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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199

카프카, 어느 투쟁의 기록 어느 투쟁의 기록 나는 벽을 사랑하여요 “아아,” 하고 쥐가 말했다. “세상이 날마다 좁아지는구나. 처음만 해도 세상이 하도 넓어서 겁이 났었는데. 자꾸 달리다 보니 마침내 좌우로 멀리 벽이 보여 행복했었지. 그러나 이 긴 벽들이 어찌나 빨리 마주 달려오는지 어느새 나는 마지막 방에 와 있고, 저기 저 모퉁이엔 내가 달려 들어갈 덫이 놓여 있어.” - “넌 오직 달리는 방향만 바꾸면 되는 거야” 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었다.(카프카,「작은 우화」) 카프카의 유고 중에는 쥐가 벽을 만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쥐는 무척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요. 허방 속에서 허우적댈 수는 없기에 기대어 설 수 있는 벽을 만나 반가워했지만, 오히려 그 벽에 훅 압사될 지경에 놓입니다. ‘아, 어쩌지?’ 그때 갑자기 .. 2017. 12. 14.
존 윈덤, 『트리피드의 날』 식물원에서 트리피드를 말하다 존 윈덤, 『트리피드의 날』식물원에서 트리피드를 말하다 나의 부모님은 식물을 좋아하신다. 아주. 집 앞 마실이건 가벼운 공원소풍이건 캐리어 챙겨든 장거리여행이건 간에, 두 분과 함께라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불시에 가르침이 치고 들어오고(“저기 저거, 뭔지 아니? 저건 우묵사스레피나무란다”), 느닷없는 퀴즈의 고비들을 숱하게 넘겨야하기 때문이다 (“자, 어제 저 나무 이름 가르쳐줬지? 맞춰봐.”). 그리고, 재작년 어느 날의 나처럼 이랬다가는 끝장이다. “오목이었나 볼록이었나. 아... 볼록사슬 어쩌구 칡나무?”짠, 이제 우묵사스레피나무가 보일 때마다 놀림당하기 연간회원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사정이 그러하니, 제주도 여행 스케줄에 부모님이 유료 식물원 방문을 꾹꾹 욱여넣으신 것은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 2017. 12. 13.
육아, 그것의 핵심은 컨디션 관리 육아, 그것의 핵심은 컨디션 관리 육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겠는가? 아기를 향한 무한한 애정? 시간을 벌어주는 각종 아이템? 돈? 뭐 다 좋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다. 구체적으로는 ‘컨디션 조절’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이것은 순간적으로 얼마나 많은 힘을 낼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작은 힘이라도 얼마나 꾸준히 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출력이 들쭉날쭉 하면, 아기도 힘들고 아빠도 힘들고, 엄마도 힘들다. 모두가 힘들다. 그래서... 아프면 안 된다. 그런데 내가 요즘 아프다. 그러니까...크흑...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콧물, 코막힘에 이은 인후통으로 여간 고생스러운 게 아니다. 나는 원래 감기를 달고 사는 편은 아니었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걸려서 고생하기는 .. 2017. 12. 8.
'길동무' 되기의 어려움 '길동무' 되기의 어려움 子游曰 事君數 斯辱矣 朋友數 斯踈矣자유왈 사군삭 사욕의 붕우삭 사소의 자유가 말했다.“임금을 섬기는데 번거로울 정도로 간언하면 모욕을 당하게 된다. 벗과 사귀는데 번거로울 정도로 충고하면 관계가 소원해지게 된다.” - 「이인(里仁)」편 26장 =글자풀이= =관련주석= 난 막역지우(莫逆之友)에 대한 로망이 있다. 서로의 허물을 거리낌 없이 얘기하고 받아들이는 사이. 하지만 그런 관계를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난 사소한 지적을 자주하는 편이다. 나름 상대방을 위한 쓴소리라고 생각해서 한 것이었는데, 되려 잔소리라는 핀잔을 들었다. 처음에는 내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방이 미웠지만, 생각해보면 내 잔소리를 듣는 상대방을 고려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도 얘기하지 않는.. 2017.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