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사기를 만나다9 [청년 사기를 만나다] 〈자객열전(刺客列傳)〉 : “역사”를 향한 자객의 붓 〈자객열전(刺客列傳)〉 : “역사”를 향한 자객의 붓 규창(고전비평공간 규문) 1.열전(列傳), “역사”를 뒤집는 역사 《사기(史記)》 130편 각각은 그 자체로 완결된 하나의 우주다.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인물과 사건이 얽혀 있으며, 하나의 편에 등장한 것이 다른 편에서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덕분에 우리는 역사를 풍성하게 읽을 수 있다. 이때 '풍성하다'는 것은 단지 대상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나의 편에서 소략하게 기술된 것을 다른 편에서 보충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기록과 기록이 충돌한다. 그러한 비일관적 서술 앞에서 우리의 관점들은 뒤집힌다. 인물의 모습, 사건의 의미가 매번 다시 재생된다. 선악, 우열, 잘잘못 등을 가리는 습관적 가치 판단은 무너진다. .. 2025. 12. 12. [청년, 사기를 만나다] 〈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 두려움의 정치학 〈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 두려움의 정치학규창(고전비평공간 규문) 1.역사가, ‘사실’에서 마음을 읽어내는 자 ‘역사가’라 하면 흔히 ‘사실을 기록하는 자’를 떠올린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역사가에게 ‘사실(fact)’은 언제나 중요하다. 문학은 때로 상상과 꾸밈을 통해 진실을 전달하지만, 역사는 그럴 수 없다. 역사는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야 한다. 적어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史)라는 글자는 제사를 주관하는 제사장의 모습을 본뜬 글자다. 근대 이전에 제사란 하늘과 소통하는 인간의 기예였다. 어느 때에 어떤 제사가 효험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일은 제사만큼이나 중요했다. 기록을 남겨야 후대가 참고해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통’ 자체에 이미 해.. 2025. 11. 14. [청년 사기를 만나다] 〈공자세가(孔子世家)〉, 무너진 시대에서 펼쳐낸 인간의 길[道] 〈공자세가(孔子世家)〉, 무너진 시대에서 펼쳐낸 인간의 길[道]규창(고전비평공간 규문) 1.사마천을 통해 다시 본 공자 《논어(論語)》는 공자의 제자들이 기록한 공자의 가르침 모음집이다. 여기에다 그 가르침을 소화하고자 했던 제자들의 좌충우돌이 함께 담겨 있다. 따라서 《논어》를 읽는 재미는 공자의 위대한 가르침을 이해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 《논어》를 읽으면 읽을수록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나누는 공부하는 일상이 눈에 들어온다. 가르침의 내용도 그렇지만, 공자와 제자들 사이의 케미도 매우 인상적이다. 그들의 배움은 미리 정해진 것을 답습하는 활동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함께하는 이들과 나누는 과정이 곧 그들의 배움의 내용이자 배움이 펼쳐지는 장(場)이었다. 그러나 공부하는 삶과 별개로, 공자에.. 2025. 10. 17. [청년 사기를 만나다] 비참함 속에서 끌어올린 숭고한 이야기 비참함 속에서 끌어올린 숭고한 이야기 규창(고전비평공간 규문) 1.고독한 역사가 사마천 역사가가 고독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는 ‘역사’라는 거대한 지평 속에서 시대를 바라본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과 조금 다른 거리 속에서 사건과 관계 맺는다. 이 거리 덕분에 역사가는 어떤 시대적 분위기에도 완전히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 이 거리 때문에 그는 언제나 동시대인들과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수밖에 없다. 고독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마천이 살았던 당시 한나라는 중국 역사상 유례없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무제의 명령하에 한나라 군대는 동서남북 이민족들을 정벌하며 세상을 정복했다. 역대 어떤 위대한 황제들도 극복하지 못했던 강력한 흉노 제국도 한나라 군대를 당해낼 수 없었다. 연전연승.. 2025. 9. 12.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