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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스토리] 음악 추천 – 취향이란 무엇인가? 음악 추천 – 취향이란 무엇인가? ‘취향’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보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경향, 또는 방향'이라고 뜻풀이가 되어 있다. 사전적인 의미는 그렇고, 나는 일단 '취향'이 결국은 일종의 '무능력'이 아닐까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것은 '능력'의 표지이기도 하다. 여기엔 일종의 변증법 비슷한 게 있다. 그러니까 '취향'이란 어떤 점에서는 '다른 것'을 변별해내는 능력이지만, 어떤 점에서는 '선호'에 종속되는 무능력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취향'은 극복될 필요가 있다. 어떤 것이 주어지든지 즐거울 수 있다면, 다시 말해 주어진 모든 것과 기쁨의 변용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 '취향'은 능력과 무능력의 구분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취향의 변증법'이 아닐까.. 2023. 1. 19.
[행설수설] 티벳 불교의 윤회 티벳 불교의 윤회 반복되는 생과 욕망 환생은 불교에만 있어요. 환생의 원리는 굉장히 논리적이에요. ‘육신은 죽어서 지수화풍으로 흩어진다.’ 그러면 인간이 했던 정신활동은 물질로 다 환원 되는 게 아닌데 어떻게 될까요? 영혼이 뭐죠? 서양의 유일신 종교는 ‘천국에 가고 지옥에 간다.’ 이렇게 일회성 윤회와 비슷해요. 그래서 연암은 기독교를 처음 만났을 때, ‘불교 윤회설의 끄트머리와 비슷하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여러 번의 윤회가 아니에요. 천국에 가고 지옥가고 그러면 끝나죠. 그런데 조금 아쉽잖아요. 왜냐하면 천국은 커 보이지 않으니 밀도가 낮을 것 같고, 지옥은 너무 오지 않을 것 같아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기독교는 연옥이라는 것을 창조해요. ‘연옥에서 대기 중이다.’ 그러니까 여기에는 한 번의 .. 2023. 1. 18.
[청량리발영화이야기] 우연이라는 결과 우연이라는 결과 제너럴 The General (1926) | 감독 버스터 키튼 | 주연 버스터 키튼, 마리온 맥 | 84분 | 명절이 되면 으레 티브이에선 머털도사 아니면 성룡의 영화를 방영했었다. 특히 성룡영화는 집안의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한데 모이게 만드는 인기프로였다. ‘성룡영화’의 특이점은 엔딩크래딧과 함께 보여주는 ‘NG모음’이었다. 영화라는 게 원래 각본과 연출에 의해 원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촬영하고 편집하는 영상물이다. 그러니 NG모음은 사실 성룡영화만의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너무나 위험해 보이고 아슬아슬한 명장면들이 대역도 없이 수많은 반복과 실패 뒤에 나왔다는 사실은 성룡영화에 리얼리티와 진정성을 부여했다. 같은 위치에서 같은 동작을 연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몸을 던지지만 이번.. 2023. 1. 17.
[쉰소리 객소리 딴소리] ‘동안’은 ‘성숙’을 잠식한다 ‘동안’은 ‘성숙’을 잠식한다 “자본주의가 바로 그랬다. 자본은 봄/여름만 알지 가을/겨울은 알지 못한다. 오직 소유하고 증식할 뿐, 버리고 비우는 것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인생을 청년기에만 묶어 놓은 격이다. 즉, 청년기의 야망—노동과 화폐와 에로스—을 어떻게 증식할 것인가에 대한 공학과 기술만 있을 뿐! (……) 중년 이후의 이념과 가치는 오직 ‘안티 에이징’이다. 그 결과 우리시대 중년들은 청년을 질투하면서, 또 청년을 모방하고 표절하면서 살아간다. 억지로 열정적인 척 하면서, 피부의 ‘골든타임’을 지키느라 안간힘을 쓰면서,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우기면서.”(고미숙,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 북드라망, 2016, 193쪽) 한여름이나 한겨울.. 2023.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