡고 있는 나를 할머니는 애엄마로 착각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목구비가 뚜렷한 엄마를 닮은 동생을, 둥글둥글한 아버지를 닮은 나보다 항상 나이 많게 보긴 했었다. 그래도 그렇지, 언니도 아니고 할머니로 본 건 너무했다. 나는 너무 민망해서 조카 손을 이끌고 얼렁뚱땅 그 자리를 벗어났다. 동생은 따라오면서 기가 푹 죽었다.


“언니, 내가 너무 늙어 보이나 봐.”
“내가 단우 손잡고 가니까 나를 엄마로 본 거뿐이야. 야! 그 할매 눈이 삤다.”


나는 버럭 화를 냈다. 동생은 별말 없이 수긍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꺼림칙하더니만 저녁 무렵, 결국 사단이 났다. 저녁밥을 먹고 제부가 간단하게 술 한 잔 하자고 청했다. 술을 마시면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데 동생이 불쑥 말을 던졌다.


“여보, 나 쌍꺼풀 수술 할래.”
“뭐? 갑자기 왜?”
“오늘 수 할머니를 길에서 만났는데, 나보고 단우 할머니냐고 그러더라고”
“아니, 제부 그게 아니라, 내가 단우랑 같이 있어서 나를 단우 엄마로 본 거야. 근데 여자가 한 명 더 있으니까 할머니겠거니 생각한 거지.”
“언니, 아무리 그래도 날 할머니로 본 거잖아.”
“근데 할머니로 본 거 하고 쌍꺼풀하고 무슨 상관이야.”
“쌍꺼풀 수술하면 눈이 커 보이니까 좀 젊어 보이지 않겠어.”
“말이 되는 소릴 해. 난 당신이 할머니로 안 보이니까, 수술하지 마.”


한동안 쌍꺼풀 수술로 옥신각신하다가 제부가 큰소리로 일침을 놓고 급마무리를 했다. 할머니 소리 한마디 들었다고 성형으로 불똥이 튀는 이 국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참 난감하다. 이 국면은 지금 우리가 성형을 얼마나 밥 먹듯이 쉽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지금 대한민국은 성형천국이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동안으로 보이고 싶어서 눈을 찢고 코를 높인다. 사실 생각해보면 쌍꺼풀 수술이나 콧대 수술은 눈구멍을 키우고 콧구멍을 높이는 수술이다. 우리시대 미의 기준은 눈은 캔디처럼 크고 반짝여야 하고, 코도 눈 못지않게 크고 높아야 한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눈구멍을 키우고 콧구멍을 높여도 우리 몸은 괜찮은 걸까? 이것이 참으로 궁금타. 하여 오늘은 이 구멍들을 탐사해 보기로 하자.  


꽃보다 희애 누나! 누나의 그런 말.... 하나도 위로가 안되요.



하늘에는 아홉 개의 별, 사람에겐 아홉 개의 구멍


만물이 생존하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을 가장 고귀한 존재로 여기는데, 머리는 둥글어 하늘을 본받고, 발은 모가 나 땅을 본받았으며, 하늘에 사시(四時)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사지(四肢)가 있고, 하늘에 오행(五行)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오장(五臟)이 있으며, 하늘에 육극(六極)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육부가 있고, 하늘에 팔풍(八風)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팔절(八節)이 있으며, 하늘에 구성(九星)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구규(九竅)가 있고, …


─『동의보감』, 「내경편」, ‘신형’(身形),  법인문화사, 200쪽


인간의 몸이 어떤 식으로 천지만물과 조응하면서 형체를 이루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는 손진인의 말이다. 이 조응은 사람의 몸이 대우주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소우주라는 말이기도 하다. 하늘에 아홉 개의 별이 있어 사람에게는 아홉 개의 구멍이 있다는 것. 아홉 개의 구멍! 한번 찾아보자. 우선 얼굴부터! 눈구멍 두 개, 콧구멍 두 개, 귓구멍 두 개, 입 한 개. 얼굴에 자그마치 일곱 개나 몰려 있다. 그러니 구멍이 인체에서 하는 대부분의 역할을 얼굴에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머지 두 개의 구멍은 어디 있을까? 찾으셨는지~(^^). 그렇다. 나머지 구멍은 몸 아래쪽에 있다. 고상하게 말하면 요도와 항문. 격의 없이 말하면 오줌구멍과 똥구멍이다. 이 구멍들은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을 할까? 오늘은 아홉 개의 구멍 중에 얼굴에 몰려 있는 일곱 개의 구멍들만 살펴보기로 하자.  


자! 레빗홀로 들어가는 엘리스처럼 우리도 우리 몸의 구멍에 대해 알아보아요~


우선 두 개씩 있는 것들부터 보면, 먼저 눈. 눈은 앞서 다룬 적이 있다.(눈에 대해서 궁금하시면 ‘대릉, 집 나간 마음을 불러오자!’ 코너를 보시라.)  눈은 간과 통하는 구멍이다. 그래서 눈을 보면 간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다. 눈과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동의보감』의 내용을 보자.


사람이 잠잘 때는 혈이 간으로 돌아가고, 간이 혈을 받고 눈이 혈의 자양을 받으면 능히 볼 수 있게 된다. 간기(肝氣)는 눈으로 통하므로 간의 기능이 조화되면 오색 빛을 잘 구별할 수 있다. 간의 허증은 눈이 침침하고 안화(眼花)가 피어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눈이 어두운 것은 간기가 다스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 「외형편」, ‘안’(眼) 법인문화사, 607쪽


사람이 능히 볼 수 있는 것은 간의 작용 때문이다. 간이 혈을 받아 그 기운이 눈에까지 미쳐 통하면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보는 것은 간기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말씀. 그렇다면 쌍꺼풀 수술을 해서 눈구멍이 커지면 어떻게 될까? 눈구멍이 커졌으니 그전에 쓰던 간 기운보다 훨씬 더 많은 간기가 필요하다는 건 불 보듯 뻔하다. 간에 혈이 더 많이 필요할 테고 혈을 더 많이 생성시키려면 많이 먹어줘야 한다. 그런데 쌍꺼풀 수술하신 분들, 절대 많이 드시지 않는다. 체중 조절하느라 다이어트를 밥 먹듯 하신다. 그럼, 이제 답은 나왔다. 혈이 모자라 간기가 허해질 수밖에 없다. 간기가 허하면 어떻게 되는가? 눈이 침침하고 눈에서 꽃이 핀다. 젊은 나이에 눈이 침침해져 진짜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할매소리 진짜 듣게 생겼다^^)


다음은 코. 코는 폐와 연결된 구멍이다. 코와 폐의 상관관계는 이렇다.


폐는 구규(九竅)에 있어서는 코로 통한다. 오기(五氣)가 코로 들어가서 심(心)과 폐(肺)에 저장되므로 심과 폐에 병이 생기면 코가 순조롭지 못하다. 『난경』에서는 “폐기(肺氣)는 코로 통하기 때문에 폐의 기능이 정상적이면 코가 좋고 나쁜 냄새를 잘 맡을 수 있다”라고 하였다.


─『동의보감』, 「외형편」, ‘비’(鼻) 법인문화사, 668쪽


외부의 기운이 코로 들어가면 심과 폐에 저장된다. 저장된 폐기는 코를 통해 나오는데 폐가 순조로우면 코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혹 폐에 이상이 생기면 코에 병이 생긴다. 코에 생기는 병증으로는 콧물, 코막힘, 코 안이 헐거나 아프다. 헌데 코 성형을 하면 어떻게 될까? 콧구멍이 높아졌으니 코를 통해 폐로 들어가는 공기가 그전보다 많아질 것이다. 들숨이 날숨보다 많아지는 거다. 들숨이 날숨보다 더 길어서 많게 되면 산소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몸에 필요 없는 탄산가스도 들어온다. 이렇게 많이 마시기만 하고 뱉어내지 못한다면 연탄가스를 마시고 있는 것과 같다.


코 성형과 호흡의 관계!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네요.


그래서 많이 마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잘 뱉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복식호흡을 할 때 권장하는 방법은 들숨과 날숨을 무리하지 말고 능력에 80%만 사용하고, 같은 길이로 들이마시고 내쉬는 거다. 그리고 들숨보다는 날숨을 더 신경 써서 하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음식도 그렇고 공기도 그렇고 과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코 성형이 호흡에까지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또 코 성형을 해서 숨의 밸런스를 맞출 때까지의 시간,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음은 귀다. 귀는 오장 가운데 신과 연결되어 있다. 신이 소리를 주관해 신의 기운으로 소리를 듣게 된다. 그 이치는 다음과 같다. 


신기(腎氣)는 귀로 통하므로 신의 기능이 정상적이면 오음(五音)을 들을 수 있다. … 무릇 신(腎)은 족소음경(足少陰經)인데, 정(精)을 저장하고 그 기는 귀로 통한다. 귀는 여러 경맥이 모이는 곳이다. 만약 정기가 조화롭다면 신기가 강성해져서 귀가 오음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과로로 기혈을 손상시키고 겸하여 풍사까지 받아서 신을 손상시키고 정기가 허탈해지면 귀가 어두워져서 들을 수 없게 된다.


─『동의보감』, 「외형편」, ‘이’(耳) 법인문화사, 654쪽


귀는 기혈이 조화되어야 잘 들을 수 있다. 신기의 바깥 구멍인 귀는 음기(陰氣)인 신기(腎氣)의 자양을 받아야 한다. 정이 부족하면 바깥의 소리, 곧 양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이 부족해서 귀가 어두워진다.(귀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액문, 원기충전 팍팍’을 보시라) 다음은 입과 혀. 입과 혀는 음식 맛을 보고 말하는 것을 담당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이 둘을 하나로 묶어서 다룬다. 왜냐하면 둘 다 맛과 관련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음식물이 들어오면 입과 혀는 맛을 보고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한다. 『동의보감』에서 입은 비장이 주관하고, 혀는 심장이 주관한다.


심기(心氣)는 혀와 통하기 때문에 오미(五味)를 알 수 있고, 비기(脾氣)는 입과 통하기 때문에 또한 오곡의 맛을 알 수 있다. 입맛은 열이 성하면 쓰고, 한(寒)이 성하면 짜며, 숙식(宿食:먹은 뒤 밤이 지나도록 삭지 않는 음식)이 있으면 시고, 번조증(煩燥證: 가슴속이 달아오르면서 답답하고 편안치 않아서 팔다리를 가만두지 못하는 증상)이 있으면 떫으며, 허(虛)하면 담담하고, 황달(黃疸)이 있으면 달며, 피로가 쌓이면 입에서 냄새가 나고, 기(氣)가 응체되어 있으면 헌데가 생긴다. 


─『동의보감』, 「외형편」, ‘구설’(口舌) 법인문화사, 678쪽


비장과 심장이 잘 조화되면 맛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입술과 혀의 병은 당연히 비장과 심장에 관련한다. 열이 성하면 쓴맛이 나고 한이 성하면 짠맛이 난다. 입맛에 따라 증상이 달리 나타나는데 이것은 비장과 심장의 부조화에 따른 것이다. 얼굴에 있는 일곱 개의 구멍은 각기 그것과 통하는 기관이 있었다. 그 둘은 유기적으로 관계하면서 보고, 듣고, 숨 쉬고, 맛본다. 그런데 이 구멍들은 담(膽)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담경의 마지막 혈, 규음과는 또 어떤 관계가 있을까?



소양춘승이 지나치면 구멍들이 열 받는다


(膽)은 승발(升發)을 주관한다. 『소문·육절장상론』에서 “대저 11장기의 기능은 모두 담기의 승발에 달려 있다”고 한 것은 담기가 인체 기기의 승강출입 운동 속에서 승발작용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또 이동원은 『비위론』에서 담을 “춘승지기(春升之氣)”라고 하였다. 이것은 봄에 생기가 돌면 만물이 생장하듯이, 담기가 승발하면 각 장부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침 우리는 갑오년의 봄날을 맞고 있다. 이 봄날, 살랑살랑 바람이 불고 촉촉한 비가 내린다. 따뜻한 양의 기운이 조금씩 조금씩 피어난다. 그렇다. 이것이 소양(少陽)이다. 소양의 기운이 대지에 피어나면 만물은 생기발랄 춤을 춘다. 소양춘승(少陽春升)! 이동원은 담기를 이렇게 불렀다. 소양은 막 생겨나는 양이다. 그러므로 담기는 순조롭게 상승해야 한다. 


인체의 양기가 순조로우면 몸과 마음은 부드럽게 자양된다. 장부조직은 온후하고 생리기능은 추동되고 촉진된다. 그러다 양기가 지나치게 성하면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생리기능이 항진되면서 양기가 열로 바뀐다. 생리에서 병리로 옮아간 상태. 이런 병리적 양기항진을 “장화(壯火)”라고 한다. 장화는 원기를 흩고 쇠약하게 만든다. 담기의 소양춘승이 지나치면 양기가 항진되면서 아홉 개의 구멍에도 열이 발생한다. 이제부터 앞에서 본 구멍들이 열 받는 모습, 한번 들여다보자. 


귀신에 빙의된 게 아니다! 눈이 열받은 것이다!


먼저 눈이 열 받으면 눈병이 생긴다. 그것은 혈을 주관하는 심장과 혈을 저장하는 간이 열 받았기 때문이다. 눈병에는 간과 심장의 열을 함께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동의보감』에서는 눈병에는 한증(寒證)이 없고 모두 화(火) 기운 때문에 생긴다고 본다. 그래서 “눈의 흰자위가 벌겋게 되는 것은 화가 폐의 기운을 누르기 때문이며, 눈두덩이 벌겋게 붓는 것은 화가 비(脾)의 기운을 억누르기 때문이고, 검은자위와 눈동자에 예막(瞖膜:예는 각막이 흐려진 것이고 막은 안구결막에 백막이나 적막이 생긴 것)이 가리운 것은 화가 간과 신의 기운을 억누르기 때문이며, 벌건 핏줄이 눈알을 지나가는 것은 화가 저절로 심해져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로써 보건대 눈병은 화(火)로 생기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눈에 미친 화 기운이 더 올라가 머리에까지 이르면 두통이 생긴다.   


다음은 코. 코에 생기는 병증은 앞에서 몇 가지 열거하였지만 열로 인한 것은 코 안에 군살이 생기는 정도다. 이것은 폐에 열이 심하기 때문이다. 열로 인해 콧구멍에 생기는 병리는 생각보다 적다.(그나마 다행^^)


다음은 귀다. 귀가 열 받으면 귀가 먹는다. 그만큼 귀에 열은 치명적이다. “대개 왼쪽 귀가 먹는 것은 족소양경맥의 화에 의한 것인데 성을 잘 내는 사람에게 많다. 또 오른쪽 귀가 먹는 것은 족태양경의 화에 의한 것인데 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많다. 왼쪽 귀가 먹는 것은 부인에게 많은데 그것은 자주 성내기 때문이다. 오른쪽 귀가 먹는 것은 남자에게 많은데 그것은 성생활을 지나치게 하기 때문이다. 양쪽 귀가 다 먹는 것은 기름진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 많다.”고 『동의보감』은 말한다. 모두 열증으로 인해 귀가 먹은 것이다.


왼쪽 귀가 먹는 것은 부인에게 많고, 오른쪽 귀가 먹는 것은 남자에게 많다.


다음은 입과 혀의 열증을 보자.『동의보감』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심에 열이 있으면 혀가 터져서 헌데가 생기고, 간기가 막히면 출혈이 샘솟듯 하며, 비기(脾氣)가 막히면 백태(白苔:혓바닥에 끼는 누르스름한 물질)가 눈처럼 끼는데, 이것은 다 혀에 생긴 병이다.


─『동의보감』, 「외형편」, ‘구설’(口舌) 법인문화사, 677쪽


혀에 생기는 병리 대부분도 열증에 속한다. 입은 각 장기마다 다르다. 심에 열이 있으면 입맛이 쓰고 간혹 헌데가 생기는데 비에 열이 있으면 입맛이 달고 간혹 냄새가 나기도 한다. 또 폐에 열이 있으면 입맛이 맵고, 신(腎)에 열이 있으면 입맛이 짜다. 또 입 냄새가 나는 것은 위에 열이 있기 때문이다. 구멍들과 열과의 관계는 대부분 병증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열로 인해 막혀버린 구멍들을 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야 오늘의 혈자리가 등장할 때다.



규음, 구멍을 열다


규음은 족소양담경의 정혈이다. 족소양담경의 기는 아래로 내려가 발에 이르고 넷째 발가락 끝에서 그친다. 그 분지는 발등 위에서 갈라져서 엄지발가락으로 들어가 그 나누어진 안쪽을 따라 발톱을 뚫고 나온다. 담기가 발등 위를 지나 비스듬히 음경맥으로 달리다 아래로 떨어져 족궐음간경에 경기(經氣)를 전하는 것이다. 이것은 양기가 음기에 경기를 전한 것. 이 전달과정이 고스란히 규음이란 이름에 들어있다. 


규음(竅陰)의 “규(竅)”는 구멍 뚫린 자리, 살핀다는 뜻이다. 또 사물이 통하는 구멍(竅)이라는 의미도 있다. “음(陰)”은 궐음(厥陰)을 가리킨다. 따라서 규음(竅陰)은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으로 통한다는 뜻과 구멍으로 통한다는 뜻이 함께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담기는 족궐음간경으로 통하고 그 기운은 구멍으로 통하면서 여러 구멍들의 병증을 치료한다. 대표적으로 눈병(눈), 귀먹음(귀), 혀의 강직(입), 코막힘(코), 기침(입), 입이 쓴 병(입)을 치료하는데 규음이 간담의 열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양기가 위로 치솟는 장화(壯火)를 진정시키고 열을 내리는 것이다. 



규음은 넷째발가락 발톱의 외측 모퉁이에서 1-2mm 떨어진 곳에 있다. 그런데 규음은 발에도 있지만, 머리에도 있다. 그래서 족규음(足窺陰), 두규음(頭窺陰)으로 구분해서 부른다. 대개 혈의 성질은 같다. 다만 두규음이 대부분 국부에서 증상을 치료하는 반면, 족규음은 증상을 아래로 끌어내려 통하게 하면서 흩는 것이 다르다. 


정리하면 규음은 담경의 정혈로서 간, 심, 비, 폐, 신의 구멍을 열어 열을 내리고 음기를 길러준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간은 눈으로, 심장은 혀로, 비장은 입으로, 폐는 코로, 신장은 귀를 통해 드러나고 각각의 기가 그 구멍을 여는 것이다. 이때 규음이 하는 역할은 족소양담경의 정혈로서 금기(金氣)를 쓰는 것이다. 족소양담경은 소양의 상화(相火), 담의 목(木), 목화기운이 경락에 흐른다. 규음은 소양춘승이 지나치게 성해 목화기운을 조절해야 할 때, 금극목(金剋木)하면서 목기를 눌러준다. 극한다는 것은 기운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몸의 구멍들에 열이 활활 타올라 있을 때 기운의 방향을 바꿔주는 금 기운이 필요한 것. 규음은 이때 목화기운의 벡터를 바꿔주는 터닝 포인트다. 


함께 외쳐 보아요! 열려라 참깨 아니 규음!!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 육중한 바위 문을 여는 열쇠는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이었다. ‘열려라 참깨!’는 언어로 만든 열쇠다. 이제 이 주문을 변주하자. 눈병이 났을 때 ‘열려라 참깨?’ 아니, 아니, ‘열려라 규음!’



이영희(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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