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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융17

[내가 만난 융] ‘신(神)’을 인식한 자, 욥 ‘신(神)’을 인식한 자, 욥 서 윤 (사이재) 종교적 진술은 결국에는 무의식적, 즉 초월적 과정에 뿌리를 둔 심혼의 표명이다. 『인간의 상과 신의 상』 中욥은 사탄의 손을 빌려 자신의 인생 전체를 참혹한 고통 속으로 밀어 넣은 야훼에게 묻는다. “당신은 바람에 날리는 잎사귀를 소스라치게 하시고 메마른 지푸라기를 뒤좇으시렵니까?” 욥은 전지전능한 야훼가 메마른 지푸라기처럼 미약한 존재를 도대체 왜 학대하는지 영문을 몰라서 정의를 간절히 청하며 괴로워한다. 구약의 시가서와 지혜서 항목에 있는 「욥기」는 동방의 낯선 땅에 사는 부유하고 고결한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가축을 빼앗겼고 종과 자식은 살해당했으며 욥은 병에 걸려 죽을 지경인데, 아내와 선량한 친구들은 틀린 말로 속을 긁으며 마음의 평안마저 앗아.. 2026. 2. 11.
[내가 만난 융] 빵과 포도주는 기적을 부를까? 빵과 포도주는 기적을 부를까? 정기재 (사이재) "인간의 제의적 행위는 신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한 응답이며 반응이다." (카를 구스타프 융, 조성기 옮김,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김영사, p270) 여러 가지 이유로 영화 ‘K-팝 데몬헌터스(케데헌)’을 세 번이나 보게 되었다. 볼 때마다 다른 재미가 있었는데,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주인공인 걸그룹의 정체성이었다. 그들은 단순한 아이돌이 아니었다. 과거에는 무당으로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졌고, 지금은 아이돌이 되어 무대 위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들의 노래와 춤은 현대적으로 변주된 무속의례 같았다.이러한 설정이 허황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음주가무의 뿌리는 본래 제천행사였고, 축제와 페스티벌도.. 2026. 1. 8.
[내가 만난 융]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란 무엇인가?지산씨(사이재) 비대한 종교, 범람하는 신경증 대한민국에는 교회도 많고 사찰도 많다. 그리고 교회도 사찰도 모두 거대하다. 교회와 사찰은 종파나 외양에 있어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본질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차이라면 교회는 도심을 점령하고, 사찰은 산을 점령하고 있다는 정도. 모든 곳이 그렇기야 하겠냐만 교회와 사찰 공히 신도의 숫자와 돈줄로 종파의 위세를 가늠하는 작금의 세태는 종교에 대한 신뢰를 더더욱 희박하게 만든다. 대선의 표를 구하기 위해 주술에 매달리는 동시에 구약을 다 외운다는 신공으로 예배당에서 기도하고, 불상 앞에서 합장을 하는 등 종교 대통합을 몸소 보여주시는 정치인 부부. 주술과 이단과 손잡을지언정 이권을 해치는 이들에겐 신념을 명분 삼아.. 2025. 12. 4.
[내가 만난 융] 어서 와, 마나-인격은 처음이지? 어서 와, 마나-인격은 처음이지? 서 윤 (사이재) 모습을 바꾸어가며 나는 무서운 힘을 행사한다 FaustⅡ, 5막 4장 中 융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도장 깨기’를 하며 무의식적 형상들의 영역을 지나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주 더디게 중요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듯한데 내 경험을 토대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 보니, 뜬구름을 잡는 듯 미로를 헤매는 듯 막막한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아직은 출구도 보이지 않고 실타래를 몰래 건네준 ‘아리아드네’도 없지만, 미로 속에서 계속 나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마나(Mana)는 움직이는 거야 돌이켜 보면, 아니마(Anima)/아니무스(Animus) 형상의 가설이 동양의 음양(陰陽)과 맥을 같이 하는 개념이라는 걸 이해했을 때, 어렵사.. 2025.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