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3384 『영혼과 정치와 윤리와 좋은 삶』 - 빙하가 녹듯 지성이 사라지고 있다 『영혼과 정치와 윤리와 좋은 삶』 - 어쩌면 기댈 것은 '지성' 뿐일지도... 예전엔 '지성'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없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늘 '힘'에 근거해서 돌아가는 듯 보이는데, 이른바 '지성'이라는 건 무력하기 그지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지성'이 사회적 권력의 근거가 되는 듯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작동하는 것이 '지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기술적 역량'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적합하지 않을까? 어쨌든, '지성'이 무력하다고 느껴졌던 그 때에 나는 공부를 그만둘 뻔했다. 뭐, 내 인생에서 그런 적이 한 두번이 아니긴 했지만, 스스로 '공부하겠다' 마음먹고 한 이래로 그랬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는 인생에 닥친 큰 사건이었다. 그래서 그때는 세상이 .. 2020. 8. 4. [동화인류학] 만물을 생각하다 만물을 생각하다 우리는 라푼젤이었다 야생의 사고를 찬미하는 글을 쓰고 난 며칠 뒤 산책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가 아파트 복도를 멋지게 비행하는 한 마리 말벌(로 추정되는 좀 큰 붕붕이)과 조우하고 말았다. 작은 녀석의 빠른 날갯짓이 어찌나 힘찼는지, 나는 선풍기를 안 끄고 나온 줄 알고 서둘러 집으로 되돌아가기까지 했다. 어찌어찌 열린 복도 창문 밖으로 녀석을 보낼 수 있었는데 다음이 문제였다. 현관문 바로 위에 녀석이 만들어 놓은 흙집이 있었던 것이다. 꺄아! 소리를 내지르며 둥순이와 둥자는 계단으로 내빼고 말았고, 나는 갑자기 패닉에 빠졌다. 그의 작은 하우스에 난 문이 너무나 정교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완벽한 원모양으로 안에 아주 아늑한 보금자리가 있음을 암시했다. 매우 안정적으로 지어진 건축물.. 2020. 8. 3. 7월에 눈에 띈 책들 7월에 눈에 띈 책들* 표지 이미지를 클릭하면 책 소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발터 벤야민 : 1892-1940, 한나 아렌트, 이성민 옮김, 필로소픽 발터 벤야민과 한나 아렌트. 지금 가장 주목받는 이 두 철학자가 한곳에서 만난 책이다. 원래 이 글은 아렌트가 1960년 10월 12일 「뉴요커」에 게재한 전기적-사상적 소묘인데, 아렌트는『조명Illumination』이라는 제목으로 발터 벤야민 선집을 영어권에서 처음으로 출간할 때 이 글을 서문으로 싣기도 했다. 책은 140쪽 가량의 짧은 분량에 벤야민의 사유체계를 등고선처럼 그리고 있다. 아렌트는 ‘위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벤야민의 불우한 삶, 그로부터 비롯된 그의 사유를 차츰 꿰어나가며, 시인이 아니면서도 시적으로 생각했던 벤야민의 사유방식을 글로 보.. 2020. 7. 31. [연암을만나다] 돌직구가 주는 것 돌직구가 주는 것 친구 어머니 중에 휴대폰에 남편을 ‘내면의 평화’라고 저장하신 분이 있다고 한다. 친구가 의아해서 왜 그렇게 저장했냐고 물었더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전화를 받기 전에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자는 마음이었다고 하셨단다. 어딘지 모르게 웃프다. 그런데 평소 우리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기분 상하지 않게 돌려 말하는 데에 꽤 능숙한 것 같다. 우유부단하다는 말 대신 ‘착하다’라고 말하고, 이기적이라는 말 대신 ‘승부욕 있다’라고 애써 포장한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 똥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똥 싸러 간다.’라고 말하는 대신 ‘화장실에 잠깐 볼일 좀…!’라고 말하는 게 더 익숙하다. ‘똥’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저절로 표정이 찌푸려지는 것처럼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느낌이 온몸으로 강하게 오기 때.. 2020. 7. 30. 이전 1 ··· 270 271 272 273 274 275 276 ··· 8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