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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0

[나의삶과천개의고원] ‘보험’,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보험’,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하면 된다’라는 영화가 있다. 사업실패로 하루아침에 판자촌으로 쫓겨 가는 병환네 가족은 우연한 사고로 ‘보험’의 혜택을 받게 된다. 그 후, 그의 가족 네 명은 많은 보험에 가입하고, 자신들의 신체를 일부러 훼손하여 수십억의 보험금을 챙기는 ‘가족 보험 사기단’이 된다. 결국 그들은 보험금 때문에 서로의 목숨까지 노리게 되는데… 범행을 계획한 병환의 아들은 여행 도중 일부러 강에 차를 던진다. 그 결과 자신만 살고 가족은 모두 익사하게 된다. 가족들의 생명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지만, 보험금을 노리는 친척들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보험금에 눈이 멀어 가족까지 죽이다니… 코믹영화지만 실상은 너무나 끔찍하다. 보험이란 불의의 사고나 질병에 .. 2020. 5. 13.
[쿠바리포트] 말 너머의 세계(2) - 코로나바이러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놈 말 너머의 세계(2)- 코로나바이러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놈 바이러스는 어디 안 간다 누구는 이렇게 말한다. 과학 기술만 믿고 오만방자해진 인간에게 자연이 코로나를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또, 반대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유행 따라 돌아오는 자연스러운 감기의 일종이며, 높지 않은 사망률 4% 앞에서 우리만 괜히 패닉하는 거라고.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를 감기로 협소하게 정의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배고픔과 죽음의 고립은 감기로 소급되지 않는다. (이것을 단순한 유행병이라고 서슴없이 말할 여유가 있는 사람은 이미 소수다. ‘죽음다운 죽음’을 보장할 의료체계와 충분한 식량을 보유한 공동체가 지구상에 소수이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가 정말 자연의 메시지라 하더라도, 그래서 .. 2020. 5. 12.
[쿠바리포트] 말 너머의 세계 (1) - 말 너머의 세계 (1)- 쿠바의 코로나, 전염병과 식량의 부재 관성적인 트랙에서 벗어나는 것, 연구실에서 흔히 표현하는 대로 ‘탈주하는 것’에는 사소한 단점이 하나 있다. 예전에 알던 사람들이랑 말이 예전만큼 잘 안 통한다는 것이다. 내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메이저리그의 세계니까. 그러나 그들에게 나를 이해시키는 작업은 좀 어렵다. 마이너리그의 세계는 관심을 갖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데다가, 좌충우돌 길을 만들면서 가다보면 나조차도 내가 뭐하고 사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러니 그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은 오죽하겠는가. 처음에는 원래 노선에 각도를 살짝 비틀었을 뿐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옛날 길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바닥으로 탈주 이런 탈주.. 2020. 5. 11.
카펜터즈 <Now & Then> - 아버지의 빽판, 나의 정규반 카펜터즈 - 아버지의 빽판, 나의 정규반 카펜터즈의 앨범이다. 어째서 단색 인쇄일까? 흑백도 아니고 보라/백색 1도 인쇄라니. 그러니까 이 음반은 청계천이나 황학동, 혹은 인천의 배다리 같은 곳에서 팔았던 일명 ‘빽판’이다. 그런데 이걸 ‘백판’이라고 쓰는 게 맞는지, ‘빽판’이라고 쓰는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백반’만은 아니다. ‘빽판’은 익숙한 말로 ‘해적판’이다.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고 불법으로 복제한 음반이라는 이야기다. 요즘이야 불법복제를 한다고 해도 디지털 음원을 디지털 음원으로 옮기는 것이니 마음만 먹으면 (이른바) ‘원본’의 품질을 고스란히 복제해 낼 수 있다. 그렇지만 LP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음원을 양각된 금속판에 세기고(이걸 스템퍼stemper라고 부른다) 그 원.. 2020.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