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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명 마이너리티 리포트] 귀주… 어서와, 유배는 처음이지? 귀주… 어서와, 유배는 처음이지? - 괴상하고 쌩뚱맞고 지각불가능한 의식주 혁명 - 호변(虎變), 표변(豹變), 혁면(革面) 용장은 오늘날의 귀양시(貴陽市) 기준으로 보면 북쪽 방면에 위치한, 수문현(修文)현 지역입니다. 당시 여정을 일별해 보면 양명은 귀주성의 동남 방면에서 귀주성을 들어가 몇 곳의 지역 현청들을 지나, 당시로선 서북 방면에 위치한 수문현 용장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사진 참조) 양명이 거치며 들어가고 또 거치며 돌아 나온 귀주성의 곳곳엔 오늘날에도 묘족과 동족 등 중국 소수민족들의 거주지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중국이지만, 만나는 이들마다 복장이며 생활 방식이 한족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새소리.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양명은 그들의 말이 새소리처.. 2020. 11. 10.
[동화인류학] 대지를 놀래키는 완두콩의 큰 웃음 대지를 놀래키는 완두콩의 큰 웃음 냉장고 앞에서 내가 카프카의 시골 사람도 아닌데 냉장고 앞에서면 매번 「법 앞에서」라는 작품이 연출된다. 돈까스를 튀겨야 하는데 오늘은 고기가 없군. 달걀말이를 해야 하는데 오늘은 달걀이 없군. 된장을 지져야 하는데, 아흥! 된장밖에 없군. 냉장고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지금은 안 돼!” 우리는 지금에서만 살 수 있는데 시골사람에게 지금은 늘 ‘금지’만 작동하는 시공간이었다. 그런 난처한 상황에서 발버둥쳐야 하는 시골 사람처럼 나는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항상 ‘지금은 만들 수 없는’ 요리만 떠오른다. 재료는 늘 없고, 재주는 원래 타고나질 못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존재는 저마다 타고난 능력을 누린다. 능력은 매순간 할 수 있는 만큼의 끝까지 자신을 표현.. 2020. 11. 9.
『논어』, 절대언어와 역사화 사이(4) - 절대언어 『논어』, 절대언어와 역사화 사이(4)- 절대언어 경전과 절대언어 유학에서는 중심이 되는 주요 텍스트를 경전(經典)이라 부른다. 경학을 연구하는 학문을 경학(經學)이라 한다. 경전과 경학의 성립은 한(漢)제국의 발전과 나란히 진행되며 적어도 명분상으로 경전과 경학은 제국을 운영하는 기준으로 공고화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경(經)이란 말은 기준·중심·표준이란 의미를 품고 있기에 경전은 참조하고 의지해야 하는 고귀한 텍스트였다. 정치뿐 아니라 문화, 역사 등 사회 전반에 중추기능을 하게 된다. ‘이데올로기화되었다’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간단하지 않은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이전까지는 오래되었거나 훌륭한 책들로 전해진 존재들이 새롭게 권위를 입게 되어 상서(尙書)는 서경(書經)이 되고 구전가요 묶음.. 2020. 11. 6.
러시아적 영성, 죄를 거쳐 예수로 러시아적 영성, 죄를 거쳐 예수로 도스토옙스키, 꼰대가 되다?! 솔직히 고백하겠다.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하 『까라마조프』)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의 내 마음은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다. 맨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것은 까라마조프 가의 셋째, 성스러운 알료샤다. 그가 알고 지냈던 꼬마 일류샤의 장례를 치르며 “우린 틀림없이 부활할 거야. 그리고 다시 만나 기쁘고 즐거웠던 지난날을 이야기하게 될 거야!”라는 낭만적인 말을 내뱉는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부활에의 확신에 차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아니, 세계적인 대문호가 그려낸 서사시의 마지막이 무슨 연출된 교회 부흥회 광고마냥 서술되는 게 내겐 큰 충격이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생각했다. 천성이 냉소적이라 혹시 감동을.. 2020.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