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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796

새로운 삶과 정치를 꿈꾸는 자, 전위가 되라!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 전위는 새로운 삶과 정치를 꿈꾼다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의심할 줄 알아야 행동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의심을 찬양한 바 있다. 아마도 실천하려면 따질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의미에서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Chto delat’?, 1902)는 제대로 의심하고, 앞서서 실천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 준 드문 텍스트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언어가 혈혈단신 적진으로 들어간 장수의 호흡처럼 거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레닌도 통념에 자리 잡아 인기를 얻는 데 급급한 사람들과 레닌 자신이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다는 점(「서문」)을 분명히 했다. 스스로의 표현대로 레닌은 이들과 전쟁 중이었다. 레닌이 이 책을 쓴 것.. 2013. 3. 20.
벤야민의 『문예이론』에서 베껴두었던, 글쓰기와 삶에 관한 생각들 최근에 ‘직업적 글쓰기’를 접겠다고 한 고종석은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다. 소설을 많이 쓴 편은 아니지만, 그의 단편들(『제망매』와 『엘리아의 제야』로 묶여져 있다)은 나름의 맛이 있는 좋은 작품들이었다(고 기억한다). 얼마 전 그의 ‘마지막 소설’이라는 광고문구를 단 『해피 패밀리』 속 한민형의 다음과 같은 말은 글쓰기와 그 주체에 대해 잠시 상념에 잠기게 만들었다. '글이 사람'이라는 말은 확실히 과장된 격언이다. 글쓰기는 그 주체를 미화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심지어 자학적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자학적 글의 저자는 그 자학으로서 자신을 미화한다. 자기혐오를 제 윤리성의 증거로 내세우는 것이다. 글을 보고 반한 사람은 많지만, 만나본 뒤에도 여전히 매혹적인 사람은 좀처럼 없었다. 거의 예외.. 2013. 3. 15.
혁명을 ‘혁명’한 아웃사이더, 레닌 꿈꾸는 혁명가,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1917년 7월 9일 레닌(Vladimir Il’ich Lenin, 1870~1924)과 지노비예프는 서둘러 페트로그라드를 빠져나갔다. 3개월 전 레닌은 「4월 테제」에서, ‘모든 권력은 소비에트로!’, ‘임시정부 타도!’라고 폭풍처럼 선언했었다. 임시정부는 곧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독일 스파이로 몰려 도피하는 처지가 되었다. 턱수염을 깎고 가발을 쓴 레닌은 호숫가 마을 라즐리프(Razliv)의 헛간 고미다락에 몸을 숨겼다. 간혹 인근에서 총소리가 나자 그는 “이제 어떻게 죽어야 할지 택해야겠군”이라고 내뱉기도 한다. 그만큼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벼랑 끝. 하지만 그런 긴박한 와중에도 레닌은 은신처 라즐리프의 거센 비바람 그리고 수도 없이 날아드는 모.. 2013. 3. 6.
『내가 읽은 박완서』로 시작된 책과 책의 인연들 마음에 드는 책을 읽으면 그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다른 책들도 연달아 손에 넣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 식으로 평소 전혀 알지 못했던 작가의 책을 보게 되기도 하고, 거의 손댈 일 없는 분야의 책을 읽게 되기도 한다. 이번에 떠들쳐 본 책이 그런 경우다. 10년 전에 나온 한 작가의 산문집은 오늘 맨 앞에 소개하는 책에서 보게 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내내 손에 들 일이 없었을 터였고, 또 다른 책은 10여 년 동안은 종종 여기저기 펼쳐 읽곤 했던 책이지만 근 5~6년간은 전혀 손대지 않은 채 잊고 지냈던 책이었다. 이미 읽었던 소설도 다르게 읽혔다. 이미 읽었지만 읽지 않았던 걸 읽을 수 있었던 책들이다. 이 책은 김윤식의 책으로서는 좀 이례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쓴 작가 이름을 단 책 중에서 연구서.. 2013.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