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씨앗문장] 말의 힘 : 내가 하는 말이 나를 만든다.

'다른 말'을 하기 위해선 쿵푸를 해야 한다


말의 힘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크다. 운명의 리듬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쿵푸'가 필요하다. 투명하게,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자의식과 원망의 장벽을 벗어나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는!

- 고미숙, 『청년백수를 위한 길 위의 인문학 : 임꺽정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116쪽


‘말의 힘’이라고 하면 보통 남을 설득하거나, 나의 의견을 주장하거나 하는 것처럼 ‘밖’으로 향해있는 힘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 ‘힘’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큰’ 이유는 단지 밖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가 말을 할 때 그 말을 가장 먼저 듣는 것은 남이 아니라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말의 첫 번째 청자는 바로 나다. 그래서 ‘말’이 나에게 미치는 힘은 정말 ‘상상하는 이상’으로 크다. 


우리가 말을 할때 그 말을 가장 먼저 듣는 것은 남이 아니라 바로 '나'다.



사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말은 우리가 ‘선택’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할까, 저런 말을 할까 고민한 후에 더 적합할 듯 한 말을 골라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오는 내내 축적된 습관과 경험과, 타고난 성향이 어우러져……멋대로, 자동으로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불쑥 튀어나온 ‘말’이 다시 ‘나’를 만든다. 내가 한 말에 내가 영향을 받는 것이다. ‘쿵푸’가 필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나도 모르게 불쑥 말을 하는데, 그 말이 내가 살아온 내력, 나의 현재의 상태를 딱 쪼개서 보여준다. 혹시 ‘짜증나’, ‘에이 x발’과 같은 말을 달고 살지는 않는가? 그게 지금까지의 ‘나’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감정이나, 과거의 내력을 다르게 해석하고 싶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언어가 필요하다. 이 ‘다른 말’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부다. 낭랑하게 읽고, 필사적으로 쓰고,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면 말부터 달라진다.


내용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 입을 꾹 다물고 ‘머리’가 읽어주는 글만 읽으면, 머리에 든 것은 많으나 몸은 안 따라주는 반쪽이가 될 위험이 너무 크다. 당장 내용이 안 들어오더라도 입을 열고 내 귀에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려주자. 처음에는 연속으로 서너 페이지도 읽기가 어렵다. 그만큼 ‘낭랑한 소리’를 내는 연습이 안 되어 있다는 말이다. 적절히 소리를 내고 그 소리를 다시 자신에게 통과시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적절한 소리를 찾는 연습을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정말 낭랑해진다. 소리를 내어서 읽어야 하니, 아무도 없는 곳에서라도 조금 민망해진다. 이 부끄러움을 이기는 것조차도 연습이다. ‘자의식’이 문제 되는 이유는 결국 이 ‘부끄러움’을 소화할 능력이 없어져서, 고스란히 마음에 쌓아두기 때문이다. 직접 소리를 내고, 그 소리를 듣고, 그 소리로써 마음을 단련한다. 쿵푸인 것이다.


『임꺽정』의 주인공들이 대단한 이유는 저마다 ‘단련’의 대가들이기 때문이고, 부끄러움을 쌓아두지 않기 때문, 그러니까 자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말’의 위력을 배우지 않고도 알았던 천재들이다. 하물며 범재들인 우리는 쿵푸 말고는 살 길이 없다! 


임꺽정을 비롯한 칠두령은 자의식에 끄달리지 않고 길 위를 터전으로 당당하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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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백수를 위한 길 위의 인문학 - 10점
고미숙 지음/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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