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테로토피아] 두 개의 자기, 주체 표면 위 복종과 저항
두 개의 자기, 주체 표면 위 복종과 저항 미셸 푸코, 『자기해석학의 기원』, 오트르망 심세광·전혜리 옮김, 동녘, 2022 어린 시절 내게 아버지는 아주 엄했다. 잘못을 저지르고 변명을 하거나, 숨기면 아주 강하게 꾸짖었다. 예컨대 부모님이 집에서 동생을 돌보라 하고 외출했다 돌아왔는데, 동생이 울고 있으면 끝까지 추궁해서 내 잘못을 시인토록 하여 강하게 질책했다. 그때 내가 동생 탓을 하면 질책은 더 강해졌다. 자기 잘못을 남에게 돌린다는 지적이 덧붙여져서 질책은 배가 되었다. 그러다 마침내 내가 모든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고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그때가 되면 나는 무언가 잘못된 함정에 빠졌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처럼 정화된 사람이 되었다. 새로워지는 기분이랄까, 하는 감정으로 아버지 앞에 서게 되는 ..
2022. 5. 20.
[헤테로토피아] 새로운 광기가 나타났다
새로운 광기가 나타났다 미셸 푸코, 『광기의 역사』, 이규현 옮김, 오생근 감수, 나남, 2020(재판). 공룡의 고고학과 침묵의 고고학 푸코의 고고학적 저서들, 특히 『광기의 역사』, 『임상의학의 탄생』, 『말과 사물』 등을 읽으면, 어딘지 주제와 소재들이 난삽하게 분열되어 있고, 심한 경우 서로 아무런 관계없이 따로따로 전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예컨대 『임상의학의 탄생』에서 언어와 의학의 관계는 분명하게 와닿지도 않고, 그걸 설명하기 위해서 의학을 굳이 끌고 와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하며, 『광기의 역사』에서는 광기가 정말 있긴 있는데 부당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만들어 어처구니없게 억압하고 있다는 건지 헷갈린다. 또 『말과 사물』에 나오는 에피스테메 역시도 ..
2022.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