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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씨앗문장256

‘평범한 아버지’라는 이름의 상(相) ‘평범한 아버지’라는 이름의 상(相) 이렇게 즉비(卽非)는 이름이나 개념을 좇아가지 않는 순간을 말한다. 나도 감이당에서 인문학 공부를 통해 ‘즉비’의 순간을 경험했던 적이 있다. 과거에 나는 ‘잉꼬부부로 토끼 같은 자식들을 가지면 행복한 가정’을 이룬 것이고 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상(相)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목표로한 가정의 형태가 완성되었을 때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해 행복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견해가 진정한 삶의 목표라고 생각했다가 이혼으로 잉꼬부부가 해체되자 무척 괴로웠다는 점이다. 그런데 인문학 공부를 통해 ‘행복하고 단란한 4인 가정’이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우리의 뇌에 심어진 일종의 이미지임을 알게 되었다. ‘부부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가정의 모습은 실체가 아니라 이미지.. 2022. 11. 29.
‘스위트 홈’이라는 환상 ‘스위트 홈’이라는 환상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데 소통불능의 상태로 각자가 갇혀 있는 거죠, 각자의 방에. 이런 모습은 지금 우리 시대의 가족들하고 똑같지 않나요? 부모 자식 간에 믿음이 있으세요? ‘온전히 다 나한테 줘야 돼. 부모님도 온전히 나한테 신경을 써야 해’, 지금 이런 감정들 말고 가족 간에 다른 건 없지 않나요? 그래서 그게 없으면 막 의심하고, 어긋나게 되면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합니다. 그러면서 또 자식들한테 엄청 투자하고, 또 자기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고 너무너무 노력하잖아요. 그러니까 이거는 일종의 자기 확대예요. 그 존재 자체를 그냥 인정하는 게 아니라 자기화하는, 자기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부부가 만나서 살고 자식을 낳아서 기르고, 이러고 있는 상태라는 거죠. 『소세키와 가족, .. 2022. 10. 17.
‘자기’로부터 벗어나기 ‘자기’로부터 벗어나기 1935년, 편협한 유럽중심주의에 지친 레비-스트로스는 유럽의 ‘바깥’을 기대하며 남아메리카 브라질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어디에도 ‘바깥’은 없었습니다. 남미에 도착하자마자 알 수 있었지요. 아무리 ‘바깥’을 찾으려고 해도 그의 눈은 익숙한 풍경, 길든 관념밖에는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유럽에는 없는 대로와 자동차, 유럽에는 없는 거칠고 투박한 살림살이와 먹을거리 등. 낯선 풍경 속에서 작동하는 것은 여전히 ‘유럽’이라는 척도였습니다. 열대로부터 돌아와서 그는 자기라는 관점 바깥으로 나가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점을 절감했습니다. 또한 자기와 타자를 가르는 구분선이라는 것이 결정적인 것도 아님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통찰을 거듭해 가며 그는 독특한 인류학적 시선 하나를 .. 2022. 9. 13.
‘잘 쓰기’는 ‘잘 읽기’부터 ‘잘 쓰기’는 ‘잘 읽기’부터 표현의 역량 생각해 보건대, 많은 사람들이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글’을 잘 쓰면 뭐가 좋을까?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러한 마음의 근저에는 ‘표현의 역량’에 대한 욕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 ‘표현의 역량’이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어떤 생각이나 정서 또는 자신과 작용한 사건, 사물의 상태 등을 ‘원하는 대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렇게만 써놓으면 이 역량은 ‘묘사력’과 같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오해해서는 안 된다. ‘표현의 역량’은 그보다는 좀 더 심층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단순한 기술 같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표현의 역량’은 ‘자유’의 다른 이름이다. ‘글’.. 2022.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