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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 우주의 눈에서 지상의 눈으로 '욕망을 해부하다' 『한서』, 우주의 눈에서 지상의 눈으로 '욕망을 해부하다' 사기, ‘우주의 눈’으로 3천년을 주파하다 사마천이 14년간 망라한 시대는 엄청난 시공간이다. 신화시대인 황제부터 한나라 무제까지 장장 3천년을 포괄한다. 그에 반해 한서는 한나라에 주목하고 있다. 3천년의 시공간을 주파하는 통사와 200년의 단대사. 먼저 사기가 다루는 3천년의 역사를 보기로 하자. 사기는 하, 은, 주, 진 등 다양한 나라의 본기로 구성되어 있다. 왕을 다룬 본기는 말 그대로 근본을 일컫는다. 뿌리가 여러 개라니 그것부터가 근본을 중시할 생각이 없음을 알 수가 있다. 원조 족발이 그 자체로는 무의미하듯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맛이고 맛의 판단은 우리의 몫이다. 사기도 그런 게 아닐까. 다양한 근본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한 선택과.. 2019. 8. 14.
블랑쇼,『문학의 공간』 - 모든 작품은 실패작 블랑쇼,『문학의 공간』 - 모든 작품은 실패작 세상에 완벽한 것은 무엇도 없다. 말인즉, 모든 것은 결국 어떤 '실패'를 안고 있는 셈이다. 각자 자기를 돌아보아도 좋다. 세상에 가장 불완전한 것이란 결국엔 '나'이다. 그것이 성공인가, 실패인가를 묻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 오히려 '실패'가 작품을 완결짓는 것일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어떤 예술(작품)은 '보이지 않'으며, '여기어 없는' 것을 이 자리로 소환하는 포트(port)와 같은 것이 아닐까? 거기에 어떤 '실패'가 없다면, 우리는 결코 이동할 수 없다. 실패 앞에서 '다시 한번', 그러니까 매번 다시 지하로 내려가고, 다시 올라와 실패하는 오르페우스의 일이다. 문학의 공간 -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그린비 2019. 8. 13.
『안티 오이디푸스』- 우리 모두가 파시스트였다! 우리 모두가 파시스트였다! 작년 추석 연휴기간 벌어진 사건이다. 모두가 잠든 새벽녘, 고성과 폭언으로 동네 개들마저 따라 짖을 정도로 우리 부부는 흥분해 있었다. 감이당 공부를 그만두라는 남편의 일방적 통보에 나는 치솟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실례합니다.” 예기치 않은 경찰의 방문에 부부싸움은 자동 종결됐지만, 나와 남편은 큰 충격을 받았다. 평소 아빠의 폭언에 불만을 품었던 딸이 용단을 내린 것이었다. 놀랍게도 우리 부부는 그날 이후 폭언을 딱 끊게 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가족의 지반’에 의심을 품게 됐다. ‘아빠-엄마-나’라는 가족삼각형 안에서 나는 지극히 모범적인 아내, 엄마로 살아왔다. 남편은 또 어떤가. 성실하고 가족밖에 모르는 가장이다. 하지만 그는 전제군주였다. 남편이 .. 2019. 8. 12.
[아기가왔다] 아이에겐 자연이 잘 어울린다 아이에겐 자연이 잘 어울린다 나는 마케팅 용어로 사용 되는 '자연주의', '천연' 같은 말들을 싫어한다. 아니, 그걸 넘어서 혐오한다. 인간을 포함해 자연스럽게 태어난 모든 걸 망쳐 놓고선 먹고 마시고 바르는 것들은 '안전한' 자연적인 걸 쓰겠다는 그 뻔뻔스러움에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아서다. 아이에게도 자연적인 것만 골라 입힌다거나 먹인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도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입히고 먹이는 편이다. 그래서 전혀 의식을 못했다. 아이가 얼마나 자연적인지, 비-인간적인지 말이다. 이번주 초에는 강원도 함백, 고미숙 선생님의 고향 마을에 다녀왔다.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인 그야말로 산골이었다. 몇걸음만 가면 흙을 밟을수 있고, 그렇게 몇결음만 가면 물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 2019.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