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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루크레티우스를만나다] 우정, 마주침을 맞이하는 윤리 우정, 마주침을 맞이하는 윤리 친구...라구요? 언어에 실체가 없다는 말이 이런 걸까? 규문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나는 몇 가지 단어의 의미를 이곳의 맥락에 맞게 고쳐 생각해야 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역시 ‘공부’였다. 여기서의 공부는 성적이나 평가와 무관했고, 지식습득보다는 함께 읽고 쓰는 작업으로부터 자신의 생각과 감수성을 변화시키는 수련에 가까웠다. 그 외에도 ‘에세이’나 ‘세미나’와 같이 내가 알던 상식과는 다르게 쓰이는 말이 몇 개 더 있었고, 시간이 갈수록 새 용법이 자연스럽게 입에 붙었다. 그런데 좀처럼 그런 전환이 잘 안 되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친구’다. 친구라는 말이 혼란스럽기 시작한 것은 이란 여행 도중이었다. ‘소-생 프로젝트’에서 떠난 여행에서, 어느 날 저녁 채운 선생님께.. 2022. 11. 15.
[복희씨가들려주는동의보감이야기] 양생의 달인, ‘그랑’ 양생의 달인, ‘그랑’ 백문이 불여일견! 이쯤에서 양생의 달인 한 사람을 만나보자. 그는 까뮈의 『페스트』에 등장하는 인물이다.『페스트』는 1940년대, 아프리카 북단 알제리의 항구 도시 오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어느 날 일명 흑사병이라고도 불리는 페스트가 덮친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전 세계가 속수무책으로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오랑 시민들의 고통이 어땠을지 상상할 수 있다. 정부 기관도 의료계도 손을 쓸 수가 없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도시는 봉쇄된다. 물류수송이 불가능해지자 생필품은 동이 난다. 이 틈을 타 암거래가 횡행하고 가짜뉴스들이 판을 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살아야 하는 오랑 시민들. 그 중 ‘그랑’이라는 인물을 클로즈.. 2022. 11. 14.
[불교가좋다] 사건은 해석대로 존재한다 사건은 해석대로 존재한다 질문자1: 어떻게 분노를 다스려야 할까요? 저는 산책이나 운동, 일을 하거나 활동적인 걸 하고 있을 땐 괜찮은데, 공부를 하려고 자리에 딱 앉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온갖 잡념과 과거의 기억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굉장히 크게 터질 것처럼 올라옵니다. 감정은 또 분노감이 그렇게 많이 올라와요. 그거를 억누르면서 이겨내면서 하고는 있는데 그 시간들이 굉장히 괴롭습니다. 이거를 어떻게 다스려 가야 할지 궁금합니다. 정화스님: 네, 우선 분노의 특성은 ‘내가 원하는 것이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하는 생각이 밑에 깔려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안하는 나의 다음 걸음은 불안해요.’ 하는 요소와 겹쳐 있어가지고, 사람이 한 6, 7만 년 전에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하는 언어 분별을 통한.. 2022. 11. 11.
칼과 바다, 정치사상가 한비자 읽기 (10) : 한비자 개요 ⑥ 칼과 바다, 정치사상가 한비자 읽기 (10) : 한비자 개요 ⑥ 주요개념(1) 한비를 보통 법가의 완성자라고 말한다. 법가에는 세 조류가 있다. 신도(愼到)의 세(勢), 신불해(申不害)의 술(術), 상앙(商鞅)의 법(法). 이들은 모두 한비의 선구자로 이들의 저술은 한비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한비는 이들을 모두 비판적으로 음미한 뒤 그들의 사상을 소화해 심화시켰다. 전국시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인물들로, 사마천은 신불해와 상앙을 기록했다. 신도는 『한비자』와 『장자』에 기록이 보인다. 이들을 소개하면서 한비가 어떻게 흡수했는지 보도록 하자. 세勢 : 신도(愼到)에 대한 기록은 『장자』(莊子) 「천하」(天下)에 보인다. 신도에 대한 가장 상세한 기록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높은데 장자가 기록한 신도.. 2022.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