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소세키의 질문들14 나쓰메 소세키, 『명암』 -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결혼의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을까? 나쓰메 소세키, 『명암』 -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결혼의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을까? 결혼의 빛과 그림자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누군가는 유행가 가사처럼 ‘눈물의 씨앗’이라고 답할 것이다. 사랑을 갈구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얻지 못해 쓴 맛을 본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혹은 사랑은 ‘얄미운 나비인가 봐’라고 말끝을 흐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눈앞에서 팔랑거리는 나비처럼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지만 언젠가는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사람의 대답이 되겠다. 내게 같은 질문을 묻는다면 ‘사랑은 바닷물’이라고 대답하겠다.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면 마실수록 더 목이 마르게 된다. 『명암』은 사랑과 결혼을 둘러싸고 소용돌이치는 내면을 보여준다. 『명암』은 소세키가 죽기 직전까지 신.. 2019. 8. 7. [소세키의질문들] 『우미인초』 현대문명의 사랑법 독립적인 여성이 설 곳은 어디인가? 『우미인초』 현대문명의 사랑법독립적인 여성이 설 곳은 어디인가? 1. 결혼할 남자를 선택할 자유가 있을까? 『우미인초』는 소세키가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아사히신문사의 전속작가가 되어 처음으로 신문에 연재한 소설이다. 대중매체에 선보이는 첫 소설인 만큼 보편적인 대중성을 실험하는 작품이었다. 우미인초는 항우의 애첩이었던 우희가 자결한 후 무덤 앞에 핀 양귀비꽃이다. 경국지색을 상징하는 지극히 아름답고 고혹적인 꽃이다. 이 소설에서 새빨간 양귀비꽃에 해당하는 매력적인 도도녀는 후지오다. 그녀는 화려한 미모와 영리한 머리를 자랑한다. 자존심은 하늘을 찌른다. 화술도 뛰어나다. 후지오는 병오년 생 말띠 여자로 그려졌다. 예로부터 말띠 여자는 날뛰는 말 같아서 남편을 이겨먹는 드센 여자의 상징이다. 한마디로 후지오.. 2019. 7. 17. [나쓰메 소세키의 질문들] 일상을 모험으로 만드는 삶의 기예 『춘분 지나고까지』 - 일상을 모험으로 만드는 삶의 기예시시한 일상을 벗어날 수 없을까? 진정 모험을 하고 싶은가 낯선 세상을 만나 기상천외한 사건에 휩쓸리는 것. 예측 불가한 인생의 거친 물살을 헤쳐 나가는 것. 여기에 위험을 무릅쓰는 용기가 더해졌을 때, 가슴 쫄깃한 긴장감과 살아 있음의 생동감을 느끼는 모험이 된다. 모험은 내가 갇혀 있던 좁은 지평을 벗어나서 나와 다른 삶의 현장을 만나는 활동이다. 흥분되고 신나는 모험을 하고 싶은가? 솔직히 따져보자. 진정 모험을 원하는지. 말이 쉽지 일상을 벗어나는 일은 긴장되고 두렵다. 우리는 불확실한 모험을 시도하기 보다는 오늘도 무사히, 안정된 삶을 지속하기를 희구한다. 10대 청소년들의 장래희망이 빌딩 하나 물려받아 임대료 받으며 사는 거라니 무슨 말이.. 2019. 7. 3. 나쓰메 소세키 『갱부』-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디로 갈까? 『갱부』 밑바닥에서 일어서는 힘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디로 갈까?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다 단 한 명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 가서 새로 살고 싶다든지, 이대로는 하루도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세키의 『갱부』에 깊이 매료될 수 있다. 이유가 뭐든 간에 당신은 더 이상 내려갈 바닥이 없다고 절망해본 사람임에 분명하다. 절망의 끝에서 나 몰라라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디로 가야할까? 정면 돌파할 수 없다면 삼십육계 줄행랑도 좋은 계책이라 하지 않던가. 따져보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가정주부가 ‘살림을 탕탕 뽀사 뿌리고’ 가출한들 겨우 찜질방에 가서 하룻밤을 보내고 되돌아오듯 말이다. 대책도 없이 그냥 현실을 도피하고 싶다는 절박감만이 강렬하다. 『갱부』는 이런 심정에 사.. 2019. 6. 19.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