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소세키의 질문들14 [소세키의 질문들]『산시로』- 청춘풍속도 누가 청춘에게 길을 말해줄까? 『산시로』 - 청춘풍속도누가 청춘에게 길을 말해줄까? 배짱이 생기는 약으로 될까? “너는 어렸을 때부터 배짱이 없어서 못쓴다. 배짱이 없는 것은 손해막심이라 시험을 볼 때와 같은 경 우에는 얼마나 곤란한지 모른다. (중략) 너는 부들부들 떨 정도는 아닌 것 같으니 도쿄의 의사에게 배짱이 좋아지는 약을 지어달라고 해서 평소에도 가지고 다니며 먹어라. 낫지 않을 리 없을 것이다.” - 나쓰메 소세키, 『산시로』, 송태욱 옮김, 현암사, 2017년, 210쪽 시골에 사는 어머니가 대도시로 공부하러 간 아들에게 쓴 편지의 한 대목이다. 어머니는 성격이 소심한 아들을 생각하면 물가에 내 놓은 아이처럼 염려스럽다. 도쿄에는 분명히 ‘배짱이 좋아지는 약’이 있을 테니 처방받아서 먹으라고 충고한다. 슬그머니 웃음이 번.. 2019. 6. 5. 소세키, 『마음』 - 자기 환멸의 덫 인간의 마음을 믿을 수 있는가 소세키, 『마음』 - 자기 환멸의 덫인간의 마음을 믿을 수 있는가 1. 왜 자신에게 극단적인 폭력을 행할까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 끼니를 걱정하던 세대와 비교하면 더할 나위 없이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데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나와 가까운 지인 중에도 자살한 사람이 열 명 가량이나 된다. 나는 지금도 누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쓰라린 트라우마가 되살아난다. 십년 전의 일이다. 한 똑똑한 친구가 세계문화기행과 책을 연결시켜서 출판사를 만들자고 제안해왔다. 독창적인 사업아이디어가 좋았다. 돈이 없던 그를 도와주기 위해 친구들 대여섯 명이 모여 주주 형식으로 자금을 모아주었다. 대표를 맡은 그는 성공적인 사업비전을 장담했고 의욕이 넘쳤다. 하지만 신생출판사는 겨우 책 한.. 2019. 5. 15. [소세키의 질문들] 『문』 과거로부터의 자유 『문』 과거로부터의 자유죄의식에서 자신을 구원하는 길은? 과거에 붙들린 사람들 우리가 살면서 하는 걱정의 태반은 이미 지나간 일이거나 어쩌면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전적으로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다. 돌이켜보면 안 해도 괜찮았을 잔걱정을 하느라 남부럽지 않게 잠이 토막 난 밤을 보냈다. 걱정도 팔자라고 저 멀리 남태평양에 태풍이 분다는 뉴스만 들어도 미리 지붕 위에 올라가 자기 집기와를 살필 사람이라는 핀잔을 들었으니 혈액형으로 치면 트리플 A형이 분명하다. 소심한 성격인 만큼 지난날에 대한 회한도 많다. 과거의 편린들이 시간을 거슬러와 현재의 생활기반을 어지럽히지 않을까 두려울 때도 있다. 비단 성격 탓만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기술문명이 발달해도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한 .. 2019. 5. 1. [소세키의 질문들] 『그 후』, 노동은 인간의 의무일까? 노동은 인간의 의무일까? 돈을 벌지 않는 것은 죄악인가 소설 『그 후』(나쓰메 소세키, 노재명 옮김, 2017년, 현암사)의 배경은 1900년대 초의 도쿄다. 이제 막 도입된 근대 자본주의가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도시의 풍경을 바꾸어놓고 있었다. 주인공 다이스케는 도쿄에 살고 있는 청년이다. 그는 지금처럼 대학이 흔하지 않던 개화기에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이다. 얼마든지 원하는 직업을 얻어서 돈을 잘 벌 수 있는 능력과 조건을 갖췄다. 다이스케는 몸도 건강하고 자기 용모에 긍지를 가지고 있는 멋쟁이다. 승승장구하는 사업가 아버지와 형님을 두었으니 집안도 빵빵하다.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는 촉망받는 신세대 청년이다. 문제는 다이스케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종일 서재에서 책을 읽거나 .. 2019. 4. 17.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