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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씨앗문장258

무용한, 그러나 고귀하고도 즐거운 공부하기 무용한, 그러나 고귀하고도 즐거운 공부하기 예술은 무용하다. 무용하니까 예술이다. 사회적으로 강제되는 쓰임에서 풀려나 스스로 고귀해지려는 활동에 전념하는 일이야말로 '주권적 삶'에 걸맞지 아니한가. 단언컨대, 그런 삶이야말로 고유한 색과 향기를 발하는 그림이요, 시요, 멜로디다. 인간에게는 노동과 사회적 가치의 생산 말고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있다. 공부도 그 중 하나다. 공부는 사회적 코드의 재생산에 복무하지 않는다. 그런 공부라면 그건 노동과 다름없다.(...) 공부든 예술이든 사회와 자본의 획일적 리듬을 벗어날 때만, 또 사회적 가치생산이라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질 때만 힘을 발휘한다. 다수적(지배적) 가치에서 비껴나 다르게 질문하고,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욕망하는 것이 공부요, 예술.. 2023. 4. 18.
사심 없이, 허세 없이, 편견 없이 읽기 혹은 살기 “글을 읽어 크게 써먹기를 구하는 것은 모두 다 사심이다” 사심 없이, 허세 없이, 편견 없이 읽기 혹은 살기 ▶사심 없이 글을 읽어서 크게 써먹기를 구하는 것은 모두 다 사심(私心)이다. 1년 내내 글을 읽어도 학업이 진보하지 못하는 것은 사심이 해를 끼치는 때문이다. (박지원, 「원사」(原士), 『연암집』(하), 심호열, 김명호 옮김, 돌베개, 2007, 372쪽) ▶허세 없이 독서를 할 때 허세나 부리고 글을 정밀하게 보지 않는다든가, 억지로 어떤 구절을 뽑아내어 생각없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의문을 제기한다든가, 대답하는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관심을 딴 데로 돌린다든가, 한 번 묻고 한 번 대답하는 것으로 그치고 다시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더 알려고 하는 데에 뜻이 없는 자이니, 더불어.. 2023. 4. 4.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느 날 친구는 내게 벤담의 공리론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그 말이 너무 어려워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설명을 시작했다. 나는 말했다. "정말 미안해. 이런 어려운 이야기는 나는 모르겠어. 고기 먹는 것이 필요한 것임은 인정하나 나의 맹세를 깨뜨릴 수는 없어. 나는 그것에 대한 토론은 못하겠어. 나는 토론으로는 너한테 당할 수 없다. 제발 나를 어리석고 고집 센 것으로 알고 그만 놔줘. 나를 사랑해주는 것을 잘 알고, 또 나를 잘되게 하기 위해 그러는 줄도 알아. 또 네가 거듭거듭 내게 말해주는 것은 네가 나를 생각해서 하는 일인 줄 잘 알아.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맹세는 맹세야. 그것을 깨뜨릴 수는 없다." 『간디자서전』, , 1111쪽.. 2023. 3. 10.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법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법 우리가 화성에 가더라도 지구에서와 같은 감각기관을 사용하는 한, 늘 보고 느끼던 방식으로밖에 화성을 경험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처마 밑 거미줄 위의 거미가 빗방울을 맞을 때나 500년도 넘은 고목의 가장 높은 가지가 일출과 일몰을 맞이할 때처럼 말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2010)에 나오는 것처럼 곤충과 식물, 각각의 존재가 느끼는 저마다의 세계가 지금 이 순간에 함께 공존한다. 현실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세계는 단일한 방식으로 경험되지 않는다. 그래서 매 순간은 한없이 풍요롭다. 프루스트는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 하나의 참된 여행, 회춘의 샘에서 목욕하는.. 2023.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