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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씨앗문장

'마음이 원숭이처럼 들쭉날쭉' 들뜨는 연말, 생각을 멈추기 위해서는?

by 북드라망 2014. 12. 5.


공부하려고 마음 먹었으면
'낭송'을 하는 거예요!



사람들에게 학문하는 것을 가르칠 때는 어느 한쪽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배움이 처음 시작될 때는 마음이 원숭이처럼 들쭉날쭉하고 뜻이 말처럼 치달리기 때문에 차분하게 붙들어 맬 수 없다. 또 생각하는 내용도 대부분 사사로운 욕심에 치우쳐 있기 쉽다. 이럴 때엔 우선 정좌(靜坐)를 가르쳐 생각을 멈추게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 그들의 마음과 뜻이 어느 정도 안정될 때까지 기다린다. 하지만 그저 고요함만을 지키는 방식으로는 마른나무나 꺼진 재와 같아서 역시 쓸모가 없다. 이럴 땐 반드시 반성하고 살펴서 사욕을 제거하는 공부를 가르쳐야 한다.

― 왕양명 지음, 문성환 풀어읽음, 『낭송 전습록』, 76쪽


‘낭송’의 묘미는 ‘생각을 멈추는 것’에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평소에 잠시라도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때가 없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싶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집중하지 않고 ‘멍’ 때리는 그 때도 생각(망상)은 돌고 있습니다. ‘원숭이처럼 들쭉날쭉’한다는 표현이 재미있는데요, 가만히 보면 우리는 그냥 저 ‘원숭이’ 상태로 살다가 죽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느 때고 ‘들쭉날쭉’하지 않은 때가 있느냐 이 말입니다.


'멍'때리는 그 때도 생각(망상)은 돌고 있습니다.



공부를 시작한다고 치고 상상을 해 봅니다. 책상에 앉아 책을 펴들고 눈으로 텍스트를 쫓아가며 열심히 읽는데, 짧으면 5분, 길면 15분 후 쯤에는 손에 쥐고 있는 두꺼운 책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걱정이 되는 것이죠. 이 두꺼운 책을 잘 알아듣지도 못하겠는데 언제 다 읽냐 싶은 것입니다. 여기서 한번 ‘들쭉’합니다. 그 ‘생각’에 사로잡혀서 검은 것은 글자요, 흰 것은 종이라 하며 책을 그야말로 ‘보고’있는 상태가 되고 맙니다. 그리고는 이내 어렵게 구한 허니버터칩까고 미국드라마 또는 예능 한편 땡기게 되는 것입니다.(‘날쭉’하고 말았습니다.ㅠㅠ) 그럼, 과자 먹으면서 보는 그 드라마나 예능은 또 재미있느냐 하면 그게 또 아닙니다. 볼 때는 실컷 재미있게 보겠으나 보고 나면 자괴감과 허무감과 후회(두꺼운 책은 비싼 법이죠)가 밀려옵니다. 책을 볼까 싶지만 책을 펴기엔 너무 늦은 시간입니다. 잠자리에 누워 ‘생각’합니다. “내일은 꼭 공부해야지.” ‘내일’이라고 다르더이까? 반복입니다.


왕양명은 말합니다. 생각을 멈추는 법부터 익히라고요. ‘공부’를 하려는 마음이야 좋은 마음이기는 한데, 앞서 묘사한 저 사람은 ‘공부’ 자체보다는 공부의 ‘결과’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딴 마음 품지않고 ‘공부’ 자체를 재미있게 했겠지요.^^ 생각을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양명선생은 ‘정좌’를 배우라 하시지만, 저희는 그런 거 잘 못할 겁니다. 정좌하여 눈을 감는 순간, 고소한 허니버터칩, 씨언한 맥주 한캔, 어제 보다만 드라마 ‘생각’에 머릿속은 이미 쾌락의 전쟁터가 되어 있을 테니까요. 차라리 ‘낭송’을 해보자 이 말입니다. 글자를 눈으로 쫓고, 문장을 입으로 풀어가며, 그 소리를 귀로 또 듣는 감각의 풀가동 상태에 이르면 놀랍게도 ‘생각’(망상)이 멈춥니다. 바쁘니까요. 그렇게 한시간 두시간하고 나면 피곤합니다. 그 다음엔 뭘 해야 할까요? 자야죠. ^^ 다만 이때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말은 앞서 와는 다를 겁니다. 뭐겠습니까? ‘내일 또 해야지’죠.


‘고요함’만 지키지 마시고, 반성하고 살펴서 좀 더 큰 소리로 ‘사욕’을 먹어삼킬 기세로 읽어보자고요!!


'정좌'가 어렵다면 역시 낭송!! 으잡!


낭송 전습록 - 10점
왕양명 지음, 문성환 풀어 읽음, 고미숙 기획/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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