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군자는 그릇처럼 살지 않는다"
정말 상상력을 강하게 자극하는 말이다. “군자는 그릇처럼 살지 아니한다”. ‘그릇처럼’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물이 그릇의 모양대로 담기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른 인상이었다. 물은 원래 정해진 모양이 없지만, 그릇에 담기면 그릇의 모양에 제 몸을 맞춘다. 유연하고 흐르는 것을 가두어 고정시키는 것이다. 금방 만든 음식이 담겨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모습이 그 다음에 떠올랐다. 배를 부르게 하여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그릇이 아니라 음식이다. 그릇은 중요하긴 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그릇이 깨지는 모습이 떠올랐다. 어딘가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는 그릇의 모양은 꺾여 부러지고야 마는 나무작대기처럼 고지식하다. 고지식하면 잘 견디기라도 해야 하는데, 작은 충격에도 깨지고 만다. 어쩐지 약하다.
유연하고 흐르는 것을 가두어 고정시키는 그릇. 그러나 작은 충격에도 깨어지고, 조각나고 만다. 이것이 군자의 모습은 아닐것이다.
‘그릇처럼’ 살지 않는 군자(君子)는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릇’의 인상과 관련지어 생각해 보면 의외로 쉽게 군자의 인상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그릇은 물을 가두어 제 모양대로 고정하지만, 물이 계속 떨어지면 그릇이 넘치고 만다. 넘치지 않더라도 물은 쉬지 않고 기화(氣化)하여 사방으로 날아간다. 물(-군자)은 본래 자유롭다. 군자는 사람을 살리는 음식과 같다. 향긋하고 구수한 냄새를 풍겨서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오는 사람을 배불리 먹여 살게끔 한다. 군자는 넉넉하다. 그리고 군자는 강하고 유연하다. 단단하게 버틸 때와, 가볍게 휘어질 때를 안다. 그래서 오래간다. 한 번에 타오르는 것은 화려하지만, 큰 것을 이룰 수가 없다.
공자님께서 과연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씀하셨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간단한 인상만 가지고도 큰 가르침을 받은 것처럼 마음이 풍요를 느낀다. 앞으로도 자주 떠올려 볼 문장이다. “군자는 그릇처럼 살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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